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산책 나갔다 잡아 왔다.
찍고 보내 줬다.
예전엔 이놈들이 참 많았는데, 몇 년 전부터 설치된 가로등 때문에
요즘엔 고향집에 내려 와도 이 녀석들 보기 쉽지 않다. 빛이 안 드는
개울가 나무그늘 밑에 가끔 한두마리 보일 뿐이다.
우리 집 뒷마당의 텃밭에 있는 가로등을 얼마 전에 내가 꺼 놨다.
가로등 빛을 보고 달려 드는 곤충들을 잡느라 고양이들이 그 밑에
있다가 지나는 차에 사고를 당하곤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 주변이 조금은
어둡고, 그래서 그런지 얼마 전에는 앞마당에서도 반딧불이를 한 마리
잡았다 놓아 줬다.
불빛이 어둠을 몰아 내 버린 도시. 서울로 학교를 다닐 땐 한남대교를
지나갈 때면 길게 늘어 선 가로등 불빛을 보며 다소 감상에 젖기도 했었지만,
그보다 더 자주, 어쩌면 저 빛조차 오염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빛에 의해 오염된 어둠.
어두워야 할 밤에 어둡지 못한 탓에
제 자리를 잃어 간 것이 비단 반딧불이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