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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관심없는 쿨병걸린 사람들을 위한시
게시물ID : sisa_5203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체리롤
추천 : 1
조회수 : 53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5/31 21:44:59
상행 (김광규) 

가을 연기 자욱한 저녁 들판으로 
상행 열차를 타고 평택을 지나갈 때 
흔들리는 차창에서 
너는 문득 낯선 얼굴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너의 모습이라고 생각지 말아 다오. 
오징어를 씹으며 화투판을 벌이는 
낯익은 얼굴들이 네 곁에 있지 않느냐. 
황혼 속에 고함치는 원색의 지붕들과 
잠자리처럼 파들거리는 TV 안테나들 
흥미 있는 주간지를 보며 
고개를 끄덕여 다오. 
농약으로 질식한 풀벌레의 울음 같은 
심야 방송이 잠든 뒤의 전파 소리 같은 
듣기 힘든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아 다오. 
확성기마다 울려 나오는 힘찬 노래와 
고속 도로를 달려가는 자동차 소리는 
얼마나 경쾌하냐. 
예부터 인생은 여행에 비유되었으니 
맥주나 콜라를 마시며 
즐거운 여행을 해 다오. 
되도록 생각을 하지 말아 다오. 
놀라울 때는 다만 '아!'라고 말해 다오. 
보다 긴 말을 하고 싶으면 침묵해 다오. 
침묵이 어색할 때는  
오랫동안 가문 날씨에 관하여  
축구 경기에 관하여 
성장하는 GNP와 증권 시세에 관하여 
이야기해 다오. 
너를 위하여 
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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