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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h][번역] 리스트 (下)
게시물ID : panic_466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비스케
추천 : 36
조회수 : 3874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3/04/29 08:20:30

리스트 (上) -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anic&no=46542&s_no=46542&page=3

 

 

나는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했다.
내 다리에 부딪친 등유 통이 쓰러져서 콸콸콸 흘러나왔다.
등유는 순식간에 지면을 타고 현관 문 밖에까지 흘렀다.

 


틱, 틱.

아까 노파가 불을 붙이려 하던 라이터 소리였다.
분명 아까 내가 우체통 안에 넣어놨는데.
노파는 분명 그것을 끄집어 내서 불을 붙이려는 속셈인 것이었다.
나는 전력 질주로 부엌까지 달려갔다.


순식간에 현관에서 거실까지 불길이 올랐다.
탄내가 집안 가득 차올랐다.
이상하다.
꿈 속인데 뜨거움이 느껴졌다.

 

 

나는 잠시 부엌에서 불을 지켜보았다.
불길은 서서히 임박해오고 있었다.
이건 보통 꿈이 아니다.
악의가 있는 누군가의 의지가 개입한 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라면 난 여기서 죽을지도 모른다.
꿈에서 죽는다면 현실의 나는 어떻게 되는거지...

 

나는 두려워서 어떻게든 타개할 방법이 없을까 하고 리스트를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다음 아이템은 다름 아닌 [발목]이었다.
패닉에 빠져 우왕좌왕하다가 일단 다가오는 불길을 피할 요량으로 화장실 쪽으로 달려가기로 생각했다.
그 순간이었다.
무엇인가를 질질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근원지를 보니 신발장 위에 두었던 일본 인형이 첫 바퀴를 돌때 놓아두었던 야구 배트를 질질 끌며 다가오고 있었다.

 

어떡하지.
꿈이라고는 하지만 사태가 점점 심각해져갔다.
인형은 손에 든 야구 방망이로 화장실로 달려가는 내 다리를 무서운 속도로 가격했다.
나는 쓰러지고 말았다.
맹렬한 아픔이었다.
꿈인데도 이렇게나 아픔이 느껴지다니.
하지만 그 아픔을 뛰어넘는 격통이 연이어 발 밑으로 느껴졌다.

 

쓰러진 자세로 고개를 들어 발 밑을 보니 아까 그 인형의 손에 식칼이 들려있었다.

 

 

 

 

 

 

 

 

 

그리고 없었다.
나의 오른쪽 발목이.
인형은 무표정하게 나의 오른쪽 발목을 주워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강하게 밀려왔다.
어떻게든 화장실로 기어갔다.
그 곳에는 아까 놓아둔 전기 테이프가 있을 것이다.
그 테이프가 있다면 잘린 발목을 지혈 할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그저 꿈이 아니었다.
하지만그렇다고 해서 현실도 아니었다.


나는 눈을 감고 잠을 깨려고 했다.
그러나 몇번을 시도해도 잠에서 깨지 않았다.
꿈이 아닌건가....?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보아도 현실이 아니라는 것은 자명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수가 없었다.

 

 

 

 

 

 

 

 


갑자기 일본 인형이 눈 앞에 나타났다.
나는 화들짝 놀라 피하려 했지만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 인형의 손에는 아까 화장실 세탁기 위에 올려둔 전기 테이프가 들려있었다.
순식간에 나의 손발은 결박당하고 말았다.

 

목욕탕 쪽에서 철벅철벅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시멘트다....
시멘트와 물을 혼합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다음 리스트를 보았다.
[손목]이라고 적혀있었다.

인형은 무서운 힘으로 나를 목욕탕으로 데리고 가 왼쪽 손을 시멘트 안에 밀어넣었다.
시멘트는 순식간에 굳었다.
그러자 인형은 다시 엄청난 힘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나의 왼손은 뜯어져나갔다.
주변의 모든 움직임이 슬로우모션처럼 보였다.
아까까지 목욕탕 안에 가득 차있던 시멘트는 어느덧 간데없이 사라지고 인형이 나의 손목을 줍고있었다.
감각이 마비된 것인지 아픔은 더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내 방으로 기어갔다.
창문 밖으로 도망치기 위해서였다.
아마도 지금 이 공간은 누군가의 저주에 의한 결계 안일것이다.
그 결계는 아마도 대문과 정원을 포함한 우리 집이겠지.
그렇다면 내가 결계 밖으로 나간다면 이 지독한 꿈에서도 깰 수 있으리라.

 

등 뒤에서 강렬한 아픔이 느껴졌다.
아까 놓아둔 마이너스 드라이버에 찔린 것이다.
계단 앞을 지나 내 방이 있는 곳으로 향하려던 순간, 무시무시한 힘이 나를 2층으로 끌고 올라갔다.
2층 복도에 내팽겨쳐지자마자 2층 한가득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스다....
 
잘 보니 가스팬히터의 전선에 상처가 나서 가스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2층은 이미 가스로 자욱했다.

 

틱틱틱
누군가가 라이터에 불을 켜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계단 아래로 몸을 던지듯 뛰어내렸다.

 


 

 

 

 

 

 


쾅!!!
엄청난 기세로 불길이 폭발하듯 2층을 메웠다.
나는 동시에 1층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엄청난 아픔이 느껴졌다.
오른쪽 귀가 잘려있었다.
아까 계단에 두었던 피아노 선이 양쪽 기둥에 팽팽히 묶여져 피를 머금고 있었다.
나의 몸에서 경련이 일었다.

 

지금 포기하면 나는 아마 죽어버리겠지.
벌써 집의 반 이상이 불길에 휩싸여있었다.
나는 마지막 힘을 쥐어 짜서 내 방으로 기어갔다.
그리고 방문을 열고 나는 보았다.

 

 

 

 

 

 

 

 

 

아까 침대 위에 던져둔 밧줄이 어느새인가 고리를 만들어 천장에 매달려있었다.
내 머리를 기다리고 있는듯.

 

쓰레기통 안에서 무엇인가가 꿈틀대고 있었다.
나는 무시하고 창문으로 향했다.
나를 공격하던 일본 인형이 창틀에 서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흡사 나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겠다고 말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급격하게 전신의 핏기가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의식이 희미했다.
이제 죽는 걸까......
그때 눈 앞에 리스트가 적힌 종이가 팔랑팔랑 떨어졌다.
흐려져가는 의식 속에 나는 리스트에 적힌 마지막 아이템을 보았다.

 

잉어연이었다.


그 것을 본 순간 나는 모든 것을 기억해냈다.

 


그 순간 옷장에서 엄청난 빛이 쏟아져 나왔다.
일렁이던 불실과 아이템, 나를 공격한 인형들을 눈부신 빛이 집어삼켰다.
인형의 단말마가 들리는 듯 했다.

 

 

 

 

 

 

 


그리고 나는 깨어났다.
나는 내방 침대에서 자고있었다.
일어서서 손발을 보았지만 다친 곳은 없었다.
귀도 양쪽 다 제대로 달려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침 7시였다.
어머니가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계셨다.
나는 식탁에 앉아 달력을 보았다.
5월 5일이었다.


"왜그러니? 학교 오늘 안가는 날이잖아. 조금 더 자렴."
"음...."


어머니는 재빠르고 솜씨좋게 식탁에 앉아있는 내 앞에 아침 식사를 차려주시고 걱정스러운 듯 내 얼굴을 바라보셨다.

나는 한동안 묵묵히 있다가 차츰차츰 나가 꾼 꿈과 어릴적 가지고 있던 5월 인형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릴 적 나는 5월 인형을 두개를 선물받았다.

하나는 킨타로(金太郎) 인형이었고 다른 하나는 미나모토노 요시츠네 (源義経)였다.

나는 커다랗고 귀여운 킨타로 인형이 대번에 마음에 들었지만 요시츠네는 평범하고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매년 5월이 되면 이 두 인형을 꺼내어 내 방에 장식하곤 했다.

 

어느 날 나는 장난감 대신 요시츠네 인형을 가지고 놀고 싶었다.

유리 케이스 안에서 요시츠네 인형을 꺼내어 친구의 괴수인형과 싸움놀이를 하며 놀았다.

놀이는 갈수록 격해져서 강에도 담갔다가 끈으로 묶어 빙글빙글 돌리기도 했다.

그리고 끝내는 폭죽으로 해서는 안될 장난을 하고 만 것이다..

 

나는 알아볼수 없을 정도로 본 모습을 잃어버린 요시츠네 인형이 갑자기 무서워졌다.

망가진 요시츠네 인형을 그상태로 케이스에 넣고 옷장 구석에 쳐박아버렸다.

그당시 나는 어머니에게는 그냥 방해되서 치워버렸다고 둘러댔었다.


이듬해 나는 중학생이 되었다.

두개의 5월인형은 그 이후로 옷장 속에서 나오는 일이 없게되었다.


어머니는 조용히 내 말을 들어주셨다.


 "그랬구나....요시츠네 인형은 분명 외로웠던 것일 거야."


나는 어머니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옷장에서 2개의 인형을 찾아냈다.

몇년만이었다.

킨타로 인형은 받았던 때와 동일한 모습이었지만 요시츠네 인형은 내 기억보다 몇배는 더 흉칙한 모습으로 변형되어있었다.

나는 변형된 곳을 컬러 플라스틱과 접착제로 보수했다.

너덜너덜해진 갑옷도 새로 만들어 입혔다.


 

 

 

 

 

 

 

다음 날 더할나위 없이 늠름해진 요시츠네 인형이 완성되었다.

나는 요시츠네 인형 앞에 무릎꿇고 앉아 내가 어릴 적 했던 행동들을 마음 깊은 곳에서 사과했다.

이제부터 소중히 다루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두 인형을 5월 내내 내 방에 장식해두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 그 꿈은, 어릴적 나를 지켜준 은혜도 잊고 흉칙하게 변형된 그대로 암흑속에 방치해버린 나에게 보내는 인형들의 [경고]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로 나는 지금까지 그 꿈을 꾸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써내려가다 눈치챈 것이지만 이상한 점이 한가지 있다.

대문 밖에 있던 그 노파다.

그 꿈의 결계는 분명 마당을 포함한 우리 집 전체였다.

하지만 그 노파는 대문 밖, 즉 결계의 밖에 있었다.


그 이후로 그 노파에 관한 꿈 역시 꿔본 일 없지만 그 사실에 대해 눈치채버리고 난 지금, 매우 불길한 예감이 든다..

**************
출처 - 비비스케(http://vivian9128.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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