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바다 위에 떠오르는 별
서산 너머 햇님이 숨바꼭질 할 때에
노을 속 바다나라 촛불 하나 켜있죠
아니아니아니죠 그건 촛불 아니라
반짝이는 눈물 맺힌 아기 별님이지요
초겨울 바람 속에 영문도 모른 채
저 어린 별 한톨 한톨 흰 발목을 딛으려는데
동의없는 죽음
후두득 빗물처럼 져 내리는데
폐선이 된 배 한 척
지상의 모든 통곡이 잦아드는
저녁 바닷가에 나와 앉아있죠
누구를 기다리나
엄마가 보고 싶어
배 안에 삼백네개 봉분 데리고 나와
항구의 모래알이 몰래 수그려 울어요
모래알 딛고 모래알 건너
어둠의 발뒤꿈치 새벽 바다 쪽으로 재게 떼는데
나이 든 해초들만 저간의 속사정을 안다는 듯
얼굴 파묻어 출렁이며 서럽게 서럽게 울기만 해요
둑에는 허이옇게 눈물 자국 말라붙은 돌 무더기
물 우는 새파란 소리 더욱 깊어진
바다 속
수많은 촛불 행렬 하염없이 지나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