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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이라 써보는 딸바보 우리 아빠~^.^
게시물ID : freeboard_6816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베베루미
추천 : 2
조회수 : 43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5/08 11:08:07

아빠가 지방에 일하러 가셔서ㅜ. ㅜ 집에 안계시므로 음슴체 쓸게용.

 

요새 들어 딸바보 아빠들이 부각되고 있는데 

트렌드세터인 우리 아빠는 28년전부터 딸바보였음!ㅎ

재미있을진 모르겠지만 생각나는 일화 몇 개 말해보겠음ㅎ  

  

우선 내가 태어났을 때 얘기임 ㅎ

나는 소위 말하는 거꾸리였는데(역아)

당시만 해도 제왕절개가 보편적인 수술이 아니어서

엄마랑 내가 잘못될까봐 아빠가 일하면서 계속 울었다고 함 ㅎㅎ  

병원와서도 내가 태어날때까지 계속 울고ㅎㅎ  

 

그러다 내가 태어남! 뚜둥!

우리 아빠 감격에 넘침

세상에 이렇게 예쁜 아기는 처음 봤다고 함

나한테도 직접 말씀하시길 둘째는 쪼글쪼글하고 못생겼는데

나는 금방 낳았는데도 얼굴이 하얗고 매끈매끈한게 진짜 예뻤다고 함 ㅎ

태어났을때 사진봤는데 둘다 똑같이 쪼글쪼글하고 못생김 ..

 

사진하니까 생각난건데

난 어릴 때 사진이 아빠 무릎에 앉거나 아빠 품에 안겨있거나 업힌 사진밖에 없음

엄마랑 찍은 사진이 거의 없음.

 

학교다닐 때 남동생보다 용돈 많이 받았음 

여자애들은 남자애들과는 달리 밤늦게 올때 위험해서 택시 타야한다는 게 이유였음

근데 밤늦게 들어온적이 한번도 없음 .. 아빠가 데리러옴

 

노량진에서 재수할때 일임

결국은 실패했지만;ㅠㅠ 하루에 5시간 간신히 자면서 공부했기때문에 주말엔 자는게 일이었음 

더군다나 서울에서 집까지 3시간 정도 걸려서

쉽게 집에 갈 수가 없었음 ㅎㅎ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아빠보러 감

 

우리집은 초등학교때 부모님 이혼해서 3년전에 재결합하심

내가 재수할땐 아빠 혼자 계실때였는데

버스 도착할 시간에 맞춰서 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식당에 밥 시켜놓으시고

내가 버스에서 내리니 아빠가 식당에서 막 뛰어나오셨음

우리 키우느라 고생많이 하셔서 한쪽 다리에 연골이 없으신데

절뚝절뚝한 발걸음으로 어찌나 행복하게 웃으시던지

억지로 눈물 참으면서 겨우 겨우 밥먹었음 ㅎㅎ

 

그리고 내가 500원짜리를 정말 좋아함 ㅎㅎ

아빠가 나준다고 500원짜리 다 골라서 챙겨놓으셨음 ..ㅎㅎ

그 날 갔다가 그 날 오는 와야해서 밥 먹고 여름옷만 챙겨서 바로 오는데

아빠가 버스 가는데도 계속 손흔들면서 안들어가시는거임 ..

나도 등돌려서 아빠 계속 보고있는데 아빠가 점이 될정도로 작아졌는데도 미동도 없이 계속 거기 계셨음

엄청 울었음 ..    

  

우리 아빠는 나를 사랑하다못해 내 친구들도 다 사랑함

내가 나온 학교가 남녀공학이었는데 친구들 군대갈때

일일히 집으로 불러서 고기 궈주시면서 소주 따라주셨음

군대는 사회 생활의 축소판이라면서 군대에서 적응 잘 하는 애들은

사회 나가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잘 버티라고 좋은 얘기 많이 해주심  

나중에 입대한 친구들이 편지 보냈는데 내 얘기는 없고 우리 아빠 얘기밖에 없음  

 

어디에서 봤는지 기억은 잘 안나는데 

부모한테 재산으로 차별받는 딸 이야기가 올라옴

아빠한테 말씀드렸더니 아직도 그런 미친놈이 있냐고 말씀하심

 

아빠 친구분들이 집에 놀러오시면 나 시집 안보내냐고 말씀하심

아빠가 어린애한테 무슨 벌써 시집 얘기를 하냐고 화내심

나 내일 모레 서른임

 

어릴적부터 아빠가 있으나 없으나 잘때 문단속 꼭 하라고 신신당부함

그래서 내가 왜? 그랬더니 부모고 형제고 친구고 여자는 아무도 믿으면 안된다면서

방문 꼭 잠그고 자라하심

평상시가 진돗개 2라면 친척들 올때는 데프콘 발령임 ㅎ

 

아직 나는 면허가 없음

아빠때문임

면허 따겠다고 따겠다고 애원하는데 들은 척도 안하심

이유를 물어봤더니 내가 운전하는 거 상상만 해도

아빠 몸이 부서지는 것 같다하심

대신 언제든 어디든 내가 필요할땐 달려오시겠다고 하심 

실상은 귀찮다고 택시타고 가라고 하심 ㅎㅎ

아빠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빠가 결혼 얘기 나오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음

너는 나한테 보석임

근데 보석인줄 못알아보고 서랍 속에 쳐박아두는 놈이 있고

매일매일 더 빛날 수 있도록 깨끗하게 닦아줄 사람이 있다고 하심

그러니 너를 조금이라도 하찮게 여기는 놈한텐 1초도 아까우니

시간낭비하지 말고 서로의 보석이 되고 긍지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고 하심 ㅎ

 

그동안 나는 제 길을 잘 못찾아가고

우리 막내는 일찍이 자기 길 잘 찾아가고 있어서

내가 부끄럽고 민망할 때가 많음

부모님한테 해드리는 것도 그렇고 나 스스로한테도 그렇고  

근데 그렇게 속상할때 아빠가 해주시는 말씀이 있음

사람마다 성장속도는 다 다르기 마련이고

빨리 자라건 늦게 자라건 지켜보는 사람한텐

그저 하루하루가 모두 소중하다고 하심 ㅎㅎ

 

우리 아빠 멋있죠? ㅎㅎ

 

어릴때 파란만장한 가정사를 핑계로

방황도 많이 하고 그것때문에 여지껏

갈피를 못 잡고 휘청거리고 그때마다

스스로의 정신을 참 학대하다시피 했는데 

항상 아빠가 자존감을 키워주셨어요 ㅎㅎ

 

지금 일하러 지방에 가계시는데

꽃도 못달아드리고 참 .. 너무 보고싶습니다.

 

오늘 어버이날인데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전화 한번씩 드립시다 ㅎㅎ

 

그리고 지금 길을 잃으신 분들, 우리 모두 잘 되서 부모님께 효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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