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에 오유에 접속하자마자 이런 글을 보았습니다.

::: 여자들이 나랑 사겨주지 않으니 죄송하다고 할 때까지 때리고 싶다. :::

리플을 달고 있었는데 그새 지워져 버렸군요. 혹시나 해서 써봅니다.

작성자분은 아마 이성관계에서 반복되는 거절을 경험하셨을 겁니다. 왜 상대가 나를 좋아해주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과 혹시 모를 자신의 단점에 대한 불안, 한편으로는 배신감과 비슷한 분노를 겪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성관계에서의 좌절감 혹은 무력감은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어보는 것인데 종종 이런 적의를 이성에게 돌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아동기에 겪은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 그것이 낮은 자신감으로 나타나던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미묘한 적대로 나타나던 여성들은 금새 알아차리게 됩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이 사회적 교류와 공감 능력이 빠르게, 높은 수준으로 발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성에게 지속적으로 거부당하는 경우 대부분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문제는 내 잘못이라기보다는 <성장환경으로 인한 불리한 상황>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게 반복되면서 여성에 대한 낮은 자신감이나 은밀한 적대감을 내면에서 계속 키워가는 한편 자존감은 상처받기 때문에 사태는 점점 심각해지고, 나중에는 폭발해 여성을 피하거나 무의식적으로 끓어오르는 적대감을 느끼게 되어 정상적인 관계를 가질 수 없게 되기도 합니다.

작성자분의 경우 '나랑 만나주지 않는'이라는 부분에서 강한 무력감이 느껴집니다.

상대가 나에게 죄송하다고 하는 상황의 상징적인 의미는 존중받고 싶다는 의미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누군가를 마구 때리고 싶다는 생각이 윤리적으로 잘못되었기는 하지만 그 의도에 있어서는 단순히 좀 더 존경받고 싶고 존중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되고픈 마음이 그렇게 몰아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사랑과 존중은 그렇게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은 가짜이고, 심지어 일시적일 뿐입니다. 폭력으로 얻어낼 수 있는 '존중처럼 보이는 것'은 그것이 가짜이고 망상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결코 작성자분의 존중받고 싶은 욕구를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이듯이 작성자분의 경우에도 존중 이외에 통제에 관한 관심이 엿보이는데, 이는 안심하고 안식할 수 있어야 하는 초기의 인간관계, 즉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디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폭력에 반대하는 이유는, 그것이 선을 행한 것처럼 보인다 해도 그 자체는 일시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의 폭력에 대한 포괄적인 서술에 가깝지만, 여기서 작성자분의 상황에 적용 못할 이유도 없어 보입니다. 작성자분이 느끼는 무력감과 적대감은 당연히 올바른 방향이 아닙니다. 여기서 '이렇게 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하지만 그건 나쁜 일이야.'라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니까, 아마도 작성자분은 사실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닐 겁니다. 다만 감정적으로 좀 절박해졌을 뿐이지요.

도움을 찾으세요. 주변 어딘가에는 작성자분의 고민과 고통을 들어줄 사람이 있을 겁니다. 학생이라면 학교에 상담교사도 있을 것이고 아니더라도 아마 시청이나 구청 등에서 관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나 단체를 알려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꺼려지고 당혹스럽게 느껴진다면, 일반문학이나 좀 더 나아가서는 심리에 대해 다루고 있는 입문서를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인문학은 단순히 이성관계 뿐 아니라 삶의 질 자체에 많은 발전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좋은 인연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어딘가에는 있으니까요. 참고로 저도 AS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