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아이들아 너희들에게 처음 문자를 보내. 그동안 관심 가지지 않았어서 정말 미안해. 그날에 나는 그저 안타깝다라는 감정만 가지고 있었어. 울음을 터뜨리거나 분노하지 않았어. 미안해하거나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어. 나랑은 관련 없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나봐. 처음에는 그저 안타깝다는 감정에 머물러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이 변해갔어. 진실을 밝히게 해달라는 너희의 가족분들을 사람들이 조롱하고 비난하고 혐오와 왜곡을 일삼는 것을 보고 분노를 느꼈어. 하지만 여전히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어. 눈물을 흘리지 않았어.
그렇게 1년이 흐르고 2년이 흐르고 3년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은 세월호를 떠올리면 눈물이 글썽거려. 가족분들의 입장이 이해되고 공감되고 내가 너무 무관심했다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게 됐어. 3년이 다되가는 지금에서야 온전하게 남들이 그동안 느낀 감정을 느끼게 된거야. 이제서야 온전히 느끼게 되서 미안해. 내가 너무 늦어서 정말 미안해. 너희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했던 삶을 나는 이 삶이 얼마나 소중한줄 모르고 허망하게 낭비해왔어. 이제는 더 이상 낭비하지 않을거야. 내가 지금 허망하게 버리는 삶들은 너희가 그토록 원했던 살아있는 시간들이니까. 너희들의 몫까지 열심히 살도록 노력할게.
오늘은 크리스마스야. 너희들이 살아있었다면 성인이 되고나서 처음으로 맞는 크리스마스였겠지.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냈을텐데. 하늘에서라도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고 있길 바래. 다음에 또 찾아올게. 건강하고 행복해. 안녕. 메리크리스마스.
__________
이제서야 문자보내보네요.
분향소는 아직 한번도 안 가봤어요.
다음주에 분향소 갔다와야겠어요.
미안하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세월호가 진실과 함께 인양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