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이동네는 치한도 많고 좀도둑도 많고 이상한 사람도 많아서 항상 긴장하며 살고 있어요. 특히 비오는 날엔 제가 직접 치한을 만나서 좀 더 긴장하게 되는 날이에요.
오늘도 비가 눅눅히 내리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희한한 발음으로 누군가를 부르고 있더라구요. 누군가 싶어 계속 갈길 가는데 따라오는 느낌이 들어 아저씨를 보니 절 부르는 중이었어요. 그러면서 전화를 빌려달라는 거에요. 평소의 저라면 냉큼 빌려드렸겠지만..이 동네 이사와서 험한 꼴을 한두번 당한게 아니라 없다고 체질에도 안맞는 거짓말을 했어요. 주위에 건장한 청년도 있고 아저씨들도 많은데 왜 하필 양손 바리바리 짐 들고 있는 저한테..ㅠㅠ
없다고 해도 따라오시면서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전화가 어쩌고 저쩌고 중얼거리는 거에요. 그래서 지나가는 남자분들을 향해 저어기요~라고 불렀는데 젊은 사람들은 그냥 가고 아저씨와 노신사분이 고개를 돌려주시더라고요 감사하게도;ㅂ; "이분이 휴대전화를 좀 쓰셔야 된다는데 혹시 있으신가요?" 라고 엉겁결에 노신사분께 패스...-_-;;;;; 그분은 공중전화를 가리키면서..저거 쓰라고 ㅋㅋㅋㅋㅋㅋ 오오 완전 천재!!
그리고 슬그머니 묻어서 빠져나왔는데 노신사분의 일행인 아저씨가.. "아가씨가 이뻐서 핸드폰 빌려달라나부다~나도 좀 빌려줘요~허허허"하고 가셨어요 ㅋㅋㅋ 그러니까 결론은 제가 이쁘...가 아니라...-_- 상황이 애매해서 감사하다고 하기도 뭣하고 저도 헤헤 웃고 인사만 하고 집에 왔는데..
휴대폰 아저씨 제가 오해한거면 죄송하구용..;ㅅ; 혹시라도 아부지나 할부지의 무용담을 듣게 되시면 그때 그 츠자가 감사했었다고 전해 주세요 ㅋㅋㅋㅋ
이동네도 치한들이 설칠 시즌이 되었는데..왠지 삐용삐용이나 호루라기가지고는 안될 것 같아요.. 전에 그렇게 소릴 질러댔는데 집에 들어가시려던 아저씨 딱 한분만 나와보시고 치한도 도망가긴 커녕 입을 틀어막고 끌고 가더라고요. 보통 큰 소리가 나면 놀라서 도망간다던데.. 요즘 세상이 흉흉해서 별것 아닌 일에도 무섭고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서 참 씁쓸하네용..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