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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별 19800931호
게시물ID : readers_53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클라
추천 : 0
조회수 : 20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03 17:19:55










나의 아버지는 외계인이라고 불려왔다.

사람들은 그를 외계인이라고 불렀고 그 역시 나에게 외계인이라고 했다.

어비지는 외계인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우리는 머나먼 다른 은하에서 왔단다, 지금은 이곳에 일을 하기 위해서 왔지.'

'일?'

'그래, 지구를 관찰하는것이란다. 그리고 이 노트에 그것을 기록하는것이지.'

아버지는 언제나 검은색 두꺼운 수첩을 들고계셨다. 그리고 때때로 무언가를 열심히 적으셨다.

어머니가 없던 나에게 아버지는 어머니는 고향에 계시단다 라면서 나를 달래었고 금방 만날수있을거라는 말만을 반복했다.

어느샌가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나는 아버지의 '그'일을 이어받았다.

아주 가끔씩이지만 세상이야기를 노트에 적는다 

빽빽히 

아주 빽빽히 적어낸다.

따르릉

따르르릉

따르르르릉

구식 핸드폰에서 벨소리가 울려댄다.

아니 벨소리라기보다는 시끄러운 소음에 불과하다.

핸드폰을 열자 익숙한 번호가 보였다.

다니고 있는 직장의 대리.

보통 만년대리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따뜻하고 인정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 사람은 만년 대리이다.

통화버튼을 누루고 귀에 핸드폰을 가져다 된다.


- 아.. 하치남 군..

- 안녕하세요 김대리님.

-아... 그래. 어때 몸은?

- 예,괜찮습니다.

- 치남군... 미안하네..

-?

- 내일부터는 회사에 나오지않아도 돼..

-....네?

-... 미안하네.. 미안하네.. 정말로 미안하네.


이 사람은 나에게 사과를 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이 사내는 나에게 사과를 하고있었다

왜일까

라는 궁금증이 닿기 전에 왜 짤렸을까, 라는 사소한 궁금증이 내 의식에 먼저 닿았다.

-어째서.

-.. 자네가 낸 보고서 말이야.

- 보고서?

=그래.. 그.. 자네가 언제한번 부장의 비리사실을 폭로한다고 낸 보고서말일세.

-그것이?

-그것이 부장손에 들어갔어....

이유를 알수없었다.

잘못한것은 부장이다.

부정부패를 일으킨것은 다름아닌 부장녀석이었다.

공무원은 그 나라의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것이지 자기 배를 채우기위해서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런데 그 부장은 자기 배를 채우기위해 돈을 빼돌렸다!

국가의 돈을! 시민의 피를!

그렇기에 나는 심판을 내리려했다.

심판을 내릴수있는 자리는 아니지만 보고만 있을수는 없는일이었다.

그렇기때문에 보고서를 작성 부장에게 정의의 망치를 휘두르려는것이었는데.

어째서 그 정의의 망치는 나에게 온것인가!

-.. 그러게 내가 참으라고 하지않았나... 이건 상부층에서도 간간히 일어나는 일이야 참고 살아야하는것이야.

-그런게 어딨습니까!

-조금 더 살아보면 무슨 의미인지 알게야. 미안허이

그리고 만년대리는 전화를 그대로 끊어버렸다

후우

한숨만이 나올분 아무런 의식도 감정도 생기진않는다.

자리에서 일어선다.

여기는 건물의 옥상.

이 도시에서는 가장 높은 건물

그곳의 옥상

이 도시의 하늘이라고도 할수있는 곳.

일어서자 현기증이 일어난다.

땅이 달려드는듯한 느낌.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 떴다.

달려들던 땅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고 그 땅위에서 기어다니는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여갔따.

건물에서 내려와 길을 걷는다.

다른 사기업회사와의 계약을 하고 돌아오는길.

계약은 잘 성사되었다.

우리 측으로 굉장히 유리한쪽으로 전개되었다.

하지만 나는 벼락을 맞았다.

한순간에

그저 몇분을 쉬었다는 이유만으로?

아니다.

하찮은 '정의'를 지키려다가 벼락을 맞고말았다.

만화에 나오는 정의의 사자는 언제나 악당보다 강하다.

그렇기때문에 정의의 사자인것이다.

만약, 정의의 사자가 악당보다 약했다면 악당이 정의의 사자였을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그를 지지했을것이다.

그런 세상이다.


















더럽게 재수없다.





















가버리고싶었다.

아버지가 말한곳

고향

어미니가 계신곳

이름 모르는 그곳

그곳으로 가버리고싶었다.

별 19800931호

아버지는 언제가 나에게 고향 별이름을 알려주었다.

알수없는 숫자의 나열

세상엔 그만큼의 생물체가 사는 별이있다는것인가

아니다 더 있을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1초씩 들려도 살아 생전 다 돌수없을만큼 많을것이다.

그리고 이곳도 그곳중 한곳

가장 부패하고 썩어버린 곳

이미 치유가 불가능한 행성













지구

그리고 인간












집에 다가간다.

하찮은 주택주거지 구역

파리가 날라다니는 싸구려 아파트

그곳이 나의 집

아버지가 남겨준 유일한 '지구의 물건'

와이셔츠를 풀어헤치고 가방을 구석에 집어던진다.

리모콘을 들고 쇼파에 털썩 주저앉는다.

앉아서 켜지지않은 TV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1분

2분

3분

4분

탈칵 탈칵 탈칵

탈칵 탈칵 탈칵

위이잉

위이잉

위이이이이이이잉



시간이 흘러갔다.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 시계가 움직이는 소리

그것이 내가 살고있는 이 곳의 모든 소리였다.


쾅 쾅 쾅 쾅 쾅


윗집 꼬맹이가 뛰어다는 소리가 들린다.

부모는 그것을 막지않는다

아니 막지 못한다.

부모는 없다 

모두 일을 나간다.

일을 나가 밤이 되서야 돌아온다.

아이는 그것을 안다.

하지만 

자기가 소란스럽게 하면 부모님이 빨리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유난히 시끄럽게 뛰어다닌다

쾅 쾅 쾅 쾅 쾅

퍽.

아이는 계속 뛰어다니다가 결국 넘어진다.

소리를 지른다

운다.

절망감에 눈물을 흘리고 울부짖는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

누구도 달래주지않는다.

병신같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 엉엉 울어된다.

부모님이 거기없다는 절망감으로 펑펑 울어댄다















병신 세끼















나는 병신도 되지 못한다.

어른이 되버렸기때문에

병신도 될수없다.

아련한 세끼

그것이 바로 나라는 존재.

아이의 울음소리를 지우기 위해 TV를 틀었다

TV에서는 뉴스가 나오고있었다.

조금 있으면 대선이 있다.

각기 후보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공약을 내세웠고 자랑스러운듯이 승리의 미소를 머금었다.

미친세끼들.

그런 공약이 이루어졌으면 윗층에 저 병신은 울고있지않아.


괜한 욕지거리가 난무한다.

멍하니 몇시간동안 티비만을 바라보았다.

울고있던 병신은 어느샌가 울음을 그쳤고 밤이 다가와 검은 실루엣으로 세상을 덮는다.

그러자 숨어있던 것들이 눈을 뜨기 시작한다.

내일에 대한 걱정

갈곳은 없다.

집에만 틀어박혀야하나

힘들게 억눌러왔던 생각들이 튀어나온다.

열려서는 안되는 판도라의 상자

그것이 열렸다.

불안감 , 저주 

머릿속이 그런것으로 가득찼다.

생각을 지우기 위해 담배하나를 입에 문다. 주머니를 뒤적거리자 오래된 라이터 하나가 흘러나온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빠직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찰칵
찰칵

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

결국 라이터는 켜지지않는다.

화가나 라이터를 던진다.

라이터는 멋지게 곡선을 그리면서 벽에 붙히쳐 고통의 소리를 내뱉으면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TV를 끄고 방으로 들어간다.

능숙하게 한손으로 모니터를 키고 한손으로 키보드를 빼며 자리에앉는다.

탈칵...탈칵....탈칵....탈칵..탈칵

본체가 켜지지않는다

탈칵탈칵탈칵탈칵탈칵탈칵탈칵탈칵탈칵탈칵

켜지지않는다

불이 들어올뿐 컴퓨터가 돌아가진않는다

자리에서 벌떡일어난다.

잠시 이곳저곳을 만져보았으나

움직이지않는다.

애시당초 이렇게 쉽게 고쳐졌을거라면 컴퓨터 수리공은 존재하지않는다

핸드폰을 열어 가까운 컴퓨터 수리공한테 연락을 한다

받지 않는다.

무심결에 시계를 본다.

째각 째각

가장 짧은 막대기가 10이란 숫자를 향해있다.

이미 문을 닫았을 시간.

핸드폰을 닫고 주머니에 넣는다.

컴퓨터 본체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리고 다시 한번 파워를 누른다.

같은 반응



발로 본체를 걷어찼다.

발에는 저릿저릿한 고통이 다가왔고

본체를 화를 내듯이 꽝 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굴렀다.

컴퓨터를 포기하고 침대에 털썩 눕는다.

먼지가 푹하고 올라온다.

스프링이 망가진 침대는 맥없이 쓰러졌다.

담배를 다시 한번 꼬나문다.

다시 생각이 들었다.

라이터가없다.

담배를 집어던진다.

후우

한숨만이 나올뿐이었다.








































잠에서 깬다.

아침 5시

공무원이엇을때의 습관

사라지지않는다.

하루만에 사라질리가없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화장실로 들어가 얼굴을 씻고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칫솔을 입에 문채로 장롱을 열어 와이셔츠를 꺼낸다.

기계적 습관.

20분정도가 되고.

모든 준비가 끝났을때 쯤에 정신이 들었다.















나는 뭘 하고 있는건가?

















넥타이를 풀어헤쳤다.

다시 쇼파에 풀썩 주저앉는다.

윗층 병신은 울지않는다.

자고 있을 시간

하지만 부모는 이시간쯤에 밖으로 나온다

그러면 또 아침부터 싸질러 울어대겠지.

냉장고에서 적당히 먹을것을 꺼내고 집을 나선다.

가방을 들고나오진않는다.

이제 필요없다.

만년대리가 물건을 가지러 오라고햇지만

미쳤다고 그런곳을 가는가 그 더러운곳

구더기가 들끓는 곳에는 다시 가고싶진않다.

그렇게 생각하고 집을 나섰다.

흐아암

덜 깬 잠이 하품을 불러들여 나를 괴롭힌다.

갈곳이 없으면서 왜 나온것인가 

씁쓸한 생각이 머리위를 멤돈다.

집에서 가지고 나온 빵 봉지를 뜯어낸다.

매퀘한 냄새

이번에도 꽝이군 이라고 생각하고 빵을 버린다.

아파트 앞에있는 낡은 식당에 들어간다.

이곳에서 28년을 살았지만.

한번도 들어가본적이 없는 식당

적당히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들여다본다.

익숙한 이름들의 음식들

그리고 이질감느껴지는 가격.

비싼가격

우리가 입에 쑤쎠넣는건 금덩이인가?

목차의 맨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가장싼것

그것을 골라 주문을 한다.

웅성웅성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밥을 먹고있다.

몇 십분이 지나고

식당에서 일하던 아줌마 하나가 아무말없이 그릇을 가지고 온다

당연스럽게 그릇을 받고 식탁에 올려둔다.

꾸역 꾸역 입에 쑤쎠넣는다.

맛이 느껴지지않는다

그냥 쑤쎠넣는다

꾸역 꾸역

그렇게 얼마간 쑤셔넣고 나니 밥 한공기가 비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간다.

계산이 끝날때까지 아무말도 주고받지않는다.

식당을 나설때 여는 문에서 들리는 '딸랑 딸랑'하는 소리만이 들린다.

길을 나선다.

6시.

직장에 도착하려면 전철을 타고 40분동안 가야한다.

조금 여유롭지 못한 시간

하지만 이제 그런건 상관없다.

매일 전철을 타고 가던 도시의 중심부로 걸어간다

또각 또각

구두는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또각 또각

시내에 도착하자

어두웠던 하늘은 점점 밝아지고 태양이 얼굴을 비추기시작했다.

그대로 계속 걸어간다.

회사 앞까지 도착.

몸을 빙그르 반바퀴 돌린다.

그리고 다시 걷는다

또각 또각 또각

도다시 구두가 노래를 부르고 

지루한 모험은 다시 시작됬다.

아파트로 돌아가는길에 조그마한 동사무소가 눈에 띄었다.

몸을 돌려 동사무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들어서자 아침부터 분주하다 무엇을 하러왔는지 아줌마들과 할아버지들이 뒤섞여 이것저것 자기할일을 하고있다.

번호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린다.

지루한 시간

지루한 하루

띵동

곧이어 차례가 나에게 왔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사무적인 한마디

그리고 되받아치는 한마디

"부모님을 찾고싶습니다."

여자는 잠시 나를 쳐다보다가

다시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네, 알겠습니다. 성함이?"

"하치남입니다."

"알겠습니다. 하치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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