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탈영병 임아무개 병장이 23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한 야산에서 자살을 시도한 뒤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실로 옮겨지고 있는 장면이라고 각 신문에 실린 사진. 한겨레도 24일치 신문 5면에 이 사진을 실었는데, 사진 속 인물은 임 병장이 아니라 대역인 것으로 드러났다. 류우종 기자 [email protected]
자살 시도 뒤 병원 이송 장면 임 병장 아닌 대역 병사 군 당국, 파문 일자 “병원에서 요구한 일” 책임 떠넘겨
강원도 고성 22사단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아무개(22) 병장이 자살 시도 뒤 군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되는 사진이 24일 전국의 모든 언론(한겨레는 5면)에 일제히 실렸으나, 모두 ‘가짜 임 병장’ 사진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24일 국방부의 설명을 들어보면, 국군강릉병원과 강릉 아산병원은 전날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구급차를 4대를 동원했다. 군 당국은 자살을 시도한 금강산콘도 인근 야산에서 임 병장을 헬기로 국군강릉병원으로 이송한 뒤 구급차 2대는 아산병원으로, 2대는 동인병원으로 가게 했다.아산병원에서는 가짜 임 병장이 탄 ‘군 구급차’가 응급실 정문으로 들어가 취재진의 이목을 붙잡았다. 응급실 정문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은 이 구급차에서 모포를 뒤집어 쓴 일반 병사가 들 것에 실린 채 응급실로 이동하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취재에 열중했다. 그러나 그 사이 진짜 임 병장이 탄 ‘119 구급차’는 지하의 물류창고를 통해 몰래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었다.군 당국과 병원쪽의 이런 ‘양동작전’에 깜빡 속은 신문은 물론 방송들도 모두 전날 오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가짜 임 병장이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들어오는 장면을 내보냈다. 전국 언론이 모두 사실상 ‘오보’를 내보내고도 한동안 이를 몰랐던 셈이다.군 당국은 24일 뒤늦게 논란이 되자 강릉아산병원 쪽에서 요구한 일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국방부 관계자는 “아산병원 쪽에서 ‘응급실 앞에 취재진이 많아 진료가 제한되니 별도 통로를 준비하겠다. 가장의 환자를 준비해 달라’고 국군강릉병원 쪽에 요청이 왔다”며 “당시 임 병장의 혈압이 60~90으로 떨어지고 출혈이 계속되는 위험한 상황이어서 그런 조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그러나 취재진이 많더라도 포토라인을 만들어 통제하면 될 일을 가짜 임 병장을 내세워 모든 언론에 오보를 양산하게 하고 국민을 모두 바보로 만든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군 강릉병원은 국방부에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당국자는 “나도 오늘 오전에야 알았다. 어제 보고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박병수 선임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