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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日記)
게시물ID : panic_474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순수한또라이
추천 : 1
조회수 : 114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5/13 12:12:28

*눈을 뜬다.
 
 
반쯤 감긴 눈을하고 담배한개피를 입에 가져다 문다.
 
시원한 아침공기를 들이마시고

 

간밤에 쌓인 그의 속시름을 털어낸다.
 
머리를 감는둥 마는둥,

세수를 하는둥 마는둥,

양치를 하는둥 마는둥,
 
그렇게 씻고 출근길 버스에 올라탄다.
 
앉아서 조는사람,

휴대폰을 만지는 사람,

창밖을 하염없이 보는사람,
 
그리고, 저기 두좌석에 나란히 앉은 남과여.
 

웃는다.
웃는다.
웃는다.
 

행복해 보이는 두사람의 모습에 괜히 웃는다.
 
전쟁과같은 출근버스에서 내리면

 

또다시 담배한개피를 가져다 문다.
 
차가운 12월의 공기가 폐를 찢을듯이 덤벼든다.
 
가슴 한구석이 아려온다.
 
그의 직장은 하루종일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곳,
 
그는 돈이라는 위대한 신의피조물을 위해
 
마음을 속여가며,

감정을 감춰가며,

자신을 버려가며,
 

웃는다.
웃는다.
웃는다.
 

웃음을 팔아야 돈을 벌 수 있다.
 
퇴근길에 그는 친구와 조용한 술집에 간다.
 
비워진 술잔이 텅빈 가슴마냥 처량하다.
 
그래서 술을 채우고 또 채운다.
 
거나하게 취한 그는 친구의 시시껄렁한 농담에도 쉽게
 

웃는다.
웃는다.
웃는다.
 
세상을 다 가진것 마냥 호탕하게 웃는다.
 
집으로 향하는 길, 그는 또다시 담배 한개피를 입에 가져다 문다.
 
차가운 밤하늘에 걸려있는 초승달이 마치 그녀의 눈썹같다.
 
내뿜는 담배연기사이로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웃는다.
웃는다.
웃는다.
 
그녀 생각에 그는 그저 웃는다.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선다.
 
이 어두운 적막이 너무너무 싫다.
 
불을 켜고 티비를 켜보지만

 

집안은 마치 심연인것마냥 적막하기만 하다.
 
머리를 감는둥 마는둥,

세수를 하는둥 마는둥,

양치를 하는둥 마는둥,
 
그렇게 씻고 그는 침대에 눕는다.
 
천장이 돈다.
 
돌아가는 천장을 좇던 그의 눈도 돈다.
 
마음도, 머리도 돈다.
 
저번 여름쯤이었던가,

 

손수 죽였던 모기의 말라붙은 핏자국이 천장에 보인다.
 
천장은 돌고,

 

핏자국은 점점 커다란 핏구덩이가 되어 그를 삼켜버린다.
 
그는 불현듯 정신을 차린다.
 
나이는 먹어가고, 세상은 원하는대로 되지않는다.
 
모든게 어렵고 괴롭고 외롭고 서럽다.
 
저녁에 먹은 술이 가슴을 차고 올라온다.
 

운다.
운다.
운다.
 
술이 눈물이 되어 흐른다.
 
 
*눈을 감는다.
 
 
그렇게 그는 잠이 든다.
 
꿈속에서 그는 그가 바라는 행복한 삶을 그려본다.
 
모든게 행복하고 기쁘기만한 삶.
 
아름다운 여자와 풍족한 돈, 그리고 담배한개비.
 
그는 담배한개비를 입에 가져다물고 불을 붙인다.
 
그 순간, 그가 그리던 모든 삶이 불에 휩싸인다.
 
결국, 꿈은 지독한 현실이 된다.
 
그렇게 그는 소스라치듯 잠에서 깬다.
 
감은 눈꺼풀 위로 아침햇살이 눈부시다.
 
그는 또다시 악몽같은 하루가 찾아옴을 느낀다.
 
*눈을 뜬다.
 
........................
 
........................
 
그렇게 그의 지독하리만큼 무의식적이고 일상적인 눈깜박임이

 

이루

 

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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