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이제 25는 지났다. 대략 2주째. 늦게 학교에 입학해 새내기에는 큰 포부 가지고 바득바득 과제했다. 뭐라도 도전하려고 부딪혀보려고 이것저것 신청했다. 그러나 내 성향과는 맞지 않는 활동들. 사회에서 요구하는 대인관계, 그룹활동들은 나에게 맏지 않았다.
그래도 젊을 때 하는 건 부딪혀조는 것밖에 없다 생각하며 깨졌다. 힘들면 중간에 쉬고 다시 도전했다. 이제 깨기 싫다. 아프다. 생살을 아스팔트에 부딪히는 느낌. 맨땅에 헤딩하다보니 이제 요령이 생기기 시작했다. 부딪히지 않을 방법를 찾고, 그나마 확률이 더 높은 것을 찾고, 안전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벌써 몸이 편한 것을 찾는 것 같아. 나는 겨우 26살인데 아직 창창한 나날들이 님았는데 난 여기서 현실을 인정하고 안주하고 싶다. 조금씩 멀어져가는 것 같다. 이상 속의 내가. 내가 포기하는 것 같다. 꿈을. 이게 현실이라며. 꿈은 이상이라고.
길은 두 가지인 것 같다. 이상을 계속 지키느냐, 현실과 타협하느냐 그래도 부딪혀보자며 패기넘치던 20대 초반의 나는 사라졌다. 알에서 벗어난 줄 알았는데, 알에서 나와보니 더 큰 알이 나를 감싸고 있다. 이게 진짜 나의 알인 것 같다. 나는 지금 생살로 부딪히는 것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별 수 있을까? 살아가려면 부딪혀야하는 것을... 부딪히지 않고서는 거저 나이를 먹을 수 없는 것을.
난 지친다. 나를 밀어온 것이 내가 아니라 사회인 것 같다. 내 이상에 도달하려면 현실을 인정하고 시작하기도 해야한다. 내 안에는 상처받은 내가 웅크리고 있다. 아집이라는 막으로 둘러싸인 것 같다. 현실을 보지 않고 내 이상으로 바라본 것 같다. 조금씩 내려놓자. 막은 저절로 녹을 것이다. 인정하자. 내면에는 자라지 않은 내가 있다. 많이 보듬자. 태어나려는 자는 알을 깨고 나와야한다는 데미안의 구절이 떠오른다. 알에서 나오기 싫었지만, 알 안의 양수가 고인 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난 조금씩 막을 녹일 것이다. 할 수 있다. 나이가 사람을 만들어주는 게 아니더라.
10대에 꿈 꾸던 20대가 이런 모습이었나? 10대와 같은 패턴의 모습을 지녔다. 과거위 나는 놓아주고 이제 다시 길을 걸어가야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