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기아팬으로써 송은범 선수가 합류해줘서 팀이 더 강해졌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으려다가도 하필이면 트레이드 대상이 김상현 선수라는 생각이 드니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고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송은범 선수를 보낸 SK팬들 심정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미 완성된 트레이드, 이걸 뒤집을 수도 없고 어쩌겠습니까?

그저 묵묵히 이번 트레이드 대상 선수들이 꽃피우기만을 기원하고 있겠습니다...

김상현 선수 한두해 반짝이라고 폄하하는 분들도 많지만, 정말 성실한 선수입니다.

외야 한번 제대로 서본 적 없던 선수가 부상에 시름하면서도 묵묵히 포지션 변경을 받아들이고 올해는 리그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딱 한방만 제대로 터져주면 감 잡고 다시 날아오를 선수입니다.

초반엔 어처구니 없는 공에 방망이가 나가곤 했지만, 지금은 슬슬 감을 찾고 볼넷 골라내면서 칠만한 공을 치고 있습니다.

조만간 찬스에서 큰 홈런 하나 제대로 터져주면 다시 폭발할 선수입니다.

현 시점에선 기아가 이득 본 트레이드라고 평가하는게 맞을지도 모르지만, 좌절과 고난을 이겨내고 역경을 딛고 일어선 김상현 선수의 스토리에 울고 웃던 기아팬의 입장에선 이 트레이드는 기아가 이득이라고 평가할수록 김상현 선수를 깎아내리는 느낌이 들어서 함부로 그런 평가도 못 내리겠습니다.

차라리 불펜이 조금 흔들릴지라도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고 내부 자원을 키워내더라도 김상현 선수를 믿고 남겨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한시도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전 김상현 선수가 SK로 가서 다시 화려하게 대폭발하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다시 날개를 펴고 FA자격을 취득할 때, 훨씬 좋은 대우를 받으며 기아 타이거즈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기아 프런트는 충분히 팬들의 마음을 알고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비록 최근엔 군산상고를 연고에서 제외하느니 어쩌느니 하는 문제로 잡음이 있었던 걸로 알지만, 이제까지 팬심을 읽고 최대한 기대를 만족시켜준 기아 프런트라면 김상현 선수가 예전 모습을 회복하기만 한다면 얼마가 들든지 다시 데려와줄 거라고 믿습니다.

송은범 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시즌, 부상당하지 않게 최대한 관리해가며 FA를 앞두고 있는 만큼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아 타이거즈에서 찍어주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송은범 선수가 팀에 남기를 원한다면 기아에선 합당한 대우를 제시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선수 본인이 SK로 복귀하길 원한다면, 미련없이 다시 보낼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겁니다.

우승을 목표로 한다고 해서 잔부상 경력이 있는 선수를 혹사 논란에 휘말리게 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어야겠죠.

송은범 선수가 너무 험하게 굴려진다는 느낌이 들면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프런트에 의견을 남기고 항의하겠습니다.

만약 송은범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이더라도 SK의 이만수 감독과 프런트가 FA로 다시 붙잡을 생각이 없다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SK팬들을 두번 죽이는 처사가 되겠지만요...

이번 트레이드로 인해 수많은 팬들이 울고 있겠지만, 김상현, 송은범 두 선수 모두 바뀐 팀에서 날개를 활짝 펴고 설령 헤어지게 되더라도 좋은 대우 받으며 웃는 얼굴로 헤어지고 고향 팀으로 복귀하는 그런 해피엔딩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다시 한번 이번 트레이드로 인해 팀이 바뀌게 된 김상현, 진해수, 송은범, 신승현 모든 선수가 성공하길 기원합니다.

P.S. 진해수 선수... 참 애증의 선수죠..

140 중반의 공을 뿌릴 수 있는 좌완이 흔한건 아닌데 고질적인 제구력 문제와 새가슴...

전병두 선수의 전례가 있듯이 SK에서나마 기량이 만개하길 바랍니다.

신승현 선수는 2000년대 중반 잠시 잘했던 단편적인 이미지 정도밖에 없어서 뭐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이왕 팀이 바뀌게 된거, 좋은 모습 보여주길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