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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인형
게시물ID : humorbest_5283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제동네북ㅋ
추천 : 13
조회수 : 2569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9/16 11:49:12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9/14 21:19:37

해부학실 에서만 봤을법한 은색 빛 실험대위에 ㄱ은 자기 키보다 조금 작은 인형을 내려다 놓았다. 


뽀얀 인형은 눈을 다소곳이 감은 채 알싸한 약품냄새를 풍겼다. 피 비린내도 나는 듯하였으나, 약품냄새에 가려 잘 나지 않았다. 


은 마치 인형에게서 달콤한 향수냄새라도 난다는 양 하얀 목덜미에서 깊숙이 향을 들이켰다. 자연스레 푸근한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그리고 눈썹, 코, 인중, 입술, 볼을 차례로 쓰다듬었다. 마치 그 느낌은 살아있는 사람마냥 뽀송하고 솜털도 가시지 않아 ㄱ에게 소름돋는 전율을 느끼게 해주었다. 


더 나아가 ㄱ은 인형의 입술을 부드럽게 핥았다. 성에 차지 않았는지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어 치우듯 인형에게 키스를 퍼부었지만 곧 몸을 일으켜 인형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ㄱ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지막이 욕을 하더니 다짜고짜 인형의 뺨을 때렸다. 왜 여전히 내 키스를 받아주지 않는냐는 듯. 


처음 인형에게 모든 사랑을 다 퍼부어 줄 듯한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싸늘한 표정으로 인형을 빤히 바라보던 ㄱ은 차가운 스텐레스위에 인형을 내버려 둔채 거실로 나와 소파에 털썩 앉았다. 리모컨을 찾던 ㄱ은 아! 하고 짧은 탄식음을 낸 뒤 다시 인형에게로 돌아가 인형 머리맡에 있는 리모컨을 가지고 나와 티비를 켰다.




“촉망받던 젊은 ceo ㄴ씨의 실종사건을 두고 경찰은 진전 없는 수사를 일주일째 이어가고 있습니다. 평소 원한관계도 없고, 경제적 문제도 없었다는 지인의 증언에 따라 ㄴ씨의 행방은 더욱 더 오리무중 인데요. 한편 ㄴ씨의 실종 다음날 친한 동료사이로 잘 알려진 ㄱ씨가 거액의 돈을 인출해서 돌연 잠적해 더욱 더 귀추가..”




가만히 티비를 보던 ㄱ은  티비를 '탁' 꺼버리고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세상이 자기 인형에게 과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좀 둘이 있고 싶다는데 왜 그리 우리를 찾는지 모르겠다. 내 인형인데. 기분이 더욱 나빠진 ㄱ은 신경질적으로 일어나 다시 방으로 들어가 인형의 옆에 누웠다. 


ㄱ은 옆으로 누워 다소곳이 누워있는 인형을 꼼꼼히 바라보았다. 마치 일곱 살 여자아이가 처음으로 바비인형을 선물 받은 듯 계속 코도 만져보고 눈썹도 만져보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었다. 혹여나 인형이 추워할까 자신의 이불도 반쯤 내어주었다. 그리고 ㄱ은 인형을 만난 처음으로 가장 편안한 잠에 빠져들었다.






“ㄴ씨가 실종된지 보름만에 동료 ㄱ씨와 사체로 발견돼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ㄴ씨가 박제된 상태였다고 하는데요, 이에 따라 경찰은 ㄱ씨가 ㄴ씨를 납치, 살인을 저지른 뒤 이와 같은 일을 저질렀을 것이라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ㄱ씨는 약물로 자살을 선택했다고 알려져..”


그리고 뉴스는 계속 되었다.




“아, 최초발견시 사체들은 침대위에 나란히 누워있는 상태였습니다. ㄱ씨는 사망한지 최소 일주일은 되어 보이나, 사체에 부패가 거의 진행되지 않아 좀 더 수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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