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꽤 좋았다고 생각하거든요.
비록 밥이 모자라서 정말 스트레스받고 또 받고 살도 많이 빠졌지만
생활 자체는 마음에 들었거든요.
주어진 일만 하고, 거기다 시키는 일만 하면되니
수동적으로 행동할 때 가장 마음이 편한 저한테는 굉장히 편안한 환경이었습니다.
물론 좋은 것만 있는건 아니였지만요.
선임들이 좋은 사람이 많았다곤하지만, 때리고 욕하는 선임도 있었어요.
그래도 이건 제가 꽤나 젊은 나이에 갔기때문에, 이 사람은 그냥 선임이 아니라
아는 형이다. 자기암시를 하다보면 그냥 견딜만 하더군요.
가끔 정말 모욕적인 순간도 있었지만, 그 순간은 제가 사람이 아니라 군인이라는 생각으로 버텼구요.
유일하게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선임보다는 후임이네요.
제가 있던 분대는 분대원이 부족해서, 오랜 기간동안 3인 체제로 운영이 되었고
그러다보니 제가 일병쯤 되자, 후임을 계속해서 받기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이게 제가 간부들이 생각하기에 조금 우수한 병사라고 생각되어
후임의 교육을 위해 몇개월간의 적응기간을 걸쳐, 다른 분대로 이동시키는 거였더군요 ㅠㅠ.....
저는 정말 오랜 시간동안 파릇파릇한 신병을 한사람몫을 할 수 있는 병사가 될 때 까지 교육하고 떠나보내고
이걸 반복했습니다. 상병때까지요....ㅠㅠ....
이게 괴로운게, 선임중에 이상한 사람이 많듯 당연히 후임으로 오는 사람중에도 이상한 사람이 많아서
때리지않고, 말로 설명하고 반복하고 교육해도
전혀 의지도 보여주지않고, 메모도 안 하고... 직접 해줘도 읽어보지도 않고.......
틀린거 또 틀리고, 어디가서 혼나고 와서 저를 불러가고...
자살증후군이라고 군대에서 설명해주는 개념이 있죠. 제가 한동안 그 상태였습니다 ㅠㅠ
제가 목표가 있어서 (특급전사, 포병교육대 우수수료, 주특기평가 우수) 제 할 일 하기도 바쁜데
몸을 갈아넣는 기분이였죠.
근데 이런것도 다 재미있다싶더라구요.
눈도 엄청나게 왔습니다만, 제가 눈을 좋아해서 강원도로 지원한 것도 있어서
치울 때마다 '와 눈이다 ㅎㅎㅎㅎㅎ' 하면서 치웠기때문에 새벽에 일어나서 치울 때도 재미있었네요.
말이 쓸데없이 길어진 감이 있습니다만,
저처럼 힘들고 괴롭지만 기쁘게 혹은 즐겁게 생각하신 분도 계신가요?
인터넷을 보면 항상 욕밖에 없어서... (물론 당연한 일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복지는 엉망이지 부조리는 남아있지..)
주적은 간부라고들 하지만, 저는 간부들이랑도 연락처 트고 친하게 지내다보니까 나중에 휴가도 같이 나가구요...
간부제의도 이등병때부터 끊임없이 받았습니다만, 나이가 좀 걸리는 거 같아서...
장교는 될 수가 없을 거 같은 상황인데, 하사로 시작하려면 좀 더 일찍 시작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지원하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