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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 습작생을 위한 도움 1
게시물ID : readers_53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깔대기꽂기
추천 : 3
조회수 : 32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2/12/03 14:45:13

 

시를 좋게하는 세가지 요소가 무엇일까요?

시인 분들 마다 이야기는 다 다르지만

 

저는 이미지, 표현, 사유라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예전에 썻던 과제의 내용인데요

 

많이 부족하지만 참고가 되면 좋겠네요

 

 

이만호 할머니의 눈썹 문신 - 강정은

문득, 썩지 않는 것이 있다

74세 이만호 할머니의 짓무른 등이

늦여름 바람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중에도

푸르스름한 눈썹은 가지런히 웃는다

그녀가 맹렬했을 때 유행했던 딥블루씨 컬러

변색 없이 이상적으로 꺾인 저 각도는 견고하다

스스로 돌아눕지 못하는 날

더 모호해질 내 눈썹

눈으로 말하는 법을 배울까

목에 박힌 관으로 바람의 리듬을 연습할까

아니면 당장 도마뱀 꼬리 같은 문신을 새길까

누구에게나 꽃의 시절은 오고, 왔다가 가고

저렇게 맨얼굴로 누워 눈만 움직이는 동안

내 등은 무화과 속처럼 익어가겠지만

그때도 살짝 웃는 눈썹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얼굴이 검어질수록 더 발랄해지는 눈썹이었으면 좋겠다

나 지금 당신의 바다에

군무로 펄떡이는 멸치의 눈썹을 가져야 하리

눈물 나도록 푸른 염료에 상큼하게 물들어야 하리

<201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시의 시인도 2011년에 당선 된 것이니 이 시를 쓸 당시에 시인은 습작기의 시인 이었다. 하지만 이 시를 좋은 시로 뽑은 이유는 이미지와 표현, 사유가 골고루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미지에서 보자면 이 시를 읽으면서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할머니 눈썹의 문신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고 선명하다. ‘딥블루씨 컬러’ ‘도마뱀 꼬리’ ‘군무로 펄떡이는 멸치의 눈썹’ ‘푸른 염료’ 등이 시의 이미지를 끌어내고 있다. 시의 이미지에는 상상력도 들어갈 텐데 이 시는 할머니의 눈썹 문신을 가지고 상상의 확대를 하면서 소재를 이미지에 잘 맞춰 사용하는 힘이 있다.

 

  표현력에서도 좋은 표현들이 있다. ‘늦여름 바람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중에도’ ‘군무로 펄떡이는 멸치의 눈썹을 가져야 하리’ 먼저 꾸덕꾸덕 말라가는 중이라는 표현은 낯선 충격을 준다. 꾸덕꾸덕 이라는 단어 자체가 쉬이 쓰이는 단어가 아니지만 여기 들어가면서 시적인 느낌을 준다. 단어는 단어에서 주는 느낌이 있는데 이 단어는 할머니의 느낌이 드는 단어이다. 눈썹 문신을 또 멸치의 눈썹이라고 했는데 사실 멸치는 눈썹이 없다. 그렇지만 멸치의 눈썹이라고 하면서 구부러진 멸치가 마치 눈썹처럼 느끼게 하는 시적 표현의 힘이 대단하다.

 

  시적 사유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 시는 할머니에 대한 시이다. 할머니가 늙어가지만 예전 맹렬했을 때 새겼던 문신은 아직도 그대로이다. 그렇게 하나의 사물은 그대로 있는데 늙어가는 할머니의 모습과 그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나’의 사유가 잘 나온다. ‘나’는 할머니를 보면서 인생을 생각하고 있다. 삶의 독특한 현상을 찾아서 시적 사유로 발견 시킨 시인의 힘이 대단하고 그 사유를 끌고 나가는 시인의 힘이 대단하다.

 

  신춘문예 당선 심사평을 보면 ‘삶의 건강한 구체’라는 말이 나온다. 이 시에서 나오는 삶의 구체성을 사유로 만들어 낸 것이다.

 

-

 

가 쓴 엉터리 평보다는 시 자체를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시가 참 좋은 시거든요

위에 세가지 요건들을 대입해서 제 시를 비평한건데요 사실 이것도 과제의 일부분이라서

엉망진창인 시 지만 이렇게 비평을 하면 되는 구나 하고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제 시를 반성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시 3편을 3가지 요소에 빌어서 분석해 보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 낸 시인 ‘강에서 발목을 잃다’입니다.

 

강에서 발목을 잃다

10년 전, 강 깊은 곳에 빠졌다

빠르게 불어나는 물은 숨을 조여오고

갈 방향을 잃어버린 손은 헤매고

발목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디딜 곳을 찾는데

빠져나가려는 나를 옭아매는 수면의 힘

지나가는 손에 이끌려 물 밖으로 구해지는 순간

배속에 가득 찼던 죽음을 토해냈다

강을 보려고 몸을 뒤로 돌리다 놀라고 말았다

10년이 지난 후 계곡 옆을 지나는

버스 안에서 보았다

발목은 아직도 젖어 있었다 수면의 힘은 끝내

발목을 가지고 간 것이다 긴 시간이 지난 후에도

깊은 강 속에서

수면의 힘과 싸우고 있는 나의 발목.

 

 

이 시는 유년 시절 강에서 발목을 잃고 죽음에 다가 섰던 예전의 사건을 현재로 가지고 와서 지금도 그 수면에 한 발을 담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면서 우리의 삶이 언제나 위태롭다는 주제를 가지고 있는 시입니다.

먼저 이미지의 측면에서 다가가면 이미지적인 힘에서는 많이 약한 모습이 보인다. 말은 하고 있지만 이미지를 구성하고 이끌기 보다는 ‘강을 보려고 몸을 뒤로 돌리다 놀라고 말았다’ 이런 설명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현대로 들어가는 입구 부분에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의 힘이 약한 모습이 보인다.

표현 측에서 보자면 ‘빠르게 불어나는 물은 숨을 조여오고/갈 방향을 잃어버린 손은 헤매고/발목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디딜 곳을 찾는데’ 2연부터 4연까지의 내용인데 표현이 진부하고 식상하다. 죽음이 다가오는 극적인 긴장감을 주기에는 표현의 힘이 약해서 죽음의 느낌이 와 닿지 않는다. ‘강을 보려고 몸을 뒤로 돌리다 놀라고 말았다’ 이 표현을 보면 바로 놀랐다 라는 설명이 있어서 좋지 않은 표현인 것 같다. 9연부터 12연 까지는 그냥 무난하게 넘어가지 좋은 표현이 없다. 시는 언어 과학의 집대성이다. 그러하기에 시적인 감동은 낯선 언어적 표현에서 온다. 하지만 이 시 전체의 표현에서 그런 충격을 주는 표현이 없어서 시의 언어적 재미가 떨어진다.

시적 사유의 측면에서 보자면 죽음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고 개인적인 사유를 사용하여 보편적인 사유로 나아가려는 힘이 있어서 괜찮은 사유인 것 같지만 그 사유를 시에서 녹여내는 힘이 약해서 시의 감동이 약하다.

 

 

두 번째 시는 ‘팽창하는 거리’이다.

 

팽창하는 거리

매일 같은 시간. 노인은 파지를 주우며 지나갔다. 그것들이 쌓일수록 과속방지턱을 넘는 바퀴 숨은 거칠었다. 사포처럼 까칠한 저녁이 되면 노인의 입 가득 가래가 꼈고, 그 때마다 마찰의 소리는 서글픈 힘으로 달을 밀었다. 리어카 손잡이에 별이 떠서 차가웠을 텐데.

 

노인의 느슨해진 근육이 거리 마다 떨어져 있다는 것을 과속방지턱이 알고 있다. 자신처럼 치열하게 부풀어 오를 힘, 그 힘을 만드는 중이라는 것을.

나는 전 날 마신 술을 게워내며 노인을 바라본다. 수레를 끄는 가래의 힘, 바퀴의 소리, 부풀어 오르려는 거리. 전봇대를 부여잡고 치열함 위에 마지막 위액을 뱉어낸다. 나 말고 거리의 모든 것이 팽창하는 저녁.

 

 

이 시는 우리가 살면서 많이 보게 되는 파지 줍는 노인에 대한 시이다. 파지 줍는 노인들의 힘들지만 끈질기게 살아가는 모습을 내 모습이랑 비교하여 반성적인 시를 쓰려고 했었다.

먼저 이미지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이 시는 할아버지가 일하는 이미지와 과속방지턱의 부풀어 오르려는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2연의 과속방지턱이 부풀어 오르는 내용의 힘이 약하여 이미지 구성에 허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표현 측에서 보면 ‘그 때마다 마찰의 소리는 서글픈 힘으로 달을 밀었다’ 이런 표현은 잘 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시 역시 설명의 구조로 되어 있는 문장들이 좀 있고 특히 3연의 표현들이 진부하여 힘이 떨어진다.

시적 사유의 측면에서 본다면 파지 줍는 노인과 나에 대하여 나오는데 내가 술이나 마시며 치열하지 못하게 사는 것이 어쩌라고? 라는 생각이 든다. 즉 보편적인 사유로 끌어내는 것이 미흡했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 시적 사유를 발전시켜야 이 시가 좋아지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 시는 ‘틈새의 마을’이다.

 

틈새의 마을

우리 동네 슈퍼 앞에는 아스팔트 포장이 깨져 있다 슈퍼에서 동네 어귀까지 조각들이 흩어져있다 집배원은 편지를 한 아름 들고 온다 품속에서 찢어진 편지들이 흘러내리며 동네 어귀에서 따라오고 있다 노인은 평상에 앉아 있다가 집배원에게 공무원이면 아스팔트를 고쳐내라 이 자식아! 노인의 입에서 빠진 이빨 하나가 아스팔트 틈새 속으로 쏙 들어간다 집배원은 편지를 평상 위에 올려놓고 아스팔트 조각들이 이뤄낸 절벽으로 떨어져 내린다 나선형 마을을 타고 오르는 아이들이 쌓은 아스팔트의 성 위에 이빨깃대를 꽂는다 이빨을 찾는 노인의 손이 평상 아래로 떨어지고 편지에는 어머니 생명 보험료가 자꾸만 올라요 아스팔트 틈새에서 피어나 나선으로 떨어지는 어느 마을의 한 낮.

 

이 시는 어느 마을을 가져와서 그 마을 속에서 가지고 있는 상승과 하강, 죽음과 생명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쓴 시이다.

표현에서 보자 면은 무난하게 넘어가지만 문장이 길고 호흡이 가쁘고 조사가 많이 들어 간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부족한 부분들을 고쳐서 매끄러운 부분으로 바꿔야 하겠다.

이미지를 보자면 동네의 상승과 하강에 대한 이미지 그리고 나선으로 도는 어지러운 이미지를 사용해서 세상의 혼란스러움을 그리려고 하였으나 부족한 면들이 많아 아쉽게 되었다. 좀더 이미지를 풍부하게 넣어야 할 것 같다.

사유의 측면에서는 괜찮은 소재와 마을을 끌어 온 것은 좋았으나 보편적인 소재로 가는 것은 약간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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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시를 평가해 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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