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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박퇴출] 8년간 폭력시위만 해오셨던 A씨의 고백
게시물ID : sisa_532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세이현
추천 : 19
조회수 : 438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08/06/09 21:00:17
[명박퇴출] 8년간 폭력시위만 해오셨던 A씨의 고백

내가 86학번이야...40이 넘었지.
웃겨~ 이 나이에 20년 전에 외치던 독재타도를 외치며 다시 거리시위를 할 줄 누가 알았겠어? 

내가 오유를 들락거린지도 4년이지만, 아직 아이디도 없어. 로그인도 안하고 그저 낄낄거리며, 매일 한번씩 들어와 공짜로 유머 트렌드를 즐겼지. 미안해. 오유. 
하지만 내가 뭔가 올릴만한 게 없었어. 그 동안. 그런데 이제 생겼지 모야. 그래서 한번 써보는거야. 

요즘 폭력 시위다 뭐다 말이 많지?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거 다 하나마나한 개소리린 거 다 알지? 

난 정확히 86년 4월에 화염병을 든 이래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삼당 통합 배신까지 거쳐 93년 초까지 파이프를 들었던 것 같아. 그 동안 잡혀가기도 여러번, 맞기도 드럽게 많이 맞았지.  92년에는 요즘 말많은 채증조가 뒤에서 던진 돌에 맞아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고, 밤새 모 대학 산길에서 백골단과 10대 10쯤으로 맞닥뜨려서 아무도 안끌려가고 승리하는 쾌거를 거둔 기억도 나는군. 
각설하고...

촛불시위가 폭력시위?
생각해보자구..
뭐가 폭력이고 불법일까? 
거대한 권력을 가진 자가 지멋대로 나라 말아먹으려고 하는 것이 폭력일까? 아니면 수만명이 모인 가운데 일군의 시위대가 도로를 가로막은 전경버스에 낙서하고 청와대로 가겠다고 전경과 몸싸움하는 것이 폭력일까?
지휘체계가 단계별로 명확하며, 각종 보호장구와 무기로 무장한 전경이 시민을 방패로 찍고 밟는 것이 폭력일까? 아니면 맨몸에 촛불들고 전경버스 유리창깨고 방패를 빼앗는 것이 폭력일까? 조중동 찌라시들이 말한대로 그 폭력이 프락치와는 전혀 무관한 시위대 일부의 난동이었다고 접어주고 가도 그렇다는 말이야. 

생각해보라구.
시위와 집회결사의 자유란 뭐겠어? 사회체계와 권력과 제도가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소통수렴하지 않을 때 하는 실력행사 아니겠어? 
제발 말 좀 들어라. 그거 아니냐구? 그게 평화로울 때 그나마 사회체계가 소화하면 폭력시위 따위는 안생기는 것이지. 

그런데 이 넘의 정권이 한 짓은 뭐지? 
어린 학생들이 처음 든 촛불에 배후설. 재협상은 없네 뭐네. 계속 거짓말. 불법 시위다...이런 개소리 밖에 더 했나? 시민을 발로 밟고 머리 까고, 철거용역이나 할만한 보훈단체랍시고, 광장 장악해서 충돌이나 유도하고..
내 생각에는 폭력시위가 되고도 남을 일이야. 

정말 프랑스 같았으면, 파리 시내가 밤새 불탔을꺼야. 
우리 시민들은 정말 착한 거야.

니네들이 폭력시위를 안봐서 그래.
우리 때는 말야..(진짜 옛날 이야기다 ㅋㅋ) 교문 앞 1미터라도 나가서 구호를 10분이라도 외치려고 밤새 화염병을 만들고, 한명이라도 덜 잡혀가려고 파이프를 들어야 했던 것이지. 내가 지금 머리가 나빠진게 그 좋은 시절에 매일 들이마셨던 최루탄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해. 쥐도새도 모르게 끌려가는 친구들, 어느새 간첩이네 조직이네 하여 감옥에 가 있는 친구들. 집까지 매일 들락거리며 위협하고 감시하는 형사들. 심지어 죽어간 친구들. 

나는 진짜 파이프만 하나 제대로 만들어 쥔다면, 요즘 같아서는 잡혀가지 않을 자신이 있어. 나같은 놈이 파이프를 잡으면 폭력시위라고 하는 것이지. 
전문 시위꾼에 좌익 빨갱이 폭력분자가 말이야. 

촛불시위 나가서 난 정말 너무 많이 웃었어. 
행진이라는 것이, 가두시위라는 것이 목표도 없고, 누가 한 방향으로 이끌지도 않아. 걍 지가고 싶은대로 가는 거야. 힘을 모아야 한다, 이런 논쟁도 없어. 걍 가고 싶은대로가. 경찰이 막으면 그냥 옆길로 막 뛰어!! 하하하! 이게 뭐야.  

심하게 막으면 뒷쪽으로 빽!! 뒤가 선두가 돼. 
정말 기가 찰 노릇이지. 남녀노소 언니오빠들 구호도 지멋대로야. 

우리 때는 8자 8자 합의 16자, 명확하게 내용을 전달할 구호들을 만들어 나갔지. 예를 들자면 이런 거. 
'살인정권 폭력정권 전두환 정권 타도하자'
얼마나 좋아? 내용도 있고 리듬감도 있고~ 리드 하는 사람이 이런 거 한 10개는 만들어가지. 

근데 이건 뭐어 오합지졸도 아니고..다들 '고시철회 협상무효'. 아니면 '이명박은 퇴진하라' ㅎㅎ. 머리가 다들 나빠진게야? 그나마 다같이 맞춰서 하면 누가 뭐래. 다들 지 멋대로야. 정말 배후라고는 심지어 지도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오합지졸들. 

그런데 말이야...난 그런 모습이 좋더라. 
이상하게 이렇게 할 수 있는 게 참 좋더라. 

유모차끌고, 애 손을 잡고 나온 내 또래 혹은 아래 부부들이 끊임없이 애들에게 무언가 설명하며, 웃음지으며 행진하는 그런 모습이 참 좋더라. 난 이 오합지졸들이 좋더라. 

이거 뭐..이 시위의 목표가 있기는 한 것인지 이러다가, 최루탄 한방 터지면 죽도 밥도 아니고 해산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은 있었지만, 한달을 내내 나오는 어린 친구들과 그 안에 다양성을 죽이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의지를 다지는 그런 모습이 난 오히려 희망적이더라.  

마르크스는 역사는 변증법적으로, 그리고 나선형으로 발전한다고 했던 거 같아.
그래 20년 전에 도보블럭을 깨지않고는, 파이프와 화염병을 들지 않고는 스스로 죽을만큼 폭압적인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그보다는 그대로 나은 것이지. 

그렇다고 내가 무조건적인 비폭력을 지지하는 건 아니야.
내가 그때 파이프를 들었던 것은 폭력적인 국가권력에서 최소한 나의 목숨을 보호하고자 하는 자구책이었고, 그것이 정권의 변화없이는 바뀔 수 없었듯, 4.19 때 청와대 앞까지 달려가 돌을 던지며 목숨을 초개같이 버렸던 학생들에게 폭력의 허울을 뒤집어 덮어버릴 셈이 아니라면, 비폭력이냐 폭력이냐 따위의 논의는 중요한 게 아니야.
괜한 분열만 가져오지. 

내가 생각하기에...아마 이 2MB는 1년 내내 촛불만 든다면, 아마 지금과 하나도 안달라질꺼야. 진짜 무서운 꼴을 보여줘야지. 광화문을 가득 채운 100만이 죽일테면 죽여봐...난 너랑 더 공존하기 싫다!!! 라고 외치고 미친듯이 밀고 들어가지 않으면, 살살..빠져나갈꺼야. 거짓말하고 달콤한 사과 따위로...말이야.

하지만...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는 오직 우리 스스로에 달렸어. 
바로 내일 1만명이 모이든 10만명이 모이든 100만명이 모이든, 그들이 가만히 행진만하고 해산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고, 전경차를 뒤집고 청와대 앞에 연좌를 하든 그건 모인 사람들이 알아서 할꺼야.

난 배후세력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방패로 맞는 사람들 보면 뭐라도 확 집어들고 싶었지만, 이제 그건 내가 할 몫이 아닌 것 같아. 미래의 대한민국은 훨씬 더 젊은 사람들의 몫인 것 같아. 그걸 결정하는 것도 당신들 몫이고. 

그리고..한가지 더..
개인적인 예상인데..이번 이 싸움이 진짜 만약 별 성과없이 끝난다 해도 말이야...
난 별로 걱정하지 않을 것 같아. 내일 그저 수천명이 모여 하던 이야기 하던 행진하다가 그냥 끝난다해도 난 별로 실망하지 않을 것 같아. 

왜냐하면, 이 5월에서 6월까지 난..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역사의 발전과 변화를 보았기 때문이야.
오늘 못한다고...쥐새끼 한마리를 오늘 박멸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해.

전경라인을 돌파했느냐 못했느냐, 재협상을 얻어냈느냐 아니냐보다 더 중요한 것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진실과 사실들을 알아버렸고, 권력의 허상과 실체를 알아버린 것, 그리고 그것을 우리가 바꿀수 있고 바꿔야 한다는 광범한 자각이 더 중요하니까. ㅎㅎ

그래서 난 즐거운 마음으로 내일 다시 나갈 생각이야. 
역사의 변곡점, 새로운 대한민국이 어떻게 시작되고 있는지를 노땅 운동권, 이미 은퇴한 지 오래된 폭력시위꾼은 즐겁게 확인할 생각이야.

다들 거리에서 만나보자고!!


6.9 세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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