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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소설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게시물ID : readers_71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ickyo
추천 : 0
조회수 : 26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4/29 12:00:54

 

다음 들어와라.”

 

듣기 괴로울 만큼 노래를 못 하는 친구가 터벅터벅 교실 밖으로 나왔다. 상심이 가득한 그 친구의 얼굴을 봤지만 딱히 동정을 하지는 않았다. 솔직히 저 친구는 너무 심했지.. 이제 진웅의 차례였다. 아랫배가 간질간질한 것이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그는 심호흡을 크게 내 뱉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큼성큼 걸음걸이를 옮겨 면접을 볼 교실 문을 열려다가 아차 하고 기타를 놓고 일어선 것을 깨달았다. 재빨리 돌아가 기타를 어깨에 메자, 함께 면접을 보러 온 아이들이 왠지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아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긴장 반 부끄러움 반으로 손바닥에 차오르는 땀을 바지춤에 슥슥 닦아내고 과감하게 교실 문을 열었다. 너무 기운차게 미닫이문을 밀어버린 나머지 꽝! 하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예상치 못한 큰 소리에 잠깐 얼어붙었지만 이내 당당한 걸음걸이로 교실에 들어섰다. 너무 당당했던 것일까? 깜빡하고 문을 닫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 앉자, 심사위원석에 자리한 한 선배가 손가락으로 열린 문을 가리켰다. 진웅은 갸우뚱 하며 고개를 돌리고는 당황하여 재빨리 달려가 문을 닫았는데 이번에는 다행히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한숨을 푹 쉬고 아까보다 기운 빠진 걸음으로 자리에 돌아오니 그제서 심사위원석이 눈에 들어왔다. 심사위원석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그저 책상 몇 개를 줄줄이 붙였을 뿐이다. 고교 동아리 면접이라는 게 다 그렇겠지만 그에게는 여느 오디션의 심사위원석 만큼이나 두려운 자리였다.

 

 

곡은 준비해 왔냐?”

 

 

한 눈에 봐도 쫙 줄인 교복바지, 두발규정에 안 걸린 것이 신기한 풍성하게 자란 옆머리. 날카롭게 째진 눈매와 풍선껌을 푸우 푸우 하며 부는, 누가 봐도 한 눈에 불량이라는 이름이 딱 맞아떨어질 것 같은 선배는 비스듬한 자세로 그를 꼬나보았다. 진웅은 눈이 마주치자 육식동물 앞에 선 초식동물 마냥 고환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고는 기타를 꺼냈다. 선배는 그런 그를 보며 선배가 이야기하는데 고개만 까닥이는거 봐라, 새끼 배짱 두둑하네?” 하고 웃었다. 그제야 진웅은 으앗 헛 억 힉 하며 이상한 추임새를 넣고는 죄송합니다!” 하고 크게 소리쳤다. 아까보다 잔뜩 좁힌 어깨로 구부정하게 가방에서 주섬주섬 기타를 꺼내기 시작했다.

 

 

야야, 뭘 그렇게 쫄아 있어. 웃기게. 빨리 연주나 해봐.”

 

 

앞에 앉아있는 선배 중 그나마 인상이 푸근한-아마 턱이 두 겹이어서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드럼이 잘 어울릴 것 같은 분이 연주를 재촉했다. “..!” 재빨리 기타의 잭을 휴대용 미니 엠프에 끼우고 전원을 올렸다. 오기 전에 바로 연주할 수 있도록 튜닝은 다 마친 상태였다. 그는 매일같이 연습을 반복하며 익숙해진 C코드를 쥔 채 피크로 살며시 현을 퉁겼다. 다행히 음은 제대로 잡혀있었다. 첫 시작이니만큼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록스타처럼 끼킹-하는 소리로 멋들어지게 시작할 마음으로 코드를 쥔 손을 쫙 미끄러뜨리며 피킹(기타를 연주함에 있어서 피크로 현을 퉁기는 것)을 했는데 아차. 띠딩! 하며 삑사리가 났다. 그는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얼굴로 ..다시하겠습니다!” 하고 외치고 재빨리 현을 다시 쥐었다. 왼손가락이 거미 다리마냥 현 위에 앉았고, 오른손에 쥔 피크가 이번에는 다행히 제 자리를 잘 찾아가 기분 좋게 현을 퉁겼다. 끼잉-하는 일렉트릭 기타의 시원한 소리가 휴대용 미니엠프에서 흐르기 시작했다.

 

 

끼링 딩 다랑 하며 진웅은 그동안 자신이 연습한 닐 자자의 유명한 연주곡, I’m alright을 그럴싸하게 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연습 때보다 실수 없이 곡을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흥겨운 음이 박자와 맞아 떨어지며 정적이 흐르는 교실 안을 울렸다. 곡이 중반을 들어서며 멜로디가 흥겨워지기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멜로디에 빠져들려고 할 때, 갑자기 심사위원석에서 짝짝 하는 박수소리가 불협화음을 내며 기타의 선율을 자르고 들어왔다. 그는 박수소리에 코드를 잡던 손을 놓치며 다시 띠딩하고 삑사리를 냈다. 뜬금없는 박수소리에 마치 방해공작을 당한 것 마냥 억울해 하는 그의 표정을 보며 한 선배가 그를 향해 대뜸 물었다. “너 싸움은 좀 하냐?”

 

..? 싸움이요?”

 

진웅은 갑자기 들어온 당황스러운 질문에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싸움이라니? 왠 싸움? 주먹다짐을 하는 싸움을 이야기하는 건가? 아니면 록밴드에는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나? 어쩌면 시대에 대한 투쟁의 정신을 말하는 걸까? 록 스피릿에서 느끼는 전투본능? 고등학교 스쿨밴드에서 그런게 필요하단말야? 물론 나는 록을 위해서라면 이 기타 한 대로 ..

 

어 싸움, 주먹 좀 쓰냐고.”

 

무한대로 퍼져나가던 그의 상념은 선배의 건조한 대답에 곧바로 깨졌다. , 그 싸움. UFC같은데서 나오는 그 원 투 훅훅 하며 퍽퍽 때리는 그 싸움.. 혈흔이 낭자하고 둔탁한 소음이 육체와 육체의 아웅다움을 통해 피어나는 그..

 

..아뇨. 제대로 싸워 본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그럼 때려본 적은?”

 

당연히 없습니다..근데 그걸 왜..”

 

진웅은 밴드와 싸움의 상관관계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잘 되고 있던 연주 중에 왜 이런 질문을 받았는지도. 그리고 밴드부 라는 동아리에서 왜 싸움을 잘 하는지 묻는지도. 물론 자신의 얼굴이 곱상하거나 잘 생긴 얼굴이라기 보단 험상궂은 얼굴에 더 가깝고 체격도 큰 편이다 보니 중학교 시절에도 종종 싸움 좀 하냐는 시비를 받기 일쑤였다. 그치만 성격이 모질지 못해 맞으면 맞았지 누굴 때리는 것에는 영 재능이 없었던 그였기에 고교에 올라와 처음 보는 스쿨밴드의 면접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받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가 다시 연주를 해도 되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선배는 손을 까닥까닥 저으며 말했다.

 

알았어 나가봐. 생긴 건 잘하게 생겼는데 말이지.”

 

? ... 체격이 좋아서 그런 오해를 종종 받기는 했습니다. 근데 면접은 끄..끝인가요?”

 

진웅의 대답에 선배는 풍선껌을 다시 푸우-하고 불더니 뽁 하고 터트리며 대답했다.

 

. 기타 잘 치네. 앞으로도 열심히 쳐라.”

 

무심하게 바라보는 째진 눈초리에서 그는 안됬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연주를 끝까지 못 마친 점이 못내 아쉬웠다. 묻고 싶은 말들이 많았지만 분위기로 보아 빨리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진웅은 주섬주섬 기타를 챙겨 메고 꾸벅 인사를 했다. 심사를 보던 선배들은 아무도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나가기 전에 슬쩍 뒤를 돌아보자 그렇게 커 보였던 심사위원석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저런 초라한 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 마저 인정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를 조금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남들 앞에서 하는 첫 연주였는데, 솔직히 면접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의 머릿속에서 이야 대단한데! 네가 에이스다! 하하하!’하는 감탄과 환호의 반응만이 어렴풋이 있었던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 처참한 꼴이 나리라는 생각은 상상도 못했다. 너무 순진했던 자신이 쪽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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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의 감성을 더 잊기전에 이 습작을 꼭 완성시키고 싶네요.

청춘 성장소설을 굉장히 좋아하고 즐겨 읽는 편이라 꼭 써보고 싶었는데


며칠전부터 머리속에 몇 가지 갈등과 그림, 주제가 떠올라서 제가 좋아하는 음악과 밴드라는 소재를 잡고 이야기를 구성해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전체적인 맥락을 잡고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 보면서 장면을 맞추어 나가고 있는데

부디 이번 습작이 제가 써내고 싶은 10대의 감성을 잘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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