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모두가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한 오후
홀로 벤치에 앉아 눈부신 하늘을 올려다보면
상쾌한, 기분 좋은 투명한 햇살이
아픈 상처와 기억을 함께 데려온다.
변하지 않는 이곳은, 변해온 나에게는
마치 첫 만남 때의 기억처럼 그대로여서
변하지 않은 추억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그 추억을 벗 삼아, 다가오는 끝을 벗 삼아
햇살이 환하게 반짝이는 하늘을 바라보다
나도 몰래 문득 운동장 한 가운데로 걸어
이제 제법 따스해진 햇살 가운데로 눕는다.
이 길의 끝에 섰을 때, 이 햇살을 기억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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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시절, 문득 하교길에 운동장 한 가운데 서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나 많이 변해온 나인데, 이 운동장은, 저 나무들은, 내 학교는 아무것도 변한게 없구나, 변해온건 나이구나라는 생각에,
굉장히 뭔가 이상하고 눈물이 날 정도로 벅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 시를 교지에도 실었었지요~ㅎㅎ 사실 요즘 많은 분들은 해가 진 저녁이나, 한밤 중에야 집으로 향하시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한 번, 일상에서 벗어나 한 낮의 햇살을 바라보실 기회가 있으면 참 좋겠는데 말이지요~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