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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혈모 세포라고 아시는지...
게시물ID : boast_52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맑은샛별
추천 : 2
조회수 : 46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5/13 00:27:45


오래전에 골수기증을 한 후 블로그에 올려 두었던 글을 다시 보게 되어 이곳에도 올려 봅니다.

골수 기증을 한 날짜는 공개 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연도 표기는 하지 않았어요. 무척 오래된 골수기증 후기에요. ^^;





몇해전에 경험했던 아팟지만 즐거운 추억을 적어 보고자 한다.

 

 

 2월 14일, 대학로엔 초콜렛을 들고 다니는 연인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혜화동 서울대병원 특실에 입원중인 내겐 초콜렛을 전해 줄 사람도 없었지만 병문안을 올만한 사람도 없었기에 TV화면 속의 영상을 보며 늦은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서울대 병원에 입원한 지 사흘째. 내일 아침이면 퇴원하게 된다. 아파서 입원한 것이 아니었기에 건강하게 퇴원한다는 것이 별다른 의미를 갖지는 못했다. 한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입원 3일만에 3킬로나 늘어버린 몸무게와 두둑해진 뱃살이 짧은 입원기간동안 얼마나 먹기만 했는 지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담당 코디네이터는 매일 냉장고를 체크하고 먹을 것을 가득 채워놓고 과자등 군것질꺼리까지 풍족하게 마련해 주었다.

 

 

지난 해 12월, 난데없이 피를 좀 뽑아서 검사를 하자는 연락이 왔다. 서울에서 멀리 포항까지 간호사 한분이 내려 오셨고, 헌혈의 집에서 간단한 채혈을 마친 후 올라가셨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정밀 건강진단을 위해 서울대병원으로 올라가야 했다. 평소 운동을 따로 하지는 않았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고 술도 자주 마시는 편이 아니었기에 건강상태는 매우 좋게 나왔다. 입원날짜가 2월 12일로 정해졌고 2월 9일부터 매일 촉진제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9일, 10일은 주사실에서 11일은 응급실에서 12일은 입원하여 병실에서 촉진제 주사를 맞았다. 촉진제 주사를 맞고나니 드디어 환자가 된 듯 초기 감기증세와 함께 허리 통증이 시작되었고, 심한 허리통증으로 앉아 있는 것이 힘들어졌다.

 

 

너무 아프면 진통제를 맞으라고 하였지만 수술이 끝나면 통증도 사라질 것이기에 참아 보기로 했다. 병실에 누워있으니 간호사 몇 분이 오셔서 간단한 검사를 마치고 돌아 갔고 의사 선생님도 인턴인 듯 보이는 분들과 함께 다녀 가셨다. 오시는 분 마다 한결같이 존경의 표현을 하였기에 얼굴가득 쑥스러움으로 붉어져 있었다. 수술은 입원 이틀째부터 이틀동안 매일 6시간정도씩 걸린다고 했다. 촉진제 주사도 수술이 끝날때까지 맞아야 했기에 허리 통증은 계속되었다. 수술 전날밤 양쪽 팔에 마취연고를 바르고 잠이 들었다.

 

 

조혈모세포기증이라는 이름보다 골수기증이란 이름으로 더 알려진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은 백혈병에 걸린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에 기증의사를 물어 왔을 때 별다른 망설임 없이 승락할 수 있었다. 엉덩이 위쪽 골반뼈에서 채취하는 방식은 수술시간은 짧은대신 전신마취를 해야하지만 조혈모세포 촉진제를 주사 맞고 양쪽팔에서 체혈하는 방식은 전신마취를 할 필요 없이 마치 헌혈하듯이 골수기증을 할 수 있어서 간편했다. 오전 9시에 시작된 조혈모세포 채취는 양쪽팔에 주사 바늘을 꼽으며 시작되었다. 평소 헌혈을 자주 하던터라 주사바늘이 무섭거나 하진 않았다. 6시간 정도 걸린다던 코디네이터의 설명에 지루하게 흘러갈 시간이 싫어서 간단히 할 수 있는 게임 몇 가지를 핸드PC에 넣어두었고 핸드폰에도 수화 동영상 강좌를 넣어 두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나 잘 나와주는 골수로 인해 2시간만에 1차 수술이 끝났고 헌혈실에서 먹기로 되어 있던 점심을 병실에서 먹게 되었다.

 

 

저녁무렵 다시 촉진제 주사를 맞았고 주사 바늘을 빼지 않은 왼팔은 그대로 두고 오른쪽팔에만 마취연고를 발랐다. 2회 골수채취까지 모두 오전에 일찍 끝이 났다. 퇴원하는 날 아침에 조혈모세포를 이식받게 되는 환자의 부모님으로 부터 편지 한통을 받았다. 환자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여자아이였다. 장기기증에 관한 법률 조항에 따라 기증자와 수혜자는 서로를 알지 못한체 기증이 이루어지게 되어 있기에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었지만 꽤 오랫동안 백혈병으로 고생하였던 듯 했다. 이번 수술이 잘 되어 백혈병이 완치가 된다면 다시 나를 찾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유전자가 일치하는 사람이 이 꼬마아이외에 또 있을 것 같지는 않기에 다시 골수기증을 원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이 아이의 백혈병이 재발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 듯 싶다.

 

 

오래전에 골수기증신청을 하였고 과연 나에게도 골수기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올까 싶었는데 마침 나와같은 유전자를 가진 환자를 만날 수 있었다. 기증을 하고 싶다고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나타 났을 때 생명을 나누는 일에 주저하지 않고 승락할 수 있었다. 간혹 후유증을 걱정하시는 분들을 보게 된다. 평소에 건강하다면 후유증은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수 있다. 내 경우 퇴원 후 바로 등산을 하였지만 전혀 무리가 없었다. 그러니 후유증이 염려되어 골수 기증을 망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잠시동안의 찡그림으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그것만큼 축복받는 일이 또 있을까 싶다. 골수기증을 마치고 나니 장기기증까지 관심이 생겨서 사후장기기증을 신청했다. 내가 죽더라도 나의 일부분은 여전히 생명을 가지고 살아 갈 것을 생각하니 삶이 더욱 즐겁다.




블로그에 올렸던 내용을 그대로 복사했더니 문법이 꽤나 딱딱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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