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 노인들 "기초연금 20만원 보장하라"
[한겨레]빈곤노인 연금보장 연대 출범
박대통령 면담·촛불집회 등 추진
"대한민국에서 우리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는 사람 취급을 못 받아요. 알고 보면 몇 십억짜리 강남 무슨 팰리스에 사는 부자 노인한테는 기초연금 20만원을 주고,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에게는 그걸 줬다가 뺐어간다는데 이게 말이 됩니까. 당연히 수급자도 기초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한테도 나눠주십시오."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서 온 김호태(68)씨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묻어 있었다. 김씨는 이제 안다. 소득을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가난한 하위 70% 이상 노인한테 매달 10만~20만원을 주는 기초연금제가 다음달 1일 본격적으로 시행되지만, 기초생활수급자인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로 선정된 노인은 10만~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더라도, 그동안 정부가 최저생계비에 맞춰 현금으로 지급해온 '생계급여'에서 똑같은 금액만큼 깎인다. 결과적으로 기초연금을 못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26일 오전 내가만드는복지국가와 노년유니온,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빈곤사회연대 등 17개 복지 관련 시민사회단체가 서울 광화문에서 '빈곤노인 기초연금 보장연대'(빈곤노인 기초연금연대) 출범식을 치렀다. 7월 첫발을 내딛는 기초연금제에서 소외돼 있는 40만 기초생활수급 노인에게도 다른 소득 하위 70% 노인과 똑같은 혜택을 제공하라는 것이 이들의 핵심 요구다. 65살 이상의 기초생활수급 노인 당사자 자격으로 이 자리에 참여한 김씨는 "줬다가 뺐어가는 법이 어디 있느냐"는 말에 특히 힘을 주었다. 서울 중랑구에서 온 강금순(74·여)씨도 '줬다가 뺐어가는 법'의 실체를 뒤늦게 깨닫고선, 배신감에 눈시울을 적셨다.
"대통령님이 공약을 하실 때 65살 이상 노인들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준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웬만큼 사는 사람에게는 20만원을 주면서 왜 우리에게만 줬다가 곧바로 삭감을 하냐구요. 처음부터 준다는 약속을 안 했으면 기대를 하지 않잖아요. 아주 가슴이 아프고 힘듭니다."
빈곤노인기초연금연대는 앞으로 기초생활수급 노인에 대한 연금 지급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박근혜 대통령 면담 요청과 당사자 노인 간담회, 촛불집회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기초연금제 시행 첫날인 7월1일에는 서울 경복궁에서 청와대까지 거리행진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