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재주 없으니 알아서 읽으셈
본인이 근무한 부대는 과거 전두환이 쿠데타 일으킨 치욕의 역사를 가진 부대임
서대문 형무소 뒤쪽에 주둔지가 있고,
특정지라고 약 3~4개월 단위로 투입되는 시스템이었음
아무튼, 우리 중대 섹터는 삼청동 뒤쪽 이었는데
어느날 가카가 산책 오시더니, "여기에 사슴이 뛰어 놀면 좋겠군" 이랬다나...
다음날 바로 서울숲에서 사슴 4마리가 공수되었는데
우리 소대 체력단련실로 사용하던 곳을 사슴 우리로 바꾼다고, 기구들 다 빼고, 톱밥깔고
깊은 산속 옹달샘을 찾아서 물도 끌어오고...
처음 사슴 4마리는 내가 전역할때 쯤 20마리 가까이 되었지..
더 웃긴건 얘네 관리하는 관리병이 있었는데, 1기 관리병은 내 선임으로
그냥 빠릿빠릿 싸바싸바도 잘 하고, 사람도 괜찮았고
우연히 부소대장 옆에 있다가 뽑힌거고..
2기는 미국 유학생 엘리트 출신으로... 24시간 철통같이 사슴의 위치 추적(GPS 그딴 거 음슴, 존나 산길 돌아다니면서 찾아다님)
그걸 청와대에 보고하고, 결재를 받고...
예전에 1박2일에서 사슴나오고 막 이쁘다 하는데.
얘네 때문에 짬 처리하는 게 더 불편해졌고, 취사장 뒤에 똥 질러놓은 거 하며.. 가끔씩 철장을 훌쩍 뛰어넘어 탈출해서 수색한거 까지 생각하면
우리 부대의 골칫거리라고 밖에 생각이 안된다.
청와대에서도 사슴 4마리 키우던데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우리 섹터에 사슴을 풀은 것이며
사슴풀고 나서 한 번도 안 온 걸로 아는데...
진짜 가카의 그런 가벼운 한 마디가 얼마나 힘이 있는지 처음 알았고,
그런 사람이 입 함부로 잘못 놀리면 여럿 피곤하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