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총선감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시물ID : sisa_459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낑낑이
추천 : 4
조회수 : 30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08/04/10 19:26:58
이것이 천기를 타는 것인가 생각할 정도로, 한나라당은 압승해버렸다.
다른 한편에서는 공천에서 지워버려도, 될 사람은 무소속으로 나와 정당 후보를 누르고 됐다.

이번 선거의 재미있는 점은 전략+천운 이라는, 반대파를 절망시키는 기묘함이라고 볼 수 있었다.

1. 먼저, 한나라당은 기존의 전통적 후보를 고수하면서, 친박계열을 모두 몰아냈고, 홍정욱이나 유정현, 고승덕같은 정치적으로 젊고 유명한 인재들을 다량으로 포섭하여 주요거점에 포진해 전략성을 더했다. 노원이나 도봉같은 서민 위주의 강북지역은 전철역 '지하화' 공사라거나 아파트 리모델링, 재건축 등 이해관계가 한나라당의 기존 이익 추구 노선과 상당히 일치하면서 역시 보수화되었다.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의 5년이 남긴, 소위 '386세대 불신화' 현상이 이번 선거를 통해 '강림'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저들은 거대담론을 즐기고, 대국적 결단을 추구할지는 몰라도, 내 이익을 대변하지는 않는다."는 일종의 배신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한나라당의 전략이 대략 반절의 성공을 거두고(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 무소속 당선인들이 주요 변수로 작용했을 뿐만 아니라 낙선 후보들에 대한 선거비용도 감안하면 역시 불필요한 이중손해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기존 정권의 부정적 유산이 민심을 흔들어 대한민국을 '파란 나라'로 우향우 시킨 것이다.


여기에, 거짓말처럼 내린 하루짜리 비!!!!


2. 많은 이들이 투표율의 저하를 가리키며 암울한 미래에 대한 국민들의 자포자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결과는 다시 말하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서울의 몇몇 지역같이 투표소의 접근성이 높은 곳도 있었을테지만, 꽤나 내려친 전국적인 비의 저항은 결코 무시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의 정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진 것이다. 대운하, 무분별한 민영화 공포, 권위주의 부활, 성추문 등등 한나라당을 둘러싼 그 많은 구설수를 딛고 그럼에도 도출된 결과다.

민주주의란 이런 것이다. 특정 나이 이상의 모든 국민에게 주어진 눈먼 완전히 공평한 한표들의 모음.

선거는 끝났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일단은 받아들이고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3. 결과에 좌절한 네티즌 무리는 당장 대한민국이 소돔이나 고모라라도 된 마냥 낙담인지 저주인지 모를 소리들을 쏟아내고 있다. 누군가를 비난할 때는 비수보다 날카로우면서도, 방어력은 종이갑옷처럼 약해 우는 소리 뿐이다. 

우리는 여기서, 지지 여부를 떠나 한나라당에서 배워야 할 미덕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탄핵의 역풍으로 과반수를 빼앗긴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주도의 여러 법안에 맞서 끝까지 투쟁해왔다. 게중 적지 않은 인물들이 온갖 부정부패와 비리, 성추문에 휘말리면서 당의 색 자체가 혼탁해졌다. (애초에 무엇이었는지는 논외로 하자.) 그게, 국민의 정부까지 소급해보자면 자그마치 10년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길이 아닌 방향으로 10년 동안 끌려다니면서도 자기 할 말 다하고 잇속을 끝까지 챙겨 지금에 이르렀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는 어떠한가. 이민이 어쩌고, 자기도 잇속이나 챙겨야겠다느니, 정말 한심한 꼬락서니나 보이고 있다. 그것이 당신들이 말하는 신념의 깊이라면 당신은 그저 그 뿐인 인간이다. 

만약 누군가가 한나라당이 너무나 싫고 역겹다면서도 실질적인 그들의 압승과 '창천수로'의 향후 5년이 가시화되려니까 짜증을 내면서 자포자기 해버린다면, 그는 그토록 아래로 보는 한나라당의 반도 못미치는 인간임에 틀림없다.

먼저, 현 정부와 국회의 행방을 예의주시하라. 그들이 아니꼽다거나 싫다는 감정 이전에 그들이 잘하는 바와 그르치는 바를 명백히 파악할 줄 아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의 위치에서 4년을 준비하라. (그 전에 물론 지자체 선거도 있겠다.) 불평을 하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이다. 그러나 거기에 다른 것을 더 하는 데서 모든 변화는 시작된다.

시게인들이여, 말뿐인 신념만을 보이지 말라. 이제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기다림과 꿋꿋함과 행동이 동반되는 신념을 요청받고 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