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친 중국 시위대의 폭력으로 얼룩진 베이징 올림픽 성화 국내 봉송이 중국 내 언론에 의해 마치 '평화로운 봉송'이었던 것으로 묘사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 주요 언론들은 "수백명의 주민들과 중국인 유학생들의 따뜻한 환영으로 이날 서울에서의 성화봉송은 붉은 깃발(오성홍기·중국 국기)과 함께 성황리에 진행됐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오후 서울 시청앞에서 티베트의 분리 독립과 관련돼 시위를 벌이던 한국 인권단체 및 국내 체류 티베트인들에 대한 중국인들의 폭력과 관련된 보도는 단 한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아울러 "1만여명의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의 시청에 모여 깃발을 흔들며 성화 봉송을 맞이했다"며 마치 이날 현장에서 아무런 충돌도 없었을 뿐 아니라 중국 유학생들의 환영으로 순조롭게 진행됐던 것 처럼 전했다.
이날 봉송 주자로 나섰던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인 문대성 선수의 발언도 일부만 보도됐다. 문 선수는 이날 "베이징 올림픽이 꼭 성공적으로 이뤄지길 바라고 티베트 사태가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서 정말 평화롭게 원만하게 마무리됐으면 한다"고 밝혔으나 티베트 관련 발언은 중국 내에 보도되지 않았다.
통신은 "문 선수는 올림픽 기간동안 베이징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데 이어 "중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 장나라도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한다 말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사용된 사진도 하나같이 평화로운 모습.
대부분 중국 유학생들이 오성홍기를 흔들며 웃고 있거나 질서정연하게 서 있는 모습이다. 국내 언론에 일제히 보도된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이날 친 중국 시위대는 서울 도심 곳곳에서 반 중국 시위대와의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유학생들이 던진 돌, 물병, 음식물등에 맞은 일부 시위대와 취재 기자가 부상당했다.
서울 광장에서는 인근 프라자 호텔에 난입한 중국 시위대들을 저지하던 한 의경이 머리에 둔기를 맞아 병원에 후송됐으며 호텔에 머물던 일부 투숙객들이 대피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덕수궁 근처에서는 중국인 유학생 수십여명과 티베트 국기를 꺼내려던 30여명의 티베트인간에 충돌이 일어나 티베트 유학생 10여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