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사단의 양평 모 전차부대를 제대했습니다.
평소에도 행정병 출신으로 많은 사고사례를 전파받고, 전파해야 했었던 터라 몇몇 재미있는 이야기는 물론 안타까운 일들도 전해들을 기회가 많았습니다.
전파된 것 말고도 08년 2월의 용문산 인근 헬기 추락사고는 저희부대 뒷산에 추락했던 터라 새벽에 자던애들 다 깨워서 사고현장에 출동도 했었습니다만..
그런 안타까운 사고사례는 조금 미뤄두고, 오늘은 조금 특별한 사고사례를 이야기 해 드리려 합니다.
사고가 일어났던 것은 06년의 한 봄날이었습니다.
일요일을 맞아 면회소에서는 부모님, 친구들, 애인이 찾아와 모두들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요.
대형 장비가 많았던 저희 부대는 전차호 주변에 면회소가 있었고, 사진을 찍어서는 안되는게 FM이긴 했지만 그냥 바깥에서 기념사진 촬영 하는 것 정도는
모두들 암묵적으로 봐 주고 넘어가는 -전차 사진이야 얼마든 구할 수 있으니- 분위기였고, 때문에 으레 산책 겸 면회소를 벗어나 전차호까지 가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주말 당직은 대위급 이상의 중대장급이 맡고 있었기 때문에 간혹 면회자들로 인해 벌어지는 장비 손망실에 대해 특히 민감했고,
때문에 간혹 점심시간을 이용해 전차호까지 순찰을 도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뭐.. 한두달에 한번쯤이지만요.
그것도 맨날 도는 사람만 돌더라만은.
그리고 전차호 옆은 277 전투지휘 장갑차 호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생긴 장갑차로, 이름 그대로 전투를 지휘하는 장갑차지요.
그날도 점심시간에 당직사령이 전차호까지 순찰을 돌고 올라가려는데 277 장갑차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답니다.
그래서 열어봤더니..
내부는 이렇게 지도등을 펴놓고 전투지휘를 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 이 탁자 위에 여자친구를 올려놓고... 그... 하고있었답니다.
간혹 면회자용 화장실 -대대에서 제일 깨끗하게 관리되는- 에서 잡히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처럼 장비 안까지 면회에 이용하는 것은 화장실과 격이 다르다는 판단으로 영창을 만창으로 다녀왔다는 것 같습니다.
두고두고 이 사건은 저희 대대내, 혹은 사단 내에 전설이 되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혹시 이 사건 들으신 분 있으신가요?
저희 사단 사고사례 전파집에는 당당히 기재되어 있던 나름 큰 사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