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 직장에서 첫 출근을 했습니다.
화기애애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좋았는데요, 오늘 아침 15분 일찍 출근해서 앉아 있는데 어떤 부장님이 오셔서는 말을 건네더군요.
근데 대뜸 아빠는 뭐하시냐 묻더이다.
직장에서 부모님 뭐하는지, 출근 이틀만에 묻는 게 상식적인가 생각도 했지만 그냥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아빠랑 같이 안 살아요."
그러자 부장님이 아니 왜? 묻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하셨어요. 라고 대답하자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시는데? 또 묻습니다.
지금껏 겪어온 바로는 이혼했다 정도면 아 그렇구나, 정도에서 끝나기 마련인데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나 직장에선 까라면 까야죠.
건설업에 종사하셨어요. 라고 대답하니, 하여튼 건설 그 새끼들은 다 잡놈들이야, 이러십니다.
저게 위로인가요?
우리 아버지 건설업에 종사하셨지만, 매주 외식하러 데리고 다니시고, 자고 있을 때 머리맡에 인형 선물도 몰래 두고 갈 만큼 가정적이고 딸을 사랑하는 분입니다. 말썽 피운 적도 없지만, 딸한테 큰소리 한번 안 하시고 전화할 때마다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분이에요. 정말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고, 제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이자 저의 이상형이 우리 아빤데, 전후사정도 모르고 대뜸 저런 말을 내뱉는 게 너무 속상하더군요. 그러나 그냥 그 앞에선 가만히 웃고 있었지요.
일 때문에 잊고 있다가 집에 오면서 다시 생각나는데... 정말 너무 속이 상합니다.
우리 아빠는 일면식도 한 적 없는 사람 욕하는 댁보다 훨씬 훌륭한 분이라고 대꾸하지 못한 게 너무 슬프고 속상하네요.
윗사람이라 뭐라 할 수도 없지만, 정말 내일 출근해서 한 마디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