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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관 선임 이야기. 전편.
게시물ID : military_207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eio
추천 : 105
조회수 : 10675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3/05/02 05:27:49


군대에선 여려 유형의 사람들을 만난다. 그 중엔 유난히 개념이 없고 눈치가 없는 사람들도 종종 있기 마련이다.

보통 이런사람들을 우리는 고문관이라 부른다. 이런 후임이 한명 있으면 군생활이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피곤한 것이 저런 선임이 있을 때였다. 후임이야 어차피 나보다 아랫사람이기 때문에 뭐라고 하면 

그만이지만 고참의 경우는 내가 뭐라고 할 수도 없이 속만 끓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본 저런 유형의

고참들은 대개 이등병이나 일병때는 주눅들어 있다가 고참들이 하나 둘 제대하고 짬을 먹기 시작하면 대개가 

그때부터 미쳐 날뛰기 시작하는 유형이 대부분이었다. 


그를 처음 봤을때 나는 외국인이 군대에 온 줄 알았다. 엄청 뚜렷한 이목구비와 왠지 종교활동으로 이슬람교를 

선택할것 같았던 그는 토종 한국인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중동스타일의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어딘가 초조해보이고 쫓기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는데 그 이유를 아는데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중대에서 유명한 고문관이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를 치고 욕을 안먹고 지나가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게다가 이등병인 내가 봤을때도 개념이 없다고 느낄 정도로 눈치가 없었다. 어떤 스타일이었냐면 

고참들이 애가 주눅이 들어 실수를 하나싶어 간혹 칭찬을 하면 정말 자기가 잘해서 그런줄 알고 들떠서 결국 

지켜야 할 선을 넘어버리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해안에 있을때는 근무지에 실탄을 가지고 나가기 때문에 우리는 주기적으로 간이탄약고를 정리하고 실셈을 했다. 

그날도 실셈을 위해 간이탄약고에서 탄을 빼고 있었다. 어김없이 전날도 욕을 먹은 그는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인지

그날따라 유달리 열심히 하는 모습이었다. 여기서도 그냥 묵묵히 일을 열심히 하면 고참들이 기특하게 생각할텐데 문제는

항상 자기가 열심히 한다는 걸 고참들 앞에서 티를 낸다는 것이었다. 물론 어느정도의 액션도 필요하지만 이게 너무 

과하다 보니 어느 순간 역효과만 불러 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때도 마찬가지로 고참이 밖에서 담배라도 한대 피우면서 

좀 쉬었다 하자고 했지만 굳이 자기는 혼자 계속하겟다며 눈치없이 굴고 있었다. 다들 밖에서 쉬고있는데 그는 혼자서 

탄을 나르겠다고 탄약고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그를 보며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같은 

생각을 했다. 양쪽에 40미리 고폭탄통을 매고 손에는 박격포탄박스를 들고 나오는 그의 모습은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모습이었다. 그의 아랍풍 외모와 온몸에 둘러맨 폭탄들은 우리들을 마치 CNN뉴스의 한장면을 보고 있는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낑낑대며 탄통을들고 탄약고 밖으로 나오다 그는 그만 문턱에 발이 걸려 자빠지고 말았다. 

순식간에 탄통들은 하늘을 날아 바닥에 쳐박혔다. 다들 너무 놀라 그대로 굳어진 듯 침묵만이 감돌다가 어느 순간 

고참들의 욕설이 튀어나왔다. 탄약고 정리를 할때마다 고참들이 항상 하는 얘기가 고폭탄 종류는 위험하니까 

괜히 무리하지 말고 하나씩 들고 나르라는 말이었는데 그런 사고를 쳐버린 것이었다. 그게 단순한 실수였는지 

아니면 정말로 우리들을 알라신 곁으로 보내려 했었는지는 그만이 알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일은 자연스럽게 

보일러실에서의 회동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때부터 고참들은 그를 알카에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가 일병때였다. 어느 날 저녁시간에 그가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의무대에 가는 일이 잦아졌다. 

처음엔 그냥 몸이 안좋은가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그런일이 점점 잦아지자 고참들도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희안하게도

저녁식사 시간만 되면 꼭 배가 아프다는 것이었다. 라마단기간이라도 된건가 했지만 아무래도 의심스러움을 떨쳐내기 

힘들었던 고참은 그를 붙잡고 추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가 그가 실토한 사실은 최근들어 살이 좀 찌는것 같아

저녁을 굶기위해 일부러 꾀병을 부렸다는 것이었다. 그날도 우리는 알아서 자연스럽게 보일러 실로 향했다. 


그 후로도 몇번씩 그런 모임의 자리를 가지게 되었고 그 자리의 오너는 언제나 그였다. 짬이 좀 차면 나아질줄 알았지만 

짬을 먹으면 먹을수록 나아지기는 커녕 그의 상태는 점점 악화만 되어갔고 선임보다 후임이 많아지게 될 무렵 그의 

병신력은 극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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