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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 곳 잃은 편지 이렇게나마 흘려보냅니다
게시물ID : soju_52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숲고양이
추천 : 0
조회수 : 80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1/20 17:10:30
음악은 좋아서.. 좋길래 가져 왔습니다. 2011년 11월 19일 토요일. 결국, 마지막으로 얼굴보고, 어제가 마지막이 될거라는 말을 남기고 오면서. 술 잔뜩 마시고.. 정신이 없어 깜빡했다는 핑계를 대고는.. 전해주지 못하고.. 주소까지 물어봐놓고는 보내지 못한 편지. 혹여나 볼 수 있을까.. 조심스레 종이에 적었던 편지를 항상 위로받았던, 힘들었던것들 흘려보냈던 이곳에 이렇게나마 띄웁니다. 안녕하세요. 마지막이라 생각하여 존대로 편지를 씁니다. 하고싶었던 말들, 적어볼게요. 했던 말도 있고, 아닌 말도 있네요. 우선 고마워요. 누굴 좋아해서 마음아파볼 수 있게 해줘서. 사람 싫어하고, 사람 만나는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아플만큼 좋아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처음 만난날, 연하는 싫다고하는 말에 사람대 사람으로 볼 수 있게 노력하려고 했어요. 그러다보니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워지고, 혹여나 어리광으로 보일까 하고싶은 말도 참았어요. 답답하게 굴지 말라고 해도 거절당하는게 너무 무서워서 소심하게, 멍청하게 했네요. 싸우기라도 할때는, 나한테 화라도 나면, 내가 밉고 바보같았어요. 내가 아무리 잘했고, 이유없이 화를 낸것처럼 보여도, 차마 좋아하는 사람이 원망이 안되네요. 마음 아프게 하는것도, 가슴 찢어지게 하는것마저 고마웠어요. 나 혼자 좋아하는거 알게되고, 그 이야기 내가 농담처럼 할 때마다 사실은 슬퍼서 그런 말은 보고있기도, 하는것 조차도 싫었어요. 그런데도 매일 농담을 하면서라도 대화하고싶고, 보고싶었어요. 매시간, 매분, 매초마다 생각나고, 생각나는만큼 더 보고싶어지고, 보고싶어지는 만큼 가슴이 아파오고, 아픈만큼 더 좋아졌어요. 사실 나이 하나로, 연하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연애를 하지는 않을거라는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못난게 무언가 있으니까, 마음에 들지 않는게 있으니까.. 굳이 알면서도 듣기 싫고, 인정하기 싫어서 그저 나이때문이라고,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나봐요. 그래서, 그렇게 듬직해보이려 노력했나봅니다. 술마셨던날. 술에 취했다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웃으며 말하고, 나한테는 화를내고, 아픈말을 하는걸 듣고 생각했어요. (나중에는 그 다른사람에게도 화를 낼 정도로 많이 취했지만요.) 미안해요. 아무리 잘 챙기려고 해도, 내가 못나서 우습게, 하찮게 여기는걸로 보였나봐요. 나한테서 짐을 뺏어서 가버리고, 사과하려 전화했는데 받지 않았을때는 슬프기만 했는데. 핸드폰 잃어버린줄을 알았을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주변을 뛰어다니고 정신없이 휘적거리며 돌아다니다가, 아침에 핸드폰으로 온 문자 한통에 창피한것도 모르고 남자녀석이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었어요. 당장 달려가서 괜찮냐고, 무슨 일 없었냐고 묻고싶었는데, 너무 미안해서 달려갈 수 없었어요. 앞으로 그런식으로 우습게 볼거면 상종도 말라고, 눈앞에 나타나지도 말라고 했던 그 말때문에요. 그런데 그 다음날, 술에 취해서 실수했다는, 미안하다는 그 문자 한통에 이제는 잊겠다고, 연락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먹었던 마음이 한순간에 녹아내렸어요. 나는 안될거 알면서도, 아무리 좋아해도 지금 이상으로 생각해주지 않을거 아는데도. 그런데도 너무 좋아서, 보고싶고 만나고 싶어져서. 이번에는 정말 마음을 접으려 합니다. 좋아할 수록 아파만 지는 마음을 더는 잡고 있기가 힘들어요. 붙잡고 있는 이 마음이 나를 죽여가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마음 접을까 하다가, 이번에 정말 연락하는 것 조차도 그만두려 합니다. 너무 좋아해서, 더는 좋아할 수 없을만큼 좋아져버려서, 메신져로 받는 쪽지 한통이, 문자 한통 한통이 희망으로 다가와버려서. 이게 마지막 편지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 그동안 내가 힘들게 한것들, 나 힘들게 한것들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적어봅니다. 사실 그때, 삐졌냐고 물었을때, 정말 많이 삐졌어요. 질투났어요. 이런 마음 들게 해준것도 고마워요. 가슴 찢어지도록 아프게 해도, 좋아서 미워할 수 없네요. 더 좋아지네요. 비겁하지만 이런식으로, 다시 연락하면 창피해져버리는 방법으로 마지막을 전하려 합니다. 좋아해요. 이정도로 좋아하는건 사랑하는거다. 라고 말했던 사람이 있는데, 그걸 인정해버리면 정말 잊지 못할것 같아요. 진심으로 좋아했어요.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할게요. 연락하지 말아줘요. 그냥 이 편지를 보고 비웃어줘요. 한심한 놈이라고. 이제 진짜로 안녕이네요. p.s 이어폰 돌려줄게. 차마 못버렸어. 이어폰 꺼내면서 이 봉투 받았을때 남자놈이 무슨 편지냐고 비웃겠지만. 미안해. 혼자 심각한것 같아 우습네. .. 결국 이어폰만 주고, 앞으로는 다시 볼 일 없을거라며 농담처럼.. 웃으며 얘기하고 돌아섰네요. 이 편지를 그 사람이 보는 일은 없겠죠. 이제 저도, 마음 훌훌 털어버리고. 곧 군대에 가겠죠. 그리고 나중에는 이런 편지를 썼던 일이 생각나 너무 창피해서 이불을 걷어차는 날이 오겠죠. 어느 웹툰에서 이런말을 읽었어요. 누가 사람의 감정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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