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소년은 꿈 꾼다.
허나 현실이란 잔인한 동화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이야기 속의 주인공 같이 용감해질 수 없었다.
책장의 끝은 언제나 가난하고, 비겁하며, 타협했다.
소년의 뜰은 화려한 색채가 전혀 피어나지 않은
메마른 사막과 같아, 이제는 자취를 감추어버린 꿈을 깊이 파묻었다.
오래 전 멸종된 공룡의 발자국 화석처럼 단단하게 썩어가겠지.
이후로 간혹 거울에 비친 무미건조한 표정을 보며
딱히 이상하다고 느끼진 않았다.
당연히 그래왔으리라 믿었으니까.
그대를 만나기 전까지.
당신이 던진 조약돌은 고요한 가슴에 파문을 일으켜
한 번의 일렁임을 만들고 곧 수천 개의 물결로 퍼져
소년의 뜰을 적시기 시작한다.
그대에게 고하길.
덕분에 웃고, 긴장하고, 떨리며, 흥분하며, 심장이 두근거리는,
말랑말랑한 마쉬멜로우가 되었음을.
설렘, 죽어버린 꿈의 시체를 살리는 마법 같은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