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민주항쟁을 맞아 청와대 인근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월호 추모집회 61건에 경찰이 모두 금지 통고를 내렸다.
9일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고 행동하는 시민들이
6월 항쟁 27주년을 맞아 기획한 '6.10 청와대 만인대회' 측은 지난 7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청와대, 경복궁 인근 61곳에 낸 집회신고를 경찰이 전부 불허했다고 밝혔다.
10일 오후 8시로 기획된 청와대 앞 만인대회에 앞서 효자로, 세종로, 자하문로 및 종로구 곳곳에서는 가만히있으라 침묵행진 학생, 한국작가회의, 종교단체 등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시민 및 단체들이 '6월항쟁 정신계승 및 세월호 진상규명, 책임자처벌을 위한 거리기도회', '세월호 길거리 토크', '세월호 참사 추모대회' 등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모두 금지됐다.
3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를 마친 '가만히있으라' 추모행진 대학생 등 시민 100여명이 청와대로 행진하려고 하자 경찰이 이들을 둘러싸 막고 있다. /김여란 기자
지난 5월 시민 1901명 제안으로 시작된 '청와대 만민공동회' 측이 청와대와 경복궁 부근 20여곳에 낸 집회를 경찰이 불허한 데 이어 세월호 관련 청와대 인근 집회가 완전 봉쇄된 것이다.
만인대회 주최 측은 "사실상 청와대가 시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고, 청와대 부근은 헌법에 보장된 집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곳이라고 경찰이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집회서부터 48시간이 남지 않은 때 금지 통보를 한 것은 다시 집회신고를 할 시간적 여유와 최소한의 수단도 주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집회 금지 이유에 대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상 주거지역과 학교시설 주변에서의 집회 시위 금지 제한, 교통 소통을 위한 금지 제한 등을 들었다. 그러나 6.10 청와대 만인대회 주최 측 등이 집회 신고한 청운동사무소, 경복궁 인근의 옥인교회, 광화문 광장 북측, 동십자각 등에서는 기존에 집회와 시위가 일상적으로 열려 온 곳이다.
집시법은 청와대와 국회의사당, 헌법재판소 등 헌법적 독립기관 100m 이내에서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만인대회 측이 집회 신고를 냈다가 금지 통고를 받은 장소는 모두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헌법 21조는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집회 시위는 경찰 판단에 따라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3년에 "집회가 국가권력에 의해 세인의 주목을 받지 못하거나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장소로 추방된다면 기본권 보호는 사실상 효력을 잃게 된다"며 "집회장소가 바로 집회의 목적과 효과에 대하여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누구나 '어떤 장소에서' 자신이 계획한 집회를 할 것인가를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만 집회의 자유가 비로소 효과적으로 보장된다"고 판시했다.
만인대회 측은 예정대로 오후 8시 '청와대 앞 길(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브라질대사관까지)'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오후 10시 '청와대로 입구 바이케이트(브라질대사관 앞)'에서 항의의 목소리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오후 7시에는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 인도에서 만민공동회가 열린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은 '국가개조'를 할 정도로 달라져야 한다고 했지만 국가개조 방향이 인간존엄이 인정되는 쪽이 아니라 인권침해 쪽으로 방향으로 역주행하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거리로 나오는 시민들의 목소리와 행진을 경찰은 금지와 폭력으로 막고 있지만 시민 행동은 폭력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