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키우다 보면 가끔 아이는 택도 없는 요구를 할 때가 있다.. 워낙 어처구니 없는 요구라 그럴 때면 엄마들은 단호하게 “안돼!”라고 말을 한다.. 아이는 징징거리기 시작한다.. 바쁜 엄마는 못 들은 척 하던 일을 한다.. 징징거리던 아이는 급기야 울음을 터뜨린다.. 그래도 엄마는 못 본척한다.. 열 받은 아이는 방바닥에 벌렁 누워 하늘을 향해 양 발을 휘두르며 악을 써댄다.. 집안이 시끄러워지니 그제서야 엄마는 해결책을 모색한다..
달래도 보고 매도 들어본다.. 다른 조건을 제시하며 회유를 하기도 하고 왜 그것이 안 되는지 설명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에게 먹힐 리가 없다.. 이미 아이는 처음의 요구 자체를 잊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토록 간절하게 했던 요구에 대한 엄마의 냉담한 반응에 화가 난 것이다.. 어떻게 엄마가 내게 이럴 수 있냐는 생각에 더욱 서러워지며 울음 소리는 높아진다.. 엄마도 엄마대로 목소리가 높아지며 집안의 데시벨이 올라간다..
그러자 낮잠을 즐기던 아빠가 일어나 엄마에게 버럭 소리를 지른다.. “왜 일요일에 쉬지도 못하게 시끄럽게 굴고 난리야!” 그러자 억울한 엄마는 항변을 한다.. 그러나 단잠이 깨어 짜증이 난 아빠에게 엄마의 항변이 먹힐 리가 없다.. “거 애 하나 달래지 못해? 집구석이라고 들어오면 좀 조용한 맛이 있어야지!”라며 짜증을 낸다.. 엄마에 대한 아빠의 타박에 용기를 얻은 아이는 더욱 발버둥을 치고 악을 쓰며 떼를 부린다..
시아버지가 나와 뭔 일이냐고 물어본다.. 엄마는 자초지정을 설명한다.. 시아버지는 엄마에게 한 소리 한다.. “애한테 이기는 부모 없다.. 집안 시끄러워서 웬!” 할아버지 역시 엄마를 탓하자 아이는 더욱 기가 산다.. 더욱 강하게 악을 쓰며 엄마를 압박한다.. 그러자 이번엔 시어머니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온다.. “네가 아주 애를 잡는구나 잡아!” 엄마는 그게 아니라고 설명한다.. 시어머니는 “네가 나한테 대드는 거냐?”라며 더 화를 낸다..
그러자 그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시누이가 끼어든다.. “엄마! 가만 있으세요.. 아이의 요구가 무리한 건 맞아요.. 그런데 언니! 애들과 눈높이를 맞춰서 대화를 해야죠.. 그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야지 무조건 안돼 라고 하니 애가 저 난리잖아요.. 애 그만큼 키워보고도 모르세요?” 엄마는 속으로 생각한다.. “너도 나처럼 집안일 바빠 봐라! 한 주먹도 안 되는 게!”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이번에는 동서까지 끼어든다.. 평소 집안의 안살림 맡아 하고 싶던 동서는 시어머니께 한마디 한다.. “형님이 워낙 일이 바쁘셔야죠.. 이 참에 일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곡간 열쇠는 제게 맡기세요..” 자신의 편을 드는 척하며 위기를 빌미로 제 욕심이나 차리겠다고 나서는 동서는 말리는 시누이보다도 더 밉다.. 엄마는 분하다.. 아이의 무리한 요구와 떼 쓰기를 나무라는 어른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맛 며느리라는 입장에 아무 말도 못한다..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이 딱 이 모양이다.. 이명박을 비판하는 국민들의 입장은 저들 중 하나일 것이다.. 이제는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라는 본질적인 요구마저 잊은 체, 자신들의 의견을 무시한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만이 남아 있는 시위대는 떼 쓰는 아이의 모습이다.. 나라 돌아가는 일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가 나라가 시끄러우니까 대통령의 리더쉽을 문제 삼는 국민들은 낮잠 자다 일어나 소리지르는 아빠의 모습이다..
국민에게 이기는 정부 없다고 나서는 시아버지 같은 사람들.. 경찰의 시위 진압에 앞뒤 가리지 않고 정부를 탓하는 시어머니 같은 사람들.. 먹물 냄새 풍겨가며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을 탓하고 소통의 필요성을 떠벌리는 시누이 같은 사람들.. 그리고 이 참에 청와대와 내각이 물갈이하면 자리 하나 챙길 수 있을까 해서 인적 쇄신 부르짖는 동서 같은 사람들.. 광우병 촛불시위에서 비롯된 소동에 우리 국민들은 이런 모습들을 하고 있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다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만 있으면 집안이던 나라던 콩가루가 날리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냉정하게 사태를 판단하고 무리한 요구와 떼쓰기로 소동을 일으키는 아이에게 따끔한 훈계를 할 수 있는 사람들.. 바로 그런 사람들이 이 사회의 주축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청와대로 진격하는 정신연령 5살 수준의 시위대보다도,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더 절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