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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 두 알
게시물ID : gomin_6949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O총각
추천 : 1
조회수 : 38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5/14 22:47:47

 

 

한참 된거 같다.

손을 떨기 시작한지 4년 이상이 흐른 듯 하다.

어디, 어느 곳에서 술 잔 받기가 두렵다.

의식하기 시작하면 마구 흔들리는 손 때문이다. 사실 손만 떨고 있는게 아니라 몸 전체가 떨린다.

 

누군가에게 말해보고 싶었다.

그러면 후련해질까 싶은 기대도 크다.

그렇게라도 이 떨고 있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싶다.

 

내 직업은 용접이다.

어느 날 부턴가 누군가를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뒤에 온 느낌만으로도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손이 요동쳤다.

난 술을 좋아했기에 아무런 의심없이 알콜성 수전증으로 생각하고 수치심을 많이 느꼈다.

그러다보니 작업중 인기척만 있으면 작업을 멈추고 사람이 없거나, 사라지면 작업을 이어가곤 했다.

 

그러다 심해진다 싶어서 일을 잠시 쉬었다.

마음이 초라해져 술을 끊지 못하고 더 마셨던 것 같다.

혼자 술잔을 들때는 멀쩡했다.

 

다시 용기를 내서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이 있든 없든 손이 마구 떨리고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지경까지 왔다.

조퇴를 하고 한의원을 찾았다.

한의원에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며

조심스레 정신과를 추천해줬다.

 

그 날은 가지 못했다.

내가 왜 거기를 가야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마 내가 ? 라는 생각이 지배했다. 돌팔이 한의사 욕도 했다.

다음 날 출근을 해서 작업지시를 받고 일을 하려고 하는데

내 몸을 내가 제어를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장님께 다른 핑계를 대고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용기를 내서 정신과를 찾았다.

몇 마디 안했던 거 같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 말씀이

'사회공포증' 의 증상과 똑같다고 했다.

책자를 내밀어보였다. 읽어보았다.

너무나 완벽하게 들이맞았다.

 

체념을 했다. 난 이제부터 머리속이 이상한 사람이구나 라고 수도 없이 나를 비난했다.

너무 착잡한 마음에 용기도, 힘도 나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건 약물로서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였다.

 

난 지금도 손을 떤다. 약이 없으면 우울해서 밖으로 나가지를 못한다.

노총각 우울증도 한 몫 하는 거 같다.

약을 먹으면 아무렇지도 않다. 사람 눈을 쳐다 볼 수도 있다.

약이 없으면 지나가는 사람도 두렵고 무서워 밖에 나가지를 않는다.

약을 줄여도 봤고 약을 안먹고 일부러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도 가봤다.

역효과가 컸다.

 

알약 두 알에 의존해 하루를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평범한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다.

알약 두 알에 술잔도 떨림없이 받고 있다.

이 알약 두 알을 죽을때 까지 먹어야 할까봐 두렵다.

 

난 '사회공포증' 환자다.

난 손과 몸을 떨고 있는게 아니라 마음을 떨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이 끝으로 갈수록 많은 사람이 본다는 것, 사실 부끄럽고 두렵다.

내 앞에서 손가락질 할 수는 없지만 악플이라도 달린다면 또 자책할지도 모르겠다.

 

난 그냥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힘내란 말도 고맙겠지만 읽어주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 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넘겼으면 좋겠다.

 

마무리로 오니 마음이 한결 홀가분 해진거 같다.

 

난 마음을 떨고 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약 두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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