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조울증이랑 대인기피증이랑 공황장애 있었는데요
대학 가고나서부터 많이 좋아졌거든요
근데 졸업한 후 대학원 입시공부하랴 돈 버랴 그러다가 이도저도 아닌 상황...
벌써 몇 달째 방을 잘 못 치우겠어요. 일 때문에 나가는 거 빼고는 사람들하고도 교류도 못 하겠고...
방바닥에는 모든 물건이 내려와있어요. 물론 쓰레기도 포함이죠
애인관계서부터 모든 게 다 꼬여있는 제 마음 같아요
다 놔버리고 싶어요
방을 치워야한다는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치우려고 할 때마다 어디서부터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울기 시작해요
아침이 오는 것도 너무 무섭고 사람들이 다 절 싫어하는 것만 같아요
마음이 너무 공허해요
죽으면 얼마나 안심일까
나만 없으면 행복한 가정인데 하는 생각도 들고
대학 와서 의례없이 너무 순탄한 생활이 주어졌기 때문에 이제야 본래 생활이 돌아온 듯도 하고
그래 이렇게 찌끄레기처럼 사는 게, 원래 나 다운거야
엄마 말처럼 나는 특별함 하나 없는, 죽어도 티 안나는 소모품이 맞다
대학 다닐 땐 학교 상담센터에서 무료로 계속 상담 받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지금은 식비와 차비만으로도 빠듯해서 상담은 꿈도 못 꾸네요
잘 때 무서워서 재밌는 드라마 틀어놓고 자요
물건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조그마한 방에, 넷북을 밤새 켜두고서 말예요
보다 못한 엄마가 저 없는 새에 강제로 치워뒀을 땐
어떻게서든 제 이불 주위로해서 머리 맡까지 물건들로 다시 채워놔요
안 그럼 안심이 안돼요
오늘은 유난히 더 견딜 수가 없어요
책상 밑에 요를 깔고 잘까해요
의자로는 벽을 삼구요
살고 싶어요
무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