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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KBS)
'지각하면 앉았다 일어났다 100회…. 건물 안팎에서 남녀 간 대화를 하거나 함께 다니는 것은 금지. 처음 적발 시 앉았다 일어났다 100회. 두 번째는 앉았다 일어났다 100회+서약서, 세 번째는 퇴원...'1)
최근 2,30대 성인들이 다니는 공무원 시험 준비학원의 모습이다. 지각이나 조퇴를 해 게으른 모습을 보이거나 이성교제를 하는 등 규율을 어기면, 자체적으로 처벌을 받고 심지어는 체벌을 당한다고도 한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오늘날 청년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의 삶을 부모님, 선생님들에게 맡겨버린다. 초등학교, 이르면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학교와 학원의 틀에 맞춰 공부하라면 하라는대로, 피아노를 배우라면 그런데로, 삶의 운전대를 타인에게 넘기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그렇게 살아서 행복해졌는지 묻고 싶다.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헬조선, 취업절벽, N포 세대의 설움은 결코 기성세대의 지도를 따르지 않아서 생긴 게 아니다. 오히려 중심을 잃고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해, 주위의 말 한 마디에 이리 저리 휩쓸리다 보니 이 지경이 됐다고 보는 게 옳다.
문제는 젊은이들이 '노예의 삶'에 익숙해져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승자독식의 경쟁 사회 속에서, 조직의 논리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을 보곤 '억울하면 갑이 돼야 한다'는 자조섞인 다짐을 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사측이 강요한 '유니폼 착용 시 근무 시간 이후라도 전화 사용 금지', '음료수를 이동하며 마시는 행위 금지' 등의 지시사항에 문제를 제기하며 대한항공 승무원이 퇴사한 것이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적지 않은 네티즌들이 '유니폼을 입으면 회사를 대표하는 건데 당연한 거 아니냐', '돈 받고 일하는 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2)는 식의 반응을 보였던 데에도 이런 '노예 근성'이 깔려 있다.
'알아서 기는' 생존 방식은 정치권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을 'IS 테러리스트'에 비유하는 대통령과 그 발언 이후 집시법 발의에 열을 올리는 여당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20대 뇌 안에 자리잡은 '억울하면 갑이 되라', '갑을 이길 수 없다면 그들의 편에 서라'는 '정글 이데올로기'는 더욱 공고해진다.
몇 년 전, 프랑스 대학생들이 학생 숫자에 비해 하숙집이나 기숙사 등 독립적인 주거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대적인 시위에 나섰다고 한다. 선전구호도 가히 충격적이었는데, 시위 포스터로 부모님 앞에서 성관계를 갖는 남녀의 사진을 그려 넣어, 해외 언론에 크게 보도가 됐었다.
이를 본 한국 학생들은 어떤 반응이었을까. 사회학자 엄기호는 자신의 수업시간, 학생들에게 이를 공개했을 때,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한국 학생들은 단 한번도 자신들이 그러한 권리의 주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 대학생들이 공부'도' 하는 존재가 아니라 공부'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랑은 그들의 권리 목록에서 누락되어 있다." 3)
한편, 사회학자 오찬호는 대학생들이 주도하는 사회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그 이유로 "대학 수업이 탄력을 받으려면 중고등학교 때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가 중요" 한데 우리나라 공교육은 "문제집만 푸는 공부이기 때문에, 생각하는 연습이 전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 말했다.4)
두 학자의 분석을 종합하자면, 20대는 공부밖에 할 줄 모르는데 그마저도 자유로운 사고를 위한 공부가 아닌 시험 성적만을 위한 공부를 했기 때문에 더 나은 사회를 꿈꿀 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좀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조국 교수도 오늘날 사회가 젊은이들에게 'SKY 대학'과 대기업 취업만을 강요하고 있지만, 아무리 스펙 관리를 해도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건 소수에 불과하고 그 소수마저도 행복하기 힘들다며 다음과 같은 '발상의 전환'을 당부한다.
"학생들에게 잠시라도 수험서를 덮으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입시나 취업준비가 아닌 다른 무엇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대학생이라면 1~2학기 정도 학업을 쉬더라도 하고 싶은 분야와 관련된 일에 푹 빠져보는 것도 대찬성이다."5)
김혜남 정신분석 전문의 역시 외부 조건에 인생의 모든 것을 거는 삶이 개인의 심리에 미치는 폐혜를 언급하며 주체적인 삶을 살 것을 역설한다.
"꿈을 외부적 조건에만 맞추게 되면 우리는 정작 자신의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외면하거나 듣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에만 목매달게 된다. 아무리 외적으로 화려해 보여도 그저 주어진 조건에 맞춰 따라가다 보니 수동적인 무력감에 시달리며, 공허함과 외로움으로 둥둥 떠다니는 삶을 살게되는 것이다. 한창 꿈을 꿔야 할 젊은이들이 냉혹하고 거대한 사회의 현실에 부딪혀 무기력감에 빠진 채 꿈꾸리를 포기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6)
물론 나만의 결정으로 내 인생을 꾸려나가는 건 힘든 일이다.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나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남자 주인공 크리스천은 서브미시므(가학적 성행위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장점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 지, 그게 해도 되는 일인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꼽는다. 도미넌트(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의 명령에 따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편하다는 것이다.
지금껏 20대가 남들이 정해준 길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 것도 '정해진 길'이 주는 안정감을 포기하기 싫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남들에게 명령받고 학대당하는 성행위를 즐기는 사람이라도 인생의 모든 부분에서 노예로 살지는 않는다. 그렇듯 우리 젊은이들도 언제까지나 기성세대가 시키는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 늦기 전에 남들이 닦아놓은 길을 벗어나 내 삶의 주인이 돼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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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funnysister.tistory.com/entry/%EB%85%B8%EC%98%88%EC%9D%98-%EA%B8%B8-%EC%9E%90%EC%9C%A0%EC%9D%98-%EA%B8%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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