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세살 차이나는 우리 형은 나쁜놈이었음. 어렸을 때 부터 툭하면 날 때려서 울리고, 내가 라면을 끓이면 꼭 젓가락 한짝 덜렁덜렁 들고와서는 '야 비켜' 하면서 뺏어먹던 형이었음.
이번 5월달엔 내 생일이 있었는데, 내 절친한 친구한테서 야옹이 카타리나 스킨 쿠폰을 생일선물로 받았었음. 난 너무 기쁘고 자랑스러워서 형한테 '얔ㅋㅋㅋ 이거봐라 나 야옹카타 스킨생김' 염장을 질렀는데, 그날 저녁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고 집에 돌아오니 형이 롤을 키고있음. 픽화면이었음. 형은 카타리나를 픽했음. 야옹이 카타리나였음.
순간 뒤통수가 싸해지면서 아무말도 못하다가 "형 저거 내꺼야?" 간신히 물었더니 이새끼가 실실 웃으면서 "하도 자랑하길래 등록한줄알고 한번 쳐봤는데 아직 안쓴거드라? ㅋㅋㅋ 먄" 이럼. 난 고딩이 쪽팔리게 울고불고 하면서 돌려내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저건 사람새낀지 뭔지 "폭력은 모든걸 해결해주지." 카타 픽대사 읊으면서 좋다고 웃어댐.
그런데 이번 챔스 결승에 갔던 형이 라이엇 그레이브즈 쿠폰을 받아왔음. 난 카타리나의 복수를 다짐하며 형이 잠깐 나간 사이에 스킨 쿠폰을 몰래 훔쳐다가 재빨리 등록해버림. 그리고 돌아온 형한테 "나 그브 스킨 실수로 등록해버림 ㅋㅋ 쓴건줄 알았는데 새거더라고" 이럼.
근데 불같이 화낼줄 알았던 형이 웃으면서 "야 그거 어차피 너 줄꺼였어 ㅋㅋㅋ 병신이 감동도 모르네" 말하곤 "난 어차피 쓸일도 없다" 하면서 지 방으로 문닫고 들어가는데, 순간 눈물이 왈칵 나와버림.
지금까진 형이 군대에 간다는게 실감나지 않았음. 그래서 며칠전에 "ㅋㅋㅋ 나 군대가면 너 집에서 혼자 뭐할꺼냐" 형이 물을때도 "빨랑 가버려 비좁으니깤ㅋㅋ" 웃어넘겼었음.
내일이면 우리 형은 집에 없을꺼임. 이제 형은 거실에서 나는 안방에서 듀오랭 돌리며 서로 욕하고 마지못해 칭찬하고 연승하는 날이면 기분좋게 피자 한판 시켜다가 야구 보면서 배불렸던 시간들은 다시 있지 않을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