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은 사거리를 줄이는 대신, 비과고도를 높이는 미사일 실험을 계속해서 시행중입니다.
기존 SCUD의 경우 1300Km내외지만, 최근 실험에선 사거리를 600Km로 줄이는 대신 최대비과고도를 150Km로 늘렸지요. 기본적으로 탄도탄이란 물건은 탄도선을 그리는 폭탄입니다. 보통 탄도미사일은 최대 사거리를 얻기 위해 가장 멀리 날 수 있는 각도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기 마련입니다.
북한 역시도 그런 공식을 철저히 따라왔습니다.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 탄두중량까지 줄이는 수까지 써가며 사거리 연장에 집착했죠.
북한이 이렇듯 사거리를 늘리려 노력한 것에는 우선 자신들이 반드시 가지게 될 최종카드를 미본토 혹은 일본에 배달시킬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하겠다는 이유가 가장 큽니다. 즉, 유사시 전쟁이 벌어질 경우, 가장 유력한 적성국들을 자신들이 벌일 판에서 빼겠다는 의도였습니다. 한국을 침공할 경우 어떻게 해서든 1 on 1상태로 끌고 가 최근의 전략적 열세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죠.
자, 간단한 포물선입니다.
외부의 영향을 배제할 경우, 투사각에 따른 포물선의 변이를 표현한 짤방입니다. 물론 옆에 것들은 공식이고, 고등학교 물리 배우셨으면 투사각과 투사체에 가해진 힘, 중력을 가정하면 저 투사체들의 포물선은 물론 비행속도와 최종속도까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일반 북한이 여지껏 해온 건, 짤방에선 45도로 던져온 것입니다.
무조건 멀리 날려보내는 것.
그런데 최근엔 저 60도로 전지는 짓거리를 하고 있죠.
아울러 대한민국이 현무를 통해 해온 짓거리는 저 짤방의 30도로 던지는 것입니다.
(이유는 나중에 설명할 겁니다.)
왜 그럴까요?
바보라서? 김정은이 심심해서?
그럴 이유는 없습니다. 북한도 바보가 아니니까요.
자, 북한이 왜 장거리 탄도탄을 개발하는데 그리도 목을 걸었는지에 대한 주된 이유는 앞서 설명드렸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목적은 설명드리지 않았죠. 사거리 1000Km가 넘는 탄도탄을 가지고자 한 주된 이유는 괌, 오키나와등지를 타격하기 위함입니다. 급하면 생화학탄이라도 투발해서 그곳의 미거점을 마비시키겠다는 게 북한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변했죠?
우선, 첫번째로는 90년대의 북한이 오판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김정일의 오판에 가까운데. 그것도 변명의 여지가 있는게 사실이죠. 우선, 북한이 탄도탄으로 미국의 해외지원기를 타격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은 이란-이라크 전쟁의 전훈이 제대로 공개되고, 분석되고, 평가되지 않았던 시대상황. 그리고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국제세계가 어떤 생각을 가지는지에 대한 국제감각의 결여가 가장 컸습니다.
우선 북한이 가진 모든 탄도탄은 소련이 중동에 뿌려준 유산의 후예입니다.
기본 체계가 구식인 이상, 북한이 아무리 갈고 닦아봐야 정밀도의 향상은 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생화학탄이지만. 이걸 썼다간 어떻게 된다는 건 이제 북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고작 250Kg탄두에 실어보낼 분량으론 하루도 오염시키지 못해 실효성도 없다는 걸 고려하면 비용 대 효과가 가장 덜 떨어지죠.
그래서 해외기지를 타격하겠다는 북한의 노림수는 사실상 폐기되었습니다.
두번째로, 한국군의 역량이 엄청나게 강화된 점입니다.
예전엔 미증원군이 주력군이고, 한국군은 보조군 개념에 가까웠습니다. 버티면, 미군이 증원해서 반격한다라는 개념이었는데, 경제가 성장하면서 군비투자가 선결되며, 이미 90년대 중반에 북한은 단독으로 막아내고, 국지적 반격을 가할 수 있는 역량을 챙긴데 더해 노무현 행정부 무렵엔 독자적인 반격작전안이 설계됩니다. 중원 없이도 필요하면 반격을 가하겠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명박 행정부시기엔 미국조차도 육상증원군 없이 해/공군 지원만으로 땜을 쳐버리려 듭니다.
이미 재래전 역량에서 북한군은 한국군도 단독으로 상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예전처럼 건방떨며 미국 없으면 괴뢰국따위 한방감이다라고 생각하던 시대가 영영 지나가버린 겁니다. 즉, 당면한 최대 위협을 제거해야지, 귀중한 탄도탄을 효과도 없는 괌이나 오키나와에 쏴버릴 수 없는 시대가 온 거죠.
세번째로, 괌과 오키나와는 물론 일본본토까지도 대탄도탄 방어능력이 엄청나게 신장되었습니다.
기존의 뻔한 장거리 미사일 쏴봤자, 효과를 볼 가능성이 매우 희박합니다.
요격체 수량이 적다고요? 북한도 거기까지 날릴 탄도탄 수량이 적습니다. 요격체보다도 적습니다.
특히 다발형 체계로 장거리 미사일을 구성하느라, 장거리 미사일 하나는 중거리 미사일 여러발을 희생해야 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속된 말로 요격이라도 당했다간 정치적으로는 개쪽입니다.
비용대 효과도 구린데, 만일 요격이라도 당했다간 성질만 돋구는 꼴 밖에 되지 않습니다. 요격되는 순간, 북에 가장 유리한 요소인 공포감이 사라집니다. 공포감이 사라지면, 정치적 리스크가 적어지면서, 오히려 탄도탄 공격을 당한 미국과 그 연합국들은 더욱 쉽게 더 대량의 전력을 한반도로 투사하겠죠. 최악의 선택입니다.
고로.
이러한 이유로 북한은 전연지대 일대에 대한 타격수단을 강구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만...
그 수단이 없었습니다. 익히 알려진 KN-02은 연간 생산수량이 십단위에서 노는 북한입장에선 엄청나게 비싸고 복잡한 무기입니다. 현재까지도 수량이 간신히 1XX발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당연히 이들 미사일은 때려봐야 몇시간이면 복구될, 그러나 아니 때릴 수 없는 항공기지나 물자집적소나 레이더 기지에 배당하기엔 너무나 귀중한 전력이죠. 수량도 적고...
또 KN-02이 위협적인 이유는 TEL을 이용한 기동성과 빠른 발사속도입니다. 그리고 알다시피 이 두 요소는 탄도탄 가격과 운용비를 비싸게 하고, 당연히 장비할 수 있는 여력에 한계가 있는 대표적 이유입니다. 그렇다 해서 KN-09와 같은 WS-1B추종형 체계를 무작정 늘릴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KN-02/09 모두 북이 자체적으로 수량을 맘대로 늘릴 수 있는 수단이 아닙니다.(모두 핵심부품과 구성요소는 수입품이죠.)
따라서 북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원래의 사용목적이 망실되었지만, 버릴 순 없는 체계인 노동 시리즈를 활용하고자 하는게 최근의 움직임입니다. 그렇다면 노동의 특성답게 탑재연료를 줄이면 될 터인데, 왜 구태여 투사고도를 늘렸을까요?
이유는 생존성확보입니다.
KN-02의 경우 SS-21의 카피품이지만, 완전한 카피품까진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해당원본의 껍데기와 개념은 카피했으되 그 핵심까진 카피하지 못했죠. 우선, SS-21이 무서운 점은 파격적인 방열속도와 발사속도, 그리고 편심궤도를 통한 저피탐성 확보와 종말단계에서의 회피기동을 통한 무서울 정도의 생존성 확보에 있습니다. KN-02은 체계의 껍데기는 카피했지만, 언급한 무서운 점은 모두다 미달상황입니다. 방열속도의 경우 정밀한 측지체계와 안정적이고 신속한 운반체계가 필요한데, 알다시피 북한은 그 모두를 외부조달받아야 합니다. 또한 앞서의 시험발사들 역시도 평범한 탄도선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비과거리에 비해 탄착 시간이 짧아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았죠. 200Km내외 사거리에 고도가 100Km죠. 반면 현무2는 사거리가 더 긴데도 최대비과고도가 45Km이하입니다.-_-)
즉, KN-02의 무서운 점은 기존 북한미사일들과는 달리 고체연료를 탑재하고, 중국으로부터 조달받은 TEL과 결합할 경우 공군의 공습으로부터 생존성을 확보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사용처도 유사시 반격에 나설 한국군 기갑군입니다. 원판의 목적과 부합하죠. 간단히 말해 우리군의 ATACMS와 동일한 사용처를 가집니다. KN-09의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다만, 이쪽은 북이 가장 두려워하는 수단을 타격할 방법이 없습니다. 바로 서산과 청주등지의 비행기지죠.
KN-09와 같은 장거리 로켓은 우선 정밀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최종낙하속도가 떨어져 요격확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기배치된 패트리어트 PAC-2/3혼합운용 6개 포대가 배치되어 있으므로, 여길 타격해서 얻을게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그런데다 이제 있으면 천궁이 한반도를 도배할 예정이죠.
약 26개 포대가 배치될 예정이고, PIP는 6개 포대가 배치될 예정입니다.
한국의 면적을 생각하면 어마무식한 방공밀집도입니다. 모스크바의 그것과 비교해도 떨어지지가 않습니다. 사실상 남한 면적의 40%가량을 덮어버릴 수가 있는데, 실제로 활용하는 토지면적은 30%내외이고, 그것중에서도 실제로 방공망이 방호하는 면적은 절반에도 미치지 않으니, 2개포대가 겹치는 면적이 대부분일 정도가 됩니다.(논바닥과 산지까지 방어하진 않을테니)
이외에 탄도탄 요격능력이 있는 천궁PIP 6개포대와 PAC-2/3혼합 6개 포대. 도합 12개 포대가 배치되거나 될 예정이므로 일반적인 탄도탄 따위로는 뚫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일반 천궁조차도 소프트웨어 개선을 통해 얼마든지 스커드 타입 탄도탄요격능력 부여가 가능하죠.
자, 결국 이 엄청난 방공망을 뚫자면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방공망 요격고도보다 더 높은 곳에서 떨어져, 미드코스 요격을 방지하고, 최종페이즈에서 방공망 요격가능속도보다 더 빨리 떨어지면 됩니다.
두번째는 빠른 수평비행을 통해 요격에 필요한 시간을 최대한 줄여버리고, 최종페이즈에서 방공망 요격가능속도보다 더 빨리 떨어지면 됩니다.
어찌되건 빨리 떨어져야 한다는 명제는 동일하나, 후자의 경우가 훨씬 어렵죠. 기술적으로다.
그래서 북이 선택한 건 전자고, 남이 선택하 건 후잡니다.
전자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그냥 탄도탄을 더 높은 각으로 쏘아올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의 그것처럼 사거리는 떨어지는 대신 최고고도가 올라갑니다. 그래서 낙하속도도 빠르죠. 실제로 사거리 600Km에 고도 150Km를 대입해 계산해보면 비행속도는 대략 최대 2500m/s내외가 나옵니다. 대략 해표면 기준 마하 7.3이 나오는데, 뉴스에서도 대략 마하 8의 최대속도를 기록한다고 하죠.
이렇게 되면 기존 천궁 PIP와 PAC-3는 요격확률이 많이 떨어지게 됩니다.
폐기물 취급받는 노동도 활용할 구석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미국이 자국 기지에 THAAD를 배치하겠다고 하는 거고, 국방부가 L-SAM을 개발하겠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해당체계들은 노동이 미드코스 단계, 그러니까, 비행속도가 마하 1~2에서 빌빌거릴 무렵에 요격하는게 가능하거든요.
P.S
그렇다면 이 쉽고도 효용성 높은 짓거리를 한국은 왜 안 하고, 후자를 택했느냐?
한국이 하는 방식은 기술적으로 어렵고, 복잡한 대신 확실한 이점이 하나 있죠.
바로 비행과정 내내 약점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_-
평균비행고도가 30Km내외인지라 일반적인 PAC-3급 방공체계 요격고도보단 높아서 요격이 힘든데, 또 중층요격망인 THAAD급 체계최저요격고도보다는 낮아서 이래저래 요격이 힘든고도에서 비행합니다. 아울러 일반적 탄도탄 감시레이더에 피탐되는 시간이 극히 짧아서 탄도미사일 경보가 늦게 뜹니다.
여기에 수평비행속도가 마하 5가 넘어가는 덕에 원래도 늦게 발견되는데 더해 요격가능시간조차도 짧습니다. 거기에 더해 탄도정점 자체가 편심궤도답게 불규칙합니다. 어디가 탄도정점인지 예측하는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언제까지 치솟을 건지 , 혹은 떨어질 것인지 예측이 안되어서 요격이 힘듭니다.
그리고 떨어질땐,
불규칙한 베럴롤 회피기동을 하며 떨어집니다.
거기에 떨어질때조차 여전히 모터가 점화된 상태이므로 낙하속도는 일반적인 자연낙하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가속이 됩니다. 물론, 이것도 이유가 있는게, 베럴롤 기동을 할 경우, 미약하나마 양력이 생기고, 또 항력이 가해져 낙하속도가 떨어집니다. 따라서 아이러니하게도 요격확률이 높아지죠. 그래서 일부러 다중펄스 로켓을 통해 여분의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거나, 아니면 사거리를 짧게 해서 낙탄시까지도 모터가 점화하게끔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일부러 양력과 항력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러 AOA를 조절해 브레이크를 걸고, 탄두부 시커가 공력가열에서 해방된 순간을 통해 탐색을 하는 대함탄도탄의 경우가 그것이죠. 간단히 말해 원리는 거서 거기고, 이 정도 탄도탄 만드는 나라면 대함탄도탄도 응용해서 개발이 가능합니다.
(최근 중국이 러시아에게 이스칸더급 탄도탄 수출을 요구했다는데, 저는 이걸 꽤 중요하게 봅니다. 이러한 이유로 DF-21C/D의 기술적 수준이 생각보다 떨어지고, 미국이 염려하는 대함탄도탄으로서의 능력이 생각보다 떨어질 가망이 높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기술적 장벽이 크지만, 하기만 하면 이점이 워낙 커서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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