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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서 <1>
게시물ID : humorstory_3781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다고담
추천 : 0
조회수 : 24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5/06 15:46:48
‘그 사람을 만난 건 그 날 이였어요. 벚꽃 비가 내리던 4월 14일..‘
 
화창하게 피어난 벚꽃 나무 아래로, 무리지은 학생들이 한 명 두 명 등교를 하기 시작한다. 수정은 괜스레 인상을 찌푸린다. 자신은 이 학교의 교사였다. 그녀가 원해서 들어간 것은 사실이었지만 사실 그녀가 가장 교사를 하고 싶어 했던 큰 이유는 성격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말하는 생각만 해도 다리가 떨렸던 그녀는 자신의 성격이 너무 싫었다. 어릴적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때면 그리 주눅들지 않다가도 숙제를 발표하거나 무리 지은 사람들 앞에 설 자리가 생기게 되면 입은 그저 얼어붙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얼마 없었다. 그렇게 고치고 싶어했던 성격 때문인지 덕분인지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고 사람을 가르치는 일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대학생활을 할때도 그녀의 소극적인 성격은 변함 없었다. 고쳐질 기미가 안보이는 성격은 끝내 그녀가 교사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종종 드러났다. 그녀가 학생들을 가르치다가도, 학생들이 자신을 주목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이내 얼어붙기 일쑤였다. ‘나, 선생님 맞아?’ 하루에도 수십번 속으로 중얼거리는 그녀의 마음을 아무도 알 리 없었다. 그래도 가르치는 것은 자신 있었고 아이들을 혼내는 성격도 아닌데다가, 흔히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던 탓인지 학생들에게 언제나 인기가 많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수업이 있는 날. 살짝 막막한 기분이 들었던 그녀는 벚꽃나무들을 지나 교문 안으로 들어간다. 어느새 봄이 온 모양인지 벚꽃나무가 활짝 꽃을 피워 반짝 빛났다. 봄과 닮은 그녀는 현재, 아무도 만나고 있지 않았다. 사실, 만날 수 없었는게 맞았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외모 탓에,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남자들의 대시는 끊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들에게 언제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녀는 그들의 접근이 싫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입을 열 수 없었다. 번번히 약속을 나가게 되도 침묵하고, 문자나 전화를 해도 침묵하는 그녀를 그들은 접근을 하다가도 고개를 돌리곤 했다. 언제나 자신의 성격 탓에 가로막히는 말을 어쩔 줄 몰라 그냥 아무 이야기 하지 않았을 뿐이었는데, 연애에서도 큰 장벽이 되었다. 그녀도 연애란 것을 해보고 싶었다.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던 연애란 것이 자신에게는 성격을 더욱 싫어하게 되는 또 다른 계기가 되었다. 봄은 오는데, 그녀는 여전했다. ‘휴, 수업 준비 해야지..’
 
“필재 씨!” ”네 말씀하세요.“ ”이거 과장님 책상에 좀 부탁해요!“
필재는 상미가 건내 준 결재 서류를 들고 과장님 자리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필재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됀 신입 사원이었다. 스물 셋에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뒤, 몇 년간 취업 준비생으로 전전긍긍하다 끝내 작은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그의 나이 스물 여덟이었다. 스스로의 삶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겠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의 탓이었다. 대학생활 당시 그는 술을 좋아하는 남자였다. 수업을 빼먹고 술을 먹으러 가기도 하고, 만나는 사람도 끊이지 않았다. 정말, 바삐 놀았다라고 밖에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그가 할 수 있는 온갖 유흥거리를 찾아 생활하는 방랑객이었다. 자신은 자유인이라며, 회사생활따위는 절대 하지 않을거라며 자신있게 외치던 스무살 이후로, 그에게 노는 것의 쉼이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던 회사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문득 떠오른 지나간 과거를 생각하니 괜스레 웃음이 나와 피식, 웃는다.
 
“뭐가 그렇게 즐거워요?” “아, 상미 선배.”
상미는 그의 직장 상사였다. 자신보다 나이가 한 살 어린데도 불구하고, 군대를 갔다온 탓인지 회사 입사를 먼저 한 그녀였다. 그녀는 언제나 밝은 목소리로 자신에게 먼저 인사했다. 회식 자리에서도, 회사에서도 언제나 그녀는 그를 챙겨주었다. 처음엔 그저 고마움이 들었지만 점점 그런 그녀가 상사가 아닌 여자로 보였다. 회사가 아니고 나이가 조금만 더 어렸다면 이내 대쉬를 했으리라. 그러나, 자신은 신입 사원이었고, 아직 회사 적응을 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써야했기에 마음을 꾹 억눌렀지만, 조금씩은 그녀에게 보답을 했다. 상미도 그런 그가 싫지는 않은 눈치였다. 그녀는 사실 필재가 입사한 직후부터 필재가 마음에 들었다. 필재의 외모가 준수한 편은 아니었지만, 왠지 모를 끌림에 그에게만은 진심으로 대했다. 그녀는 그리 예쁜 편이 아니었지만 항상 웃는 모습으로 친절히 대하는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을 남자는 없기에 주변엔 언제나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노린 행동인 것을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예쁘지 않은 외모를 지닌 탓에 그녀가 만났었던 남자들은 그녀에게 상처를 주기 일쑤였고, 상처가 가득했던 그녀는 스스로를 속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서히 남들도 속기 시작했다. 자신은 그렇게 착하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주변 남자들은 모두 그녀가 웃으며 다가오는 모습에 익숙했지만, 언제나 그녀가 집에 들어와 자신의 얼굴을 볼 때면 웃음기는 깨끗이 지워진 상태였다. 그런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때는, 다가오는 남자가 더 이상 그녀에게 필요가 없었을 때였다. 그러나 그에게만큼은, 필재에게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언제나 그에겐 진심으로 대했다. 언젠가 자신이 깊이 사랑했었던 첫사랑과 닮았기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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