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농성장 현장에서 할머니들이 행정대집행하는 경찰에게 나눠준 편지가 11일 SNS에서 화제다. "부북면 팔십세 박할머니"라고 발신자를 밝힌 이 편지를 보면, "경찰이 왜 국민에게 억압을 하는 것입니까. 이것은 법도에 어긋난 일입니다"라며 "물질에만 탐하지 말고 좋은 나라 만듭시다. 물질이 애욕이고 애욕이 물질이다. 이것을 명심하라. 앞으로 이런 정치는 국민이 원하지 않습니다. 발전소 핵폭발하면 누가 책임질 겁니까? 우리나라 좋은 명산이 파헤쳐지고 수많은 등산객이 하루아침에 끊어지고 국민 다 죽이고 우리나라 정치 아닙니다. 경찰은 물러가라. 법도에 어긋난 일은 하지마라"라고 적혀있다.
또 다른 한장의 편지지에는 " 이 세상이 왜 이런 정치를 할까. 세상도 무정하다. 하나님 도와주소서. 부처님도 도와주소서. 우주공에 자중하신 산신령님 도와주소서. 이 송전철탑 막아주소서. 애타는 할머니 도와주소서. 송전철탑 속에 시달려 죽게 된 할머니 애타게도 슬퍼하네. 오호라 슬프도다. 우리인생 풀끝에 이슬이요, 바람 속에 등불이라 송전철탑 물러가라. 이 할머니 좀 살자. 송전철탑 물러가라. 하루 빨리 물러가라. 법도 없는 정치 물러가라"라고 절박한 심정을 적어놓았다.
밀양 농성장 철거 현장에 있는 활동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밀양의 할머니들은 종이에 인쇄한 이 편지를 들고 경찰들에게 나눠주며 새벽 산에 올랐던 것으로 보인다.
누리꾼들은 이에 "할매 할배, 수녀님들이 많이 다치고 있다. 국가는 무슨 소용인가. 도대체 이게 사는 건가"(이아무개), "팔순의 할머니의 절규가 담긴 편지... 저 움막과 토굴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할머니였다면 제 아무리 경찰이라도 이렇게 막 할 수 있을까요?"(트위터 아이디 @ez*****) 등 탄식했다.
그밖에도 많은 이들이 밀양 농성장에서 내쫓긴 주민들의 사진을 공유하며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율리아나 수녀'라고 밝힌 이는 트위터에 "수녀님들이 이곳에 누워있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그곳에 낮은 자의 주님이 계시고 힘없는 자의 인권이라는 교회가 있기 때문입니다"(@nu*****)라고 밝혔고,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주임교수는 "무슨 현란한 수사가 필요하랴"며 쫓겨난 수녀들의 울먹이는 사진을 올렸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서울이고 밀양이고 온통 경찰들 천지다. 경찰병렬이 없으면 유지되기 힘든 정권. 유신이라고 선포만 안 했지 이미 독재이고, 계엄령을 선포만 안 했지 이미 계엄이다"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