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953일을 맞이하는 11월 23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5반 박홍래 학생의 생일입니다.
박홍래 학생입니다.
홍래는 격투기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연년생인 형이랑 같이 열심히 수련을 했고,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에 6월에는 형과 함께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홍래는 이종격투기 선수 중에서 서두원 선수를 가장 좋아해서 방에는 포스터도 여러 장 붙여놓고 꿈을 키웠습니다.
격투기가 특기였지만 홍래는 "엄마 껌딱지"인 귀염둥이 막내였습니다. 아버지가 지방에서 일하셔서 집에 못 들어오시는 때면 홍래하고 형하고 엄마하고 셋이서 심야영화도 보러 가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녔습니다. 홍래는 엄마랑 수다도 잘 떨고 애교도 많아 "딸 노릇까지 해 주는 아들"이었고, 엄마가 원하시는 건 다 해드리겠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홍래가 생활했던 단원고 2학년 5반 기억교실, 8월 19일 교실이송식 전야의 모습입니다.
홍래는 수학여행을 가게 되어 몹시 들뜨고 즐거워했습니다. 특히 배 타고 여행가는 것이 처음이라서 홍래는 설레어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는 침몰하기 시작했고, 홍래는 엄마한테 전화해서 "배가 기울어져 구명조끼 입고 있다, 밖에 바다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어머니는 다른 모든 부모님들처럼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안내방송을 따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거짓된 안내방송을 따르라고 했던 것이 어머니께는 이제 한으로 남았습니다.
홍래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배가 침몰하기 전 형에게 보낸 것이었습니다. 홍래는 "형, 무섭다, 살려줘"라고 했습니다.
홍래는 참사 일주일째이던 4월 23일에 부모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홍래를 잃은 뒤에 형은 홍래가 좋아했던 서두원 선수의 소속사에 연락을 했습니다. 서두원 선수는 홍래의 사연을 알고 2014년 5월 31일 원주에서 열렸던 노르웨이 선수와의 대결에서 홍래를 위해 승리하겠다고 약속한 뒤에 실제로 승리했습니다. 경기에서 이긴 뒤에 서두원 선수는 관람하러 온 홍래 형을 링 위로 초대해서 안아준 뒤에 "약속 지켰다, 나는 오늘 서두원이 아니라 박홍래였다"고 말했습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은 언제나 정상 운영하며 무료입니다. #1111로 문자 보내 홍래의 생일을 축하해 주시면 홍래 가족분들뿐 아니라 분향소에 들르시는 모든 분들과 가족대기실에 계시는 세월호 가족분들께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격투기 선수를 꿈꾸었던 홍래, 그렇지만 부모님과 형에게 언제나 다정하고 귀여운 막내였던 홍래를 잊지 말아 주세요. #1111로 문자 보내 잊지 않는다고, 언제나 함께 한다고 말씀해 주시면 세월호 가족분들께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