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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팬픽]푸른 무지개 #2
게시물ID : pony_427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halanX
추천 : 1
조회수 : 33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5/15 10:16:09

   

푸른 무지개 #2

   밤과, 달과, 어둠의 품.

 

   -After, 긴 밤.

 


발굽에 껌이라도 붙은 걸까.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끌고 객실로 들어가자, 그곳에는 트와일라잇 스파클과, 레인보우 대쉬를 제외한 네 마리의 포니와, 우리 큐티마크 크루세이더즈까지, 총 일곱 마리의 포니가 모이게 되었다.


 이렇게 모인 우리들, 그러니까 일곱 포니의 캔틀롯까지의 여정은 정신이 없었다. "이건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나쁜 일 중 가장 나쁜 일이야!" 래리티는 '맨바닥'에 드러누워 스위티 벨을 껴안고서 통곡했고(덕분에 덩달아 스위티 벨도 같이 울어야만 했다.), 플러터샤이는 그녀의 토끼 엔젤의 격려에 힘입어"오, 엔젤, 나를 위로해주는거니? 정말 고맙구나,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녀는 이젠 돌아올 수 없어! 어흐흐흑!" 쓰러지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울었다.


"어…, 쟤들이 저리 우니 우리까지 울기는 뭐하구마. 그렇잖나, 핑키파이?"


 결국 심지가 굳은 애플잭과 어째선지 평소와 다를게 없어보이는 핑키파이가 그녀들을, 그리고 그런 언니를 닮은 애플블룸이 나와 스위티 벨을 달래며, 우리 일곱 포니는 시간히 어떻게 흐르는지도 알 수 없는 시간을 보냈고, 마침내 캔틀롯에 도착했을 때에는 래리티와 플러터샤이의 눈가가 퉁퉁 불어 약간 우스운 꼴을 하고 있었다.(후에, 애플블룸의 말에 따르면, 울음을 참으려는 내 얼굴도 가관이었다고 한다.)


 캔틀롯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경종과 함께, 열차 문이 조금은 경쾌해진 소리와 함께 열리자, 우리를 맞이하는 타오르는 노을과 반짝이는 로열 가드들 틈에서 "얘들아!" 트와일라잇 스파클이, 자신의 예복이 흐트러지는 것 조차 신경쓰지 않고 달려와 네 포니들을 껴안았고, "오, 트와일라잇!" 래리티와 플러터샤이는 다시 째지는 목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다시 시작된 그녀들의 울음은, 눈물은 마법처럼 처럼 끊임없이 터져나왔고, 결국 보다못한 애플잭이 다시 그녀들을 달래야만 했다.


"오, 얘들아(훌쩍) 너희들도 와주었구나(훌쩍), 정말 고맙다. 대쉬도 분명 기뻐할 거야(크흥)"


 우는 것인지, 인사를 하는 것인지 구별하기 힘든 인삿말을 건네며, 트와일라잇 스파클은 로알 가더들에게 우리가 지낼 곳으로 안내해달라고 부탁한 뒤 장례식의 준비를 마저 도와야 한다며 다시 자리를 비웠다. 곧이어 오와 열을맞춘 로얄 가더 한 무리가 나타났다."이쪽입니다, 아가씨들." 난생 처음 아가씨 대접을 받아보았다.


 로얄 가더들의 공중 마차에 올라서 바라본 캔틀롯 시내는 '굉장'했다. 디자인에 관해 아는게 없는 나 조차도, 포니빌과 비교했을 때 캔틀롯은 굉장히 세련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의 포니들은 모두 품위있는 모양새로 걸어다녔다. 짧은 감상의 시간이 지나고 도착한 캔틀롯 성은,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크기였고, 때문에 우린 각자 방을 하나씩 쓸 수 있게되었다.


 "모두들 피곤하겄제. 장례식은 내일부터다. 오늘은 일찍 자는게 나을거구마." 애플잭의 말과 오랜 여행과 깊은 슬픔에 지친 포니들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고 풀어놓을 짐이라고는 건초 한 줌조차 없는 나는 무심코 테라스의 커텐을 젖혔다. 그러자 펼쳐지는 눈앞의 광경을 나는 짧은 감탄과 함께 하늘을 넋놓고 쳐다보아야만 했다.


 낮과 밤의 경계가 그곳에 있었다.


 지평선 너머로 아스라히 타오르는 붉은 대지와, 대지를 집어 삼키는, 그러나 결코 서두르지 않는 보랏빛 하늘이 뒤섞이는 광경은 난생 처음 보는 장관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아름다움에, 그 순간 만큼은 레인보우 대쉬를 잊었고, 그리고 충격은 마침내 보랏빛 하늘이 한 줌 재 조차 남기지 않고 모든 대지를 물들였을 때야 비로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이 광경을, 레인보우 대쉬도 본적이 있었을까. 그렇다면 그녀는 이 광경을 보고 무어라고 했을까. 멋지다cool? 아니야, 끝내준다awesome고 했을 거야.


 한 차례, 낮과 밤의 기이한 아름다움이 나를 물들이고 지나가자, 이어서 몰려오는 그녀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이 다시 나를 흔들기 시작했다. 만약 지금 내가 본 낮과 밤의 경계를, 한 줄기 무지개가 가르고 지나갔다면, 얼마나 멋지고, 끝내줬을까. 솟아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서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스쿠틀루?"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은 안되는데. 이런 볼성사나운 모습을, 터프하지 않은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서는 안되는데….


"맞구나, 스쿠틀루. 가여운 어린 종마여, 고개를 들렴."


 목소리의 주인은 루나 공주님이었다. 그녀는 마치 어머니와도 같은 따스함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고, 울음을 단단히 잠구어둔 나의 목의 자물솨를 철커덩, 풀어버렸다. 테라스에 내려온 그녀의 갈기는 보랏빛 밤하늘에 녹아있었고, 나는 그녀에게 안기며 울음을 터트렸다.


"흑, 루나…공주님, 히끅, 으아아앙…."


 머릿속이 하얗게되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우는것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런 한심한 나의 모습을 따스하게 안아주며 보듬어주었고, 그래서인지 나는 그녀가 죽고 난 후, 처음으로 모든 감정을 가슴에서 내뱉을 수 있었다.


"공주님… 공주님…, 흑, 그녀가…, 레인보우 대쉬가…, 흑, 삼켜져 버렸어요…, 히끅, 어둠에 삼켜진 불꽃처럼…, 엉엉…, 부디, 부디 이것도, 히끅, 그날 밤 처럼…, 목없는 말의 악몽을 꾸었던 그날 밤처럼…, 흑, 악몽이라고 해주세요…, 힉, 저를, 저를 잠에서 깨게 해주세요…!"


 자신의 말이 모두 이루어지리라고 믿는 어린아이처럼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렇지만 그런 나를 루나 공주님은 아무 말 없이 다리에 힘을 주어 안아주었고, 그것이 또다시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내 목에 닿는 그녀의 발굽의 감촉이, 이것은 꿈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주었기 때문에.


 얼마나 울었을까, 그녀의 품에서 얼굴을 떼자 몽환적이었던 보랏빛 하늘은 이미 언제나처럼의 새카만 어둠으로 물들었고, 그 사이에서 별들이 작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조금 더 들자 안타까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루나 공주님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공주님."


 그렇게 부르자 다시 루나 공주님은 다시 나를 한번 꼬옥 안아주시고는 "밤 바람이 차갑구나. 안으로 들어가자." 그대로 나를 이끌고 방 안으로 들어오셨다. 그리고 그녀의 뿔이 푸르스름하게 빛나더니 소리조차 없이 테라스의 창문이 부드럽게 닫혔고, 나의 몸도 두둥실 떠올라 침대에 뉘여졌으며, 이어 따스한 이불이 나의 몸을 덮는 것을 느꼈다.


"…공주님, 레인보우 대쉬가…, 그녀가 죽었어요…, 이젠 깰 수 없는건가요…, 그녀는, 그 날의 저와는 달리…, 깰 수없는 악몽에 시달리게 되는건가요…."


 물기어린 나의 질문을 그녀는 말없이 들어주며, 그리고 옆에서 나의 몸을 가볍게 끌어안고 토닥여주었다.



"그래, 나의 작은 종마여… 너의 가장 존경하는, 그리고 사랑하는 포니는 밤으로, 어둠으로 녹아들었고… 영원한 잠에 취하게 되었단다… 그러나 내가 곧 밤이고 달이며 어둠이며… 그런 내가 말하건데 그 꿈은… 결코 악몽이 아니란다… 자, 나의 작은 종마여… 나의 품에서 이 밤과 달과 어둠의 품에서 그녀를 찾으렴…."






    Scootaloo fall asleep - 'After'


 루나 공주는 잠든 스쿠틀루의 침실을 뒤로 한 채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다. 어두운 밤 하늘이 그녀의 몸을 감싸안았으나, 어둠은 곧 정체모를 빛에게 루나 공주를 빼앗겨야만 했다.


 그 빛의 근원은, 셀레스티아 공주였다.


"루나, 늦었구나. 밤과 낮을 바꾸었는데도 돌아오질 않아서 걱정했단다. 무슨 일이 있었니?"


 루나 공주는 셀레스티아 공주의 옆에 착지하고, 셀레스티아와 같은 방향의 밤 하늘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응, 언니…."


 루나는 그렇게 말을 끊었다. 어째서일까, 루나 자신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앞으로 뱉을 단어가, 자신은 앞으로 결코 말할 것 같지 않았던, 세월이 빼앗아간 단어이기 때문일까.


"소중한 포니를 잃고… 깊이 슬퍼하는… 작은 포니를 만나고 왔어."


 약간은 씁쓸한 표정이 루나 공주와 셀레스티아 공주의 얼굴에 떠올랐다.


 수 천년간 이어져온 그녀들의 삶은, 그녀들의 감정을 좀먹고 희석시켰다. '소중한 포니를 잃은 슬픔'이란 감정을 잃게 된 것은 몇 천년 전 일이었는가.


"…그렇구나. 우리도 분명, 그런 때가 있었었지."


 그랬다. 사라지는 기억은, 아무리 다리를 뻗고 발굽을 휘저어도 닿을 수 없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다리를 뻗고 발굽을 휘젓는다. 그렇게 영영 깨지지 않을 것 같은 꿈속에서, 결국 시간이 남긴 조각을 소중히 껴안는다. 


그것은 부수어진 마음. 


 머릿속을 울리는 그의, 혹은 그녀의 목소리가 떠나가질 않아 귀를 막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만든 정적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것은, 또 다른 포니의 목소리였다. 결국 잃어버리는 것이 무서워져서, 다른 포니들과 감정을 나누지 않고자 노력도 해보았다. 그러나 결국 종래에는 차가운 밤, 방 한 구석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응, 그랬었지."


 지금은 그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자 하지 않는다. 그럴 기력을 모두 쇠진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흘러가는 시간을, 사라져가는 추억의 조각이 그저 허공에서 춤추며 사라지도록 내버려둔다. 덧없이, 덧없이 사라지도록… 그리고 그 안타까운 춤사위가 끝난 뒤 남는 것은 언제나, 어둡지만 찬란히 빛나는 별을 품은 밤 하늘과, 그저 지독히 어두운, 공허한 마음뿐이다.


 오늘도 다를바 없는 밤이다. 밤 하늘은 여느때와 다름 없이 루나 공주의 텅 빈 마음이 무색하리만치 밝게 빛나고 있었고, 루나 공주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분명 나는 밤이고 달이며, 어둠이건만. 나의 또다른 분신은 어째서 나의 가슴과는 다른건지. 조금은 저 어둠이 밉살궂어 보였다.


 짧은 한숨을 지으며, 루나 공주가 중얼거렸다.


"…오늘은, 긴 밤이 될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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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입니다 포니빌 여러분.


사실 이 소설은 새벽에 쓰여졌습니다. 그래선지 루나공주가 되게 많이 나오네요. 사랑해요 공주님.


근데 자고일어났더니, 어젯밤엔 대작이었던게 오늘아침엔 졸작으로 바뀌어있더군요. 이건 디스코드의 못된 장난일 거야.


제 빈약한 글 실력은 둘째치고, 이제사 이 소설의 어... 주제랄까요, 그런게 나오는군요. 이 소설의 현 좌표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그러니까, RD가 죽은건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그런이야기.)


수 천년을 살아온 공주님들, 지금의 메인식스에게는 서로 소중하고 사랑하는 포니이듯 그녀들에게도 그런 포니가 있었겠지요. 심지어 연인마저도?


자신은 영원히 젊은데, 자신의 소중한 포니들이 늙어가는걸 지켜본다. 이는 얼마나 큰 고통일까요. 상상조차 못하겠군요.


어째선지 임팩트가 적은 소설이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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