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고1 겨울. 장소: 서울의 한 남자 고등학교. 주연: 착뚱(착한 뚱보, 작성자) 조연: 재뚱(재수없는 뚱보)
음슴체 한 번 쓰고 싶어서 음승체로 씀.
한국 고등학생들이 다 그렇듯 잠이 부족해 오전 쉬는 시간은 학생들 대부분이 잠. 특히 1, 2교시 끝나고 학생의 90%가 엎드려 있는 걸 볼 수 있음.
근데 이 때 애들 어깨를 풀어준다며 애들을 아프게 하는 놈이 있었음.(이놈이 재뚱) "야, 추운데서 자면 입 돌아가. 내가 마사지 해줄게." 라며 애들 어깨를 주무르는데, 애들이 아파서 기겁을 함. (정확히는 목아래부터 어깨 직전까지의 부위, 여기 세게 누르면 겁나 아픔.) 살집도 있고 힘도 좀 센 애였는데 일부러 힘줘서 애들을 괴롭힘. 그것도 꼭 얌전한 애들만 골라서 그짓을 했음.
나는 그 꼴이 너무 보기 싫었음. 중학교 때 일진놀이 하는 애들 하고 1년에 한 번은 꼭 쌈박질을 했었던 터라, 고등학교 와서 그 꼴을 또 보니 심사가 며칠 째 뒤틀려 있었음. 특히나 착한 뚱보로서, 뚱보 이미지를 나쁘게 만드는 놈은 용서할 수 없었음.
내가 얼굴이 사납게 생기고 덩치도 커서 학기초에는 애들이 안 건드리는데. 맨날 책만보고 얌전한 애들 구룹에 끼어서 노니, 꼭 학기 말에 일진들이 건드림. 자기들 쫄았던 게 억울했던지, 덩치 큰 놈 이겨서 자랑하고 싶던지. 그런 거였음. 그리고 나한테 처맞고 움. 나도 움.(울면서 뚜드려패는 애들 중 하나가 나임.) 암튼. 고등학교 와서는 내가 또래에 비해 덩치도 크고 힘도 세다는 걸 어느정도 인식하게 됨.
그리고 그날이 왔음. 그놈이 내가 자는 데 그짓을 하는 거임. 겁나 아팠지만 화내지 않고 참음. 오히려, "오 시원하네. 너도 해줄까?" 라고 했음. 당연히 재뚱녀석은 난 괜찮다고 실실 웃으며 도망감. 나는 '넌 이제 죽었다.'라고 생각하며 쉬는 시간에 놈이 자길 기다림. 운 좋게도 바로 다음 쉬는 시간에 재뚱이 엎드려 잠. 이상하게 나쁜짓 하려고 맘 먹으면 모든 게 잘 풀림.
조용히 재뚱 뒤로 가서 손을 올림. 숨을 살짝 들이 쉬고 놈의 어깨를 있는 힘껏 잡았음. 단순히 세게 마사지 한 게 아님. 손가락 끝에 최대한 힘을 주고 놈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면서 짓눌렀음. 재뚱은 욕하면서 어깨를 뒤틀었음. 나한테 빠져 나가려고 용을 썼지만 소용 없었음. 나는 무림 고수처럼 놈의 어깨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팔을 움직였고, 손가락은 고양이의 발톱처럼 놈의 어깨를 단단히 잡고 있었음. 그리고 연기톤으로 말해줬음. "재뚱아, 여기서 자면 죽어. 일어나, 어서!" 주변에서 낄낄대는 소리가 들림.
거의 1분가량을 그러고 있자, 놈이 우는 소리를 하며 제발 그만하라고 빌었음. 그제서야 나는 재뚱을 놔줬고 재뚱은 덤비지도 못하고 어깨만 문질렀음. 나중에 친구가 얘기해 줬는데 눈물이 글썽글썽 했다고 함. 거기다 어깨도 피멍 들어서 가방도 들고 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