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 타고 잠실방향으로 가는데 노약자석 앞에 초딩 3마리가 뛰놀고 있었는데 자리가 나니까 냉큼
앉더라구요. 아니, 애들 엄마들이 여기 앉아라~ 하면서 앉히더군요
여기까진 뭐 그럴 수 있다 싶었는데 다음 역에서 지팡이 짚은 삐쩍 마르신 백발 할아버님이 타셨어요
누가봐도 서있기 힘들어 보이시는데 노약자석 옆에 간신히 서시더군요.
저는 원래 이런 일에 잘 못 나서는 성격인데 너무 안타까워서 조심스럽게 아이 엄마에게 말을 걸었어요
"저기 죄송한데 저 할아버지께 자리 양보해드리는게 어떨까요? 많이 힘들어보이시는데"
곧바로 애들 데리고 비켜주더군요. 할아버지께서 그 엄마와 아이에게 고맙다고 하고 앉으셨고
저도 비켜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흐뭇해하고 있었어요^^
근데!
갑자기 애 엄마가 저를 부르더니
"내가 아깐 비켰지만, 우리 애들도 저기 앉을 자격 있거든요?"
이러는 거에요-ㅅ-;;
"네?" "우리 애들도 노약자라구요" --> 띠로리~! 노약자가 뛰노..나요??-_ㅠ -0-!!!!! "에이 얘들이 어떻게 노약자에요~ 여긴 노인, 장애인, 임산부를 위한 자린데요" "어머 기가막혀! 애들은 약자잖아요 그러니까 노약자가 맞지~ 우리 애들도 노약자석에 앉을 자격있어요" "여기 영어로도 노인, 장애인, 임산부라고 써 있잖아요. 그림도 그려져 있고 어디 애들이 노약자래요;;" "아니! 얘네가 얼마나 연약한 애들인데.." "그럼 아줌마 부모님이 지하철에서 서 계신데 요만한 애들이 노약자랍시고 안 비켜주고 힘들게 서서 가셨음 좋겠어요?" "참나 왜 남의 부모는 들먹이고 난리야 학생?" --> 이쯤에서 저는 말이 안 통할 거란 생각이 들기 시작ㅠㅠ "알겠어요 제가 틀렸나보죠 그럼. 계속 그렇게 키우다가 나중에 애들이 어디가서 가정교육 제대로 못 받았단 소리 듣고 와서 아줌마 원망하면 그때가서 후회하세요. 아주 잘들 크겠네요" "지나 잘 하지 웬 참견이래 미친놈.."
-ㅂ- 마지막에 욕한번 질러 주시면서 왕십리쯤에서 초글링 데리고 내리더군요
저도 막 쌍욕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왔지만 그 할아버지 불편하실까봐 간신히 참았어요ㅠㅠ 아오 속터져
정말 마지막에 욕먹고 대꾸 못한게 억울해서 씩씩 거리는데 주위에 5,60대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막
아줌마 욕하면서 기특하다고 제 편 들어주시더군요 (아까 편 들어주셨음 더 좋앗을텐데 잇힝ㅠ)
암튼 그래서 갑자기 쑥스럽고 뿌듯하고 부끄럽고 그래서 저도 다음역에 내려서 다음차 타고 집에 왔어용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