주인공 기분 잡는다고 진짜 인상쓰고 글 썼더니 헐 ㅋㅋㅋㅋ
읽는 분들 두통주의
평가 남겨주시면 제가 스릉흡니드.....
희미하게 울려오는 신경이 거슬릴 정도의 작은 통증에 눈을 떴다. 가만히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고개를 돌려 시계를 확인한다. 시간은 새벽 다섯 시. 미간이 사정없이 구겨진다. 이 시간에 눈을 뜬 것도 상당히 기분이 안 좋은데 이 놈에 통증이란......
사실 슬슬 아플 때가 됐다고 느끼긴 했었다. 그게 가장 엿같단 말이지......이 두통은 꼭 몇 달에 한 번 씩 찾아오곤 한다. 빠를 땐 일주일에 두 번도, 늦을 땐 반 년에 한 번도. 일반적으로는 두 달에 한 번 정도씩? 어릴 때부터 있던 두통이라 이제는 달력에 두통이 온 날을 체크해두는 것도 익숙하다.
지난 번 두통으로부터 두 달이 지날 무렵부터 기분이 더러웠다. 목에 가시라도 걸린 듯한 찝찝한 기분. 빚, 도저히 탕감할 수 없는 부채 덩어리가 온 몸을 옥죄는 듯한, 꽉 막힌, 더러운 기분이었다. 여자들의 생리라는 게 이런 기분일까. 흥, 생리는 규칙적이기라도 하지
그저 신경이 쓰일 정도의 통증은 점점 짜증이 날 정도의 통증으로 변하고 있었다. 적어도 다시 잠들긴 그른 게 확실해보인다. 약을 먹어야 하나.....몇 일 전 잘 보이는 데에 꺼내뒀던 약을 치워버렸었다. 어디다 치웠더라....조만간 필요하겠지 싶어서 책상 위에 꺼내놨었는데 그저께부터 그 약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신경질이 치밀어서 어딘가에 던져뒀었다. 젠장 젠장...
손을 뻗어 램프를 툭 키자 갑작스런 환한 빛에 얼굴이 찡그려진다. 속으로 온갖 욕을 다 내뱉으며 무거운 다리를 침대 밑으로 쿵 내렸다. 허리를 피며 몸을 일으키는 순간 방 안의 습한 공기가 치덕치덕 온 몸을 감아온다. 아아...두통에 신경이 쓰여서 이 끈적끈적한 공기는 감지하지도 못했었다. 약간은 신경질적으로 창문을 쾅 열어버렸다. 차가운 밤공기는 시원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 이 망할 놈에 두통 때문에 오히려 더 짜증스럽다.
잠은 완전히 달아나버렸다. 책상으로 향해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 잠에 취한 눈에 제대로 보이지가 않아서 세 개의 서랍을 두 번째로 열었을 때가 되어서야 빨간색 알약이 눈에 들어왔다. 휴우....
예전의 약이 좋았다. 플라스틱 부분을 꾹 누르면 톡 하고 손바닥에 알약이 떨어지던 그 방식. 이제는 안전법 때문인지 뭐 때문인지 손톱으로 종이를 찢어내야 알약을 꺼낼 수 있다. 두통약에 이런 방식을 채용하다니....이 회사는 소비자를 호구로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아니면, 어차피 알약으로 치료해 줄테니 그 전에 신경질이 나더라도 참으라는 건가.
어쨌든 이 약은 꽤 약발이 좋다. 이 약을 먹고 한숨 자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두통은 싹 가신다. 문제는 잠들 때 까지지. 한창 이 두통이 심했을 때는 머리가 아파서 토한 적도 있을 정도였다.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서 변기를 잡고 멍하니 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어쨌든 약을 먹어도 잠들기까지는 꽤 고통스러운 게 사실이다.
알약을 두 개 까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방 구석에 놓인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래도 시원한 물에 속이 좀 뚫리는 기분이다. 한 번 더 물을 마셔 입에 머금은 채 알약을 꿀꺽, 목 뒤로 넘겼다.
사실 이제부터 자봤자 한 시간 반 밖에 못 누워있고 자기까지 이 두통 때문에 최소 삼십 분은 뒤척여야 하리라. 침대에 다시 몸을 풀썩 누이면서 '아아, 다음에는 수면제라도 같이 사야하려나' 같은 속 편한 말을 일부러 소리내서 중얼거려본다. 억지로 눈을 감았다. 이 고요함 속에서는 머리 속이 지끈거리는 이 더러운 느낌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래도 눈을 뜰 수는 없다. 얼른 이 고통으로부터 도망쳐야 하니까. 조금씩 식은땀이 나는 걸 느끼며 억지로 울렁거리는 속을 가라앉혀본다.
그래도 입술을 비집고 피식 나오는 웃음은, 앞으로 두 달 간은 이 고통이 다시 찾아올 일이 없다는 것. 뭐, 그나마도 평균적인 것일 뿐이지만...그렇게 생각하니 적어도 기분은 조금 나아진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일부러 숨을 느릿느릿 쉰다. 분명 잠들기까진 오늘도 꽤 오래 걸리겠지. 이 습한 공기, 두통....약기운 탓인지 두통 탓인지 약간은 몽롱한 기분이 되어 몸을 웅크린 채 가만히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