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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로우신 애게님들 프롤로그 여기에 올려봐도 되나요?
게시물ID : animation_523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nchoby
추천 : 3
조회수 : 278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3/04/08 12:57:30

 #Prologue#  그 이야기



 콰앙!


 그 날, 정신을 잃고 죽어가던 나를 깨운 것은 불발탄이 뒤늦게 터지는 소리였다.


 사방이 불바다였고, 육중한 장갑차나 절그럭거리는 군장소리, 군화소리 등은 전혀 없었기에 불발탄이 불의 열기에 못 이겨 터진 것이 맞았을 것이다.


 정신이 들자마자 눈을 살며시 떠 보았다.


 “으큭!”


 격렬하게 눈에 전달된 격통에 흐려져 가던 의식이 어느 정도 되돌아왔다. 눈을 감았다가 다시 조심히 눈을 떠 보니 아프긴 해도 보이긴 하는  걸로 봐서 눈을 직접 다친 것은 아닌 듯 했다.


 눈이 멀쩡하다는 사실에 안도한 것도 잠시, 그 눈에 들어온 참상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차라리 눈을 뜨지 못하게 됐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참혹한 광경이었다.


 [살려줘.]


 아무렇게나 널린 채 기분 나쁜 냄새를 풍기며 타고 있는 시체들.


 그들 모두가 이쪽을 보며 살려달라고 외치는 듯 했다.


 시선을 돌리고 싶었지만 고개가 돌아가지 않았다. 눈도 감기지 않았다. 귀도 막을 수 없었다.


 [살려줘.]


 빌어먹을 이념전쟁에 학도병으로 차출되어 죽어가는 처지에 누굴 살려준단 말인가? 어떻게?


 신이 있다면 제발 어서 죽여 달라고 기도하며 잘 감기지 않는 눈을 억지로 감았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살려달라는 비명에 찬 소리들이 사라졌다.


 ‘죽은…건가?’


 너무나 갑작스러운 변화에 죽는다는 것이 의외로 별거 없구나 하며 속으로 의문을 떠올렸다.


 “지금 죽어가는 거야?”


 그 의문에 누군가가 조금은 엇나간 대답 아닌 대답을 던졌다.


 “응? 죽어가는 거냐고.”


 미성에 앳된 목소리의 주인은 이제 몸을 붙잡고 마구 흔들어대며 대답을 재촉했다.


 처음 손이 닿았을 때 느껴지는 차가운 손의 느낌에 기분이 좋아 살짝 몸이 풀어졌으나, 세차게 흔들어대자 몸의 나사가 풀어지다 못해 다 털려나가는 느낌이었다. 흔들릴 때마다 뼈가 으스러지거나 어긋나는 소리도 심한 고통과 함께 느껴졌다.


 대답을 더 미루다가는 가장 비참한 형태로 죽겠다 싶어 고통에 눈을 뜨지 못하면서도 간신히 입을 열었다.


 “좀 더 지나면 뺨이라도 때리겠네! 아직 살아 있….”


 짜악!


 아마 이때부터였을 것이다. 쓸데없는 예를 들어가며 지적질이나 딴죽을 걸지 않게 된 것이.


 뺨에서 시작된 아픔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죽을 것 같은 아픔에 죽기 전에 상대라도 확인하고 죽자 싶어 눈을 떠 정면을 바라보았다.


 “일어났다! 자, 이제 대답해 줘. 죽어가는 거야?”


 계속해서 이상한 질문을 던지던 사람은 작은 소녀였다.


 주변에 일렁이는 불빛을 받아 붉은 색을 띠는 갈색 머리칼을 가지런히 틀어 올리고 한복 같으면서도 한복은 아닌 이상한 복장을 한 소녀는 똘망똘망한 눈을 한 채 이쪽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상도 못했던 이질적인 풍경에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자 소녀가 곤란하다는 듯 한 표정을 짓고는 다시금 손을 위로 올렸다.


 이번엔 죽는다.


 저걸 한 대 더 맞았다가는 정말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널 것이라는 생각에 모든 힘을 짜내어 막 손을 내리치려는 소녀에게 외쳤다.


 “죄송합니다! 죽어가고 있습니다! 커헉!”


 외마디 비명처럼 피까지 토해가며 소리를 지르자마자 코끝으로 달콤한 사과향이 스쳐갔다.


 그와 동시에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던 가슴속에 신선한 공기가 들어찼고 힘없이 늘어져 있을 뿐이던 몸에는 생기가 감돌았다. 그리고,


 “어? 저기요?”


 꼬옥.


 “다행이야….”


 소녀는 작은 품에 나를 힘껏 안고서 눈물섞인 미소를 지은 채 다행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던 나는 그저 멍하니 그 소녀를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소녀는 눈물을 소매로 한번 훔치고는 안긴 채 그대로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며 얼굴 한가득 기쁜 감정을 드러냈다.


 “이제 내가 쭈욱 안 아프게 해 줄게!”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가 이제 80년이나 된 신이(神以)와 나의 처음 이야기.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감사하며 떠올리는 이야기. 걷는 것을 느끼며, 숨 쉬는 것을 느끼며 떠올리는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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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 무당신, 단군설화 등을 토대로 세계관을 짜고 학원물 비스무리하게 써보려고 합니다.

읽는데 어디가 불편하다, 이건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해주시거나

간략하게 이런저런 조언, 감상평 등 댓글로 써주시면 성은이 망극합니다 (-_-)(_ _)

잡스레기라서 읽을 가치도 없으면 그냥 가시면 됩니다 ㅠㅠ...


애게에 올리는건 약간 시드노벨 쪽을 생각하고 있어서

많이 보시는 분들이 아무래도 책게보다는 여기에 많지 않을까 싶어서 이곳에 올렸습니다 ^^;


현재 가제는 <영생(永生)>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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