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인사청문회 무력화 시도가 점입가경이다. 안대희·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를 연이어 낙마시킨 정치권과 여론의 검증을 '먼지털이'라고 비하하는 것도 모자라, 야당 시절 자신들이 주도해 도입한 인사청문 제도 자체를 "정치공세·망신주기로 점철된 구태정치"라고 성토한다.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상대책위 회의는 '청문회 성토장'을 방불케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미국, 필리핀 외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인사청문 제도를 가진 나라가 없다. 미국은 인사청문 제도가 200년 된 반면, 우리는 13년 정도 운영돼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며 "문제점을 보완하고 정교하게 다듬어야 청문회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가 말하는 '문제점'이란 야당과 언론이 주도하는 사전검증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내놓고 있는 대안은 '신상 검증은 비공개, 능력 검증은 공개'로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무게중심이 비공개 신상검증을 통한 '검증 기능 약화'에 찍혀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 원내대표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정례회동이 예정된 30일 전까지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티에프(TF)'를 당에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윤상현 사무총장도 인사청문회가 "정치공세, 망신주기"라고 성토했다. 윤 사무총장은 "결론부터 미리 내놓고 이에 꿰맞춰 공직 후보자를 나쁜 사람으로 색칠해버리는 야당의 공세 앞에 어느 누가 온전할 수 있겠느냐. 이런 청문회는 새정치연합이 내려놓아야 할 구태정치 목록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는 정부가 국회에 청문요청안도 제출하고 낙마한 상황임에도 '여론의 사전검증'과 '국회 청문회'를 뒤섞어 논점을 흐리고 있다.
문 후보자가 청문회를 치르지도 않았는데, 새누리당이 '청문회'에 초점을 맞춰 야당을 공격하는 것은 안대희·문창극 후보자의 잇따른 낙마에 따른 부실인사 책임론을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장관 후보자들에 쏟아질 야당과 언론의 검증공세에 대한 사전정지 작업 성격이 짙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의 유불리나 이해관계, 당리당략 때문에 인사청문 제도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새누리당의 청문회 비판은 본질을 흐리고, 국민의 알 권리와 검증의 기회를 가리겠다는 정치적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유기홍 수석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교육감 선거에서 지니 직선제 없애자 하고, 안대희·문창극 후보자 낙마하니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하자고 주장하는 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