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한지 불과 얼마 되지 않은, 늦은 오후.
때는 여름이었지만 약간의 바람과 지역의 특성으로 그다지 덥다는 느낌은 없었지.
이제 막 떠나가는 버스를 뒤로 하고 종종걸음으로 걷던 너는
뭔가에 홀린듯, 혹은 의아한듯 부자연스런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었어.
자꾸 힐끔힐끔 뒤를 돌아보던 너는
뭔가를 결심한 듯 빠른 걸음으로 귀가를 서둘렀고.
누가 보더라도 그 모습은 마치
누군가 너를 쫓고 있고, 너는 그 알수 없는 공포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형상이었어.
나는 결심했지.
이대로 그냥 너를 따라가면 왠지 억울한 누명을 쓸것 같은 느낌에
따라잡아서 오해를 풀어주고 싶었어.
그러나
걸을음 빨리 할수록 너 또한 더 빨리 달아나려 했고
그것에 보폭을 맞추자니 왠지 내가 범법을 위해 너를 미행 하는 것처럼 보일까
외려 내가 두려웠어.
그런데도 집까지는 아직도 10분정도는 더 걸어야 했는데
그 10분동안의 오해를 나는 받기 싫었던거야.
이런 와중에 우리는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걷는 것보단 빠르지만 달리는 것보단 느린 이동을 하고 있었고
넌 울고 있었을거야.
가끔씩 눈가로 올라가는 팔과 미친듯 허우적대는 너의 모습에서 알수 있었어.
난 오해를 풀고 싶었다.
난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야.
난 너를 어떻게 해볼려고 하는 사람도 아니야.
난 단지..................
그때 같은 동네의 아줌마가 골목에서 나왔는데
너는 희망이라도 만난듯 "아즘ㅁ ㅏ 사 ㅓㄻ;ㅇㄹ마닝;으허~~~~~~"
하며 그 아줌마를 향해 달렸고
외려 영문을 몰라하던 아줌마도 달리기 시작했지.
어느새 우리의 질주는 그 여정을 끝냈어.
우리 집 앞에서.
우리엄마를 보자마자 달려가는 너와.
잠시 너의 말을 들은 엄마가 나에게 달려와
불꽃 싸다구를 날리며 "사촌 누나를 겁먹게 하면 쓰냐?"고 나무라는 그 순간에서야
내가 너의 동생인걸
너는 알아챘던거야.
선미야.
이렇게 생긴게 내 잘못은 아니잖니?
뒤진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