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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악튜러스는 왜 망했을까?
게시물ID : gametalk_700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명작파우스트
추천 : 6
조회수 : 9731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3/05/11 03:14:28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sfS1V

 

 
 

 

 

일본식 rpg는 서구식보다 스토리 전개가 비현실적이고,

중간중간 일어나는 이벤트와 거기서 발생하는 대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캐릭터 역시 전형적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고, 개성이 많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식과 서구식은 문학과 현실의 차이에 비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 특성상 캐릭터나 플롯, 대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악튜러스는 이런 쪽은 정말 충실히 지켰다고밖에 할 수 없다.

원고지 20000장 분량의 대사는 스토리 면에서는 역시 탄탄하다는 소리를 듣는

창세기전도 따라가지 못할 분량이다.

물론 한국 ㅄ판타지 소설도 이정도는 넘기지 않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악튜러스는 스토리 하나로 먹고사는 게임이란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치밀한 구성과 화들짝 놀랄 만한 반전을 보여준다.

(물론 나는 개인적으로 문학에서 반전은 거듭될수록, 또 극심할수록

수용자에게 어필하는 정도가 훨씬 반감된다고 믿는다.)

                                   

같은 게임의 일러스트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다. 그 '반전'을 알아야 비밀을 풀 수 있다.

 

 

그리고 게임을 한 두 번쯤 하다 보면 손노리가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게

깔아 놓은 복선을 볼 수 있다.

(특히 돔에 가서 npc들 붙잡고 대화를 들어보다가 진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아 그게 이뜻이었구나, 하고 감이 온다)

* * *

그러나 일단 스토리를 까자면, 후반부로 갈수록 악튜러스는

소재의 고갈을 드러낸다.

손노리가 처음 계획한 것은 아마 신약의 요한계시록임이 틀림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종장까지 요한계시록이 스토리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요한계시록 자체가 인류 최고의 베스트셀러 성서에 수록되어 있는 것이고,

그럼으로 인해 수백년 전부터 그 비현실성과 판타지틱한 설정,

그리고 뭔가를 함축하고 있는 모호함으로 인해 많은 작품의 주제가 되어 왔기 때문에

떡밥으로써의 용도는 그만큼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손노리는 요한 계시록에서 뭔가를 끌어내질 못하고

그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시도밖에 하지 못한다.

또한, 요한계시록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조로아스터교나 매트릭스 따위의 설정도 마구 이끌었는데

(그뿐만 아니라 13층, 링제로, 가이아이론, 에반게리온, 베르세르크, 영웅전설 등등 여러가지 많다)

악튜를 해보지 않은 분들 중 이 글을 읽으시는 대부분의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 세 가지는 전혀 매치도 안되는데다가

스토리란 것이 후반부로 갈수록 명쾌해지고 절정으로 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유저의 머릿속만 복잡하게 만든다.

사실 이것들의 공통점을 보면 이해도 간다. 그것은 세기말적 멸망론이다.

매트릭스에선 지금의 현실 세계가 멸망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고

조로아스터교와 기독교는 모두 종말론을 뼈대로 한다.

마침 당시는 새 밀레니엄으로 가는 마지막 해였고, 90년대는 그 어떤 때보다도

종말론이 대두하였다.

악튜러스는 세기말적 분위기를 취하는 게임이고,

손노리는 그것을 판타지 rpg를 통해 이끌어보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물이 악튜러스이다.

결국 결론은, 악튜러스는 새 밀레니엄에 걸맞게 종말론을 모토로 하여 스토리가 쓰여졌지만

(이것이 주제라는 얘기는 아니다)

너무 많은 요소를 조합시키지 못하고 유저에게 좀더 확실하게 어필하는 데에 실패한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더 말할 게 있는데 그건 아래에서 말하기로 하겠다)

* * *

악튜러스의 그래픽은 정말 잘 조화되어 있다.

물론, pc게임만 따져도 당시의 3D 그래픽은 상당히 발전되어 있었다.

지금 기억나는 것만 따져도 니드 포 스피드 : 포르쉐 언리시드의 그래픽이 떠오른다.

하지만 폴리곤이나 이런 것을 떠나서

악튜러스의 2d 캐릭터와 3d 캐릭터는 너무나 잘 조합되어 있다.

이런 환상적인 조화를 말로 설명하기도 힘들고, 직접 해보라고밖엔 할 수가 없다.

무리 없이 잘 조화되어 있다. 움직임도 자연스럽다.

 

 

문제는 시점과 길찾기이다.

누가 악튜러스에서 제일 신경질나느게 뭐냐고 물으면 이 두 가지를 최악의 단점으로 꼽겠다.

일단 길찾기.

디씨만 가봐도 맵에서 해매다가 악튜를 때려친 사람이 수도 없이 많다.

그것은 모두 미니맵이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던전은 최악으로 꼬아 놓고

미니맵을 안 만들어준건지 이해가 안간다.

악튜엔진을 그대로 물려받은 라그나로크. 오른쪽 상단을 주목하시라. 미니맵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

악튜러스의 한 던전. 이건 그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시점이 어지러운 것 역시 어려운 길찾기에 한 몫 한다.

나침반이 있다고는 하나 조금만 나아간 다음에 방향을 틀으면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태가 발생한다.

보통 rpg처럼 길이 주욱 이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겹치고 꼬이고 끊기고 하기 때문에

1~2초만 섣불리 나아갔다가는 집중하지 않으면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특히 대도시 같은 경우에는, 순간적인 착오만 해도

왔던 곳에 또오고, 도대체 어디가 출구인지 모를 미아가 되기 십상이다.

* * *

더 깔건 많다.

사운드 on/off가 되지 않는 것도 안습이고 오프닝과 게임이 매치가 안되는 것도 안습이다.

밸런스도 문제고, 치트키급 초능력아이템도 문제다.

하지만 여기서는 한가지만 더 까도록 하겠다.

아까 얘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건데,

손노리와 그라비티는 무슨 강박관념이라도 있는 것처럼 2001년이 오기 전에

판매를 개시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다음은 피파진 03년 11월호에서 발췌한 것이다.

99년경부터 게임잡지에 손노리가 '아직은 출산할 때가 아닙니다' 라는 광고 개재

99년 12월 : 1차 발매연기. 00년 4월에 발매 공표

00년 4월 : 2차 발매연기

00년 11월 : 제작 완료. 동월 30일에 발매 공표

11월 26일 : 12월 10일로 발매일 수정

12월 5일 : 한정판 발송. 표절 시비 논란

12월 6일 : DVD 한정판 제작취소

12월 14일 : 그라비티와 손노리, 표절 인정 후 전량 리콜. 일반판 발매연기

12월 16일 : 손노리, '눈물의 호소'

->"와레즈를 통해 돌고 있는 악튜러스는 표절시비로 전부 폐기될 예정인 제품이므로 와레즈에 있는 악튜러스를 삭제해달라"

12월 23일 : 악튜러스 일반판 발매.

잘 보면 12월에 두 차례나 발매 연기가 있었다. 특히 00년 12월은 시기상 비슷한 11월 30일까지

포함한다면, 같은 달에 3번이나 발매일자가 잡혀있다. 이것은 손노리가 01년이 되기 전에

필사적으로 게임을 발매하려 했다는 증거가 된다.

내가 손노리 내부의 사정을 정확하게 알 수야 없지만, 내가 보기엔 00년과 01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에 주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두 밀레니엄의 시작과 종말이라는 의미다. 이것은 아까도 말한 바지만,

손노리가 게임에 종말론적인 요소, 특히 밀레니엄이 예수의 2000번째 탄신일이고,

요한계시록이 그 예수를 선지자로 하는 종교의 경전임을 생각해 볼 떄

손노리는 게임 발매일과 게임을 지나치게 관련짓고 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게임이 1년 정도 더 지난 후에 발매되었다면 종말론 떡밥은 상당히

그 의미가 퇴색되었을 거라고 여겨진다.

또한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손노리가 게임 안에 별의별 주제를 다 집어넣으려 했다는 것이다.

 

 

시즈의 대사 주목.

손노리는 대충 선악을 구분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는 얘기를 하려 한 것 같다.

심지어 개발자의 인터뷰를 보면 사랑은 성의 구분 없이도 가능하다는 요지의

내용까지 게임에 집어넣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엔딩을 보면 그런 요지의 이벤트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게임 안에 이런 난해한 주제 의식을 집어 넣고 상업적으로 성공하려 한다는 것이

더욱 멍청하다.

나는 아니지만,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고

이런 식의 주제 설파는 효과를 거두기 힘들었다.

당시의, 한국식 rpg의 새로운 비전을 기대하던 우리나라 유저들에겐

2d와 3d의 결합이나 점프의 가능 같은 것만이 인상적이었을 뿐이다.

* * *

이 게임에서 손노리는 대사와 스토리를 맡고,

그라비티는 기타 게임 내적인 부분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걸 생각해보며 악튜 발매 이후 두 회사의 향후 발전을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후 화이트데이를 발매하는 등 계속 패키지 시장을 버리지 못해

이런 게임을 고집하던 손노리는 콘솔로 눈을 돌렸으나 결국 현재의

최악의 상태를 맞이하고 있고

그라비티는 악튜러스를 조금 더 발전시켜 한때 국산 게임 중에서 해외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라그나로크를 개발하고 엄청난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것은 누가 유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음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 *

이후 디아블로 2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패키지 시장은 치우침 현상이 극심해졌고,
리니지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한국 온라인게임은 급성장했으며
그 반동으로 패키지는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펌 - http://blog.naver.com/dronn0?Redirect=Log&logNo=10011636343 

 

고딩때 처음 접했을 당시 방대한 세계관과 허를 찌르는반전, 다소 소름돋는 스토리, 3d배경 등으로 큰 충격을 가져다준 게임이었는데

 

이런식으로도 해석할수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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