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를 둘러보다 보면 각양각색들의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인생사를 하소연 하듯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어떤 게시판보다 고민게시판이 더욱더 재미지고 흥미롭게 느껴지는 편이다.
아무래도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드라마에 자연스레 열광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작게는 '내일 소개팅때 뭐 입고 나가지'
에서부터, 크게는 개인의 가족사 까지 각자의 이야기에 따라 고민도 각양각색이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핵심 키워드는 현재의 선택이 몰고 올 앞으로의 파장에 관한 두려움이라고 일축하고 싶다.
그렇다면 일단 이야기에 앞서 고민이 왜 오는지 생각해보자. 고민은 왜 오는가?
불안하기 때문에, 두렵기 때문에 오는거다. 내가 겪을 시련이 겁나서. 그럼 왜 두렵겠나?
당연히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얼마나 고될지 상상이 안되기 때문이다.당연한 말이다.
그런고로, 해결책은 역시 당연하게도,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무뎌지는 것이다. 예시를 들어보자.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을 할지 말지 고민을 하는 남자가 있다. 그가 고민하는 이유는 당연히, 고백은 하고싶은데 거절당하고 난 후의 파장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때 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제시된다.
하나, 고백을 하지 않음으로써 절대 차이지 않는 법. 아니면 둘, 차이고 차여서 가루가 될 지언정 이를 무릅쓰고 시도하는 것.
첫번째는 문제에 대한 회피이다. 이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나를 지키는 방법은 될수 있으나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 하지 못할 뿐더러, 여전히 그 문제에 관한 한, 연약한 상태를 벗어날수 없다.
두번째 방법은 전문용어로 ‘개돌’ 혹은 ‘닥돌’이라 하며, 단어의 접두사만 보아도 유추할수 있듯이 존나 개고생 하는 길이다.
이건 뭐 마초스러움을 넘어서서 무식한거다.
하지만 당신이 버텨낼 수만 있다면, 당신은 그만큼 성장한다. 생각해보자.
친애하는 오유인들에게는 당연한 것이지만 고백 실패로 인해서 차인다고 가정을 해보자. 이런 경우에 그 스펙트럼은 여러분의 생각보다 훨씬 넓다. 상대가 정중하게 ‘당신은 좋은 사람이나 내 타입은 아닌 것 같다.’ 라고 말할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어쩌면 ‘너 그렇게 안봤는데’를 연발하며 당신을 향한 조소를 띄울수도 있는 것이고, 주변 사람들의 10년치 술 안주거리가 될 확률도 엄연히 있는 것이다. 그러나 거꾸로 보자면, 당신이 비참하게 차이면 차여볼수록 그에 관한 저항도 높아진다는 말이다.
마치 자신보다 더 센 몹을 잡으면 경험치가 더 쫙쫙 차는 그런 이치와도 일맥상통한다(물론 여기서 당신은 당하는 입장이지만).
그리하여 당신은 여자쪽에서 네놈이 싫다는 의사를 표현하고자 720도 스피닝 킥을 오른쪽 아구창에 꽃는 걸로 대신 하는게 아닌 이상에야 여자의 반응을 담담하게 넘길수 있는 경지에 오를수 있는것이다.
여러분은 인생에서 자전거를 처음 배웠던 날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자전거를 타기전에는 느낌이어땠나?
타는 법을 배우고 난 후에는? 자전거를 능숙하게 타기 위해서는 많이 넘어져 봐야한다, 아니 많이 넘어질수 밖에 없다.
당신이 자전거를 안타기로 결정했다면 다치치는 않지만 영원히 자전거를 타는 희열을 누릴 수가 없을것이다.
내가 정의짓는 용기는 절대 불확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내 자신과 주변의 모든 상황을 파악했을 때 생기는 자신감, 그것이 용기의 바탕이다.
내가 어떻게 몸을 놀려야 자전거의 중심을 안 놓치는지, 어떻게 넘어져야 최대한 덜 아픈지 파악이 되어야
비로소 ‘생각보다 별거 아닌데?’ 라는 허세 섞인 목소리라도 내 볼 수 있는것이다. 그러니 고민되는 것이 있는 당신, 지금 당장 부딪혀보라.
그게 일이든 연애든 진로든 상관없다.
내 자신이 어디까지 버텨낼수 있는 사람인지 파악부터 하시라. 그렇다고 해서 앞뒤 안가리고 덤비라는 건 절대 아니다.
겁이 없는 사람들은 그냥 무작정 덤볐다가 헤어나올수 없는 트라우마에 갖혀버린다. 이건 용기 아니다. 객기지.
렙 10짜리 뉴비가 렙 99 랭커한테 PvP 신청했다가는 개털되고 게임 다시는 안잡는거랑 같은 이치다.
담담하게 그러나 성급하지 않게, 당신이 우려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최악인 상황을 스텝 바이 스텝으로 경험해보라.
그런 경험이 누적되고 누적되어 당신이 처음 가지고 있던 고민을 압도하는 순간, 별게 아니었다는 걸 깨달을것이라 믿는다.
다시한번 말한다. 유독 겁많은 당신, 축하한다. 겁 많은 건 축복이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극도로 예민하게 세팅된 자기보호본능을
가지고 죽지 않을 만큼만의 시련을 조금씩 겪어 보는 것이다. 한번 사는 인생, 죽을 각오로 도전하라. 그거 다 개소리다.
그러다 진짜 죽기라도 하면 누가 책임 질건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안타깝게도 영웅의 판타지를 흠모하는 사회다.
하지만 당신이 무협지에 나오는 60갑자의 절대내공의 기운을 타고난 주인공이 아닌바에야 폭풍우 같은 시련에 백이면 백 다 좌절한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전철역에서 맨몸으로 노숙하다 입도 한번 돌아가보고, 맘에 드는 아가씨한테
다짜고짜 번호 물어봤다가 이상한놈 취급도 당해보자.
이러저러한 당다양한 실패경험을 디딤돌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자가 세상에 당당히 맞설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모쪼록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앞날을 대할수 있는 여러분들이 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