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특검법’ 국회 통과…야당에 첫 특검 추천권
민주당 추천·대통령 임명…배임·명의신탁 여부 수사 대상
새누리의원 반대로 진통 끝 가결…박근혜는 표결 불참
이달말 본격 수사…청, 거부권 행사 등 대처방안 골몰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불법 매입 의혹 특검법안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저녁 본회의를 열어 재석의원 238명 가운데 찬성 146표, 반대 64표, 기권 28표로 ‘이명박 정부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동의에 관한 법률안’(이하 내곡동 특검법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대선을 앞두고 진행될 내곡동 특검이 향후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심이 주목된다.
■ 진통 끝 특검 통과
이날 본회의 표결 전, 친이계인 조해진, 권성동 의원은 “특검 추천을 특정 정당이 좌우하면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이재오, 이병석, 심재철, 이군현, 조해진 의원 등 새누리당 친이명박계 의원들 다수는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특검법안의 찬반 토론이 시작되자 퇴장해 표결에 불참했다.
본회의에 앞서 열린 소관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도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 탓에 진통을 겪다 표결을 거쳐 법안이 통과됐다. 법사위의 여야 의원들은 각각 8명으로 같지만, 야당 의원들은 전원 찬성한 반면,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친박계인 이주영, 정갑윤 의원이 표결에 불참해 통과가 가능했다.
본회의를 통과한 특검법은 수사 대상을 △이명박 정부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과 관련된 배임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법 위반 의혹 △수사 과정에서 의혹과 관련돼 인지된 사항 등으로 명시했다. 막판까지 논란이 드셌던 특별검사 추천권은 민주당이 10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 직에 있던 변호사 중 2명의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하도록 했다. 역대 9차례 특검 중 야당이 추천권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특별검사 추천 문제와 관련해 “정치적으로 중립적 인사를 추천할 것”이라며 “정당 당적을 가졌거나 갖고 있는 사람은 추천 대상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 특검 뭘 수사하나?
특검이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 대통령이 퇴임 뒤 살게 될 내곡동 사저(463㎡·140평)와 경호동 터(2143㎡·648평)를 아들 시형씨와 청와대 경호처가 함께 54억원에 매입하면서, 이씨가 내야 할 사저의 땅값은 시세보다 낮추는 반면 국가가 내야 할 경호동 터 땅값은 높게 계산해 결국 시형씨가 6억~8억여원의 이익을 봤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배임이 있었는지, 명의신탁을 하지 않았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다. 이 대통령 내외의 재산이 사저 터 매입 작업을 통해 시형씨에게 이전됐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내란·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현직 대통령을 처벌할 수 없다는 헌법 조항을 들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인 특별검사가 의혹 해소를 위해 ‘제대로’ 수사한다면 내곡동 사저 땅 헐값 매입 사건은 이 대통령 일가 전체를 겨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검 임명 절차 등을 고려하면 이달 말부터 특검의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된다. 이르면 다음달 말, 수사기간이 연장될 경우 대선을 한 달여 앞둔 11월 중순에는 특검의 수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
■ 청와대 거부권 행사할까?
청와대는 이날 특검법이 통과된 데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내곡동 땅 매입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간여했고, 아들 시형씨까지 연루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즉각적인 반응을 유보한 채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까지 포함해 대처 방안 찾기에 골몰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내곡동 특검법의 법률안이 정부로 넘어오면 법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며 “지금 청와대의 입장을 밝히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런 유보적 태도는 정치적 판단을 위해 시간을 더 갖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특검법 법안의 세부 내용 가운데 ‘위헌 소지’ 등 법률적 문제가 발견될 경우, 거부권 행사의 명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이 합의해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안인 만큼, 거부권 행사는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청와대의 고민이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5500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