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포항시외버스터미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오랜만에 여자친구를 보러 동대구로 가는 차였습니다 매표소 앞은 이미 사람들이 바글바글했고 저는 그 중에서 줄이 짧았던 한 줄 뒤에 자리했습니다 알고보니 줄이 짧은 이유가 있었더군요
제가 선 줄은 해병대 소위 장교들이 한 10명 가량 선 줄이었습니다 그런데 줄이 줄지가 않아요! 옆 줄에 같은 선상에 있던 분들은 이미 표를 사고 났을 시간인데 말이죠 처음에는 장교할인 등을 받느라 시간이 걸리나보다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 걸리길래 보니 바로 옆에 있는 ATM기에서 돈을 뽑은 다른 장교들이 제일 앞줄에 있는 분께 계속 돈을 건넸던 겁니다 "내 꺼도" "서울 하나만" 이러면서 하나둘씩 하니 줄이 줄어들 턱이 있나요 난 당장 표를 사서 조금이라도 빨리 여친님을 뵙고 싶은데!! 이걸 떠나서 질서를 중시하는 군인이, 그것도 장교라는 사람들이 새치기를 아무 거리낌 없이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안 좋았습니다 그래서 제일 앞에 있던 분께 "아저씨 이건 아니잖아요 대체 몇 명 거를 사는 겁니까?" 라고 하니 진짜 1초만에 아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반사적으로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라며 홱 뒤돌아 갑디다 방금 전까지 동료 장교들이랑 웃으며 모든 표를 살 때랑 완전 다르게 사무적인 멘트를 날리더군요 그리고는 이 대화를 지켜보고도 같은 무리의 여장교도 새치기로 표를 사더군요 이건 뭐 기가 차서 더 이상 얘기하기도 싫었습니다
일반 시민들이 해도 욕 먹을 짓을 장교복까지 입은 장교 분들이 이러시면 안 되지요 얼마나 급한 일인지는 몰라도, 다들 집에 가는 분위기였습니다만, 지킬 건 지킵시다 최소한 양해라도 구하던가요! 누군 안 급합니까? 최근 해병대와 관련된 문제가 많은데 이런 일까지 겪게 되어 해병대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안 좋아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